[299호 대중문화 읽어주는 남자]

거대잇몸녀, 노안녀, 처진 뱃살녀, 초고도 비만녀, 항아리 몸매녀…. 
듣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녀’ 시리즈는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꿔 주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 미인〉 출연자들의 별칭이다. tvN에서 방영 중인 〈렛 미인〉은 외모 콤플렉스를 겪는 두 명의 여성 출연자가 나와 누가 더 성형이 절실한 상황인지 ‘겨루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발탁된 승자는 무료 성형수술을 받고 합숙소에서 재활과 다이어트에 임한다. 여기서의 경쟁은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단점과 치부를 공개하고 증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프로그램 포맷에 따른 당연한 결과겠지만, 〈렛 미인〉은 성형수술을 조장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단체들이 이 방송이 한 시간짜리 성형 광고라며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하지만 〈렛 미인〉은 이런 반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논란을 넘어 감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번 시즌에는 방영 채널을 확장했다. 게다가 타 방송국에서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진실을 알되, 믿음은 갖기 어려운
〈렛 미인〉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잘못된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8.2%가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준다면서 부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렛 미인〉의 제작진조차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하여, 성형을 해주는 동시에 ‘내면의 아름다움을 깨워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출연자의 자신감 회복을 목표로 삼는다. 〈렛 미인〉이 부추기는 성형 수술과 외모지상주의는 단지 사람들의 의식을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대중은 외모지상주의가 잘못됐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모에 집착하는 물신주의적 의식 분열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열의 구조는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사무엘상 16:7)라는 말씀을 두고 신자들끼리 나누는 농담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들은 이 말씀의 문자에만 집중하며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비튼다. “그래, 하나님은 우리 마음의 중심을 보시지. 하지만 성경에도 나와 있듯이 사람들은 외모를 보잖아. 그러니까 우리는 외모를 가꾸어야 해.” 여기서 마음의 중심을 보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외모를 본다고 가정된 상상적 타자 앞에서 간단히 무효화된다. 우리는 외모지상주의가 문제며 하나님은 내면을 보신다는 진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 진실에 대한 믿음은 갖지 못한다. 
결국 외부를 향하지 못한 믿음은 내 안에서 머물며 맴돌게 된다. 이는 프로이트가 나르시시즘이라고 정의한 상태와 다르지 않다. 나르시스트의 세계는 외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와 나의 추한 이미지가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나의 추악한 이미지를 이상적 이미지로 바꾸는 일뿐이다. 이때 구원자로 등장하는 것이 ‘렛미인 닥터스’이다. 의느님(의사+하느님)으로 불리는 그들의 도움만 있다면 우리는 내면을 보는 신 혹은 외모지상주의가 타파된 사회가 없어도 홀로 설 수 있다. 외모 변화로 얻게 된 자신감 덕분에 우리에게 닥친 모든 문제(실업, 가정불화, 중독 등)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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