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고상만 지음

                                            

▲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고상만 지음, 오마이북 펴냄, 1만6천원

올해로 서거 40주년을 맞은 장준하 선생의 ‘말’을 복원한 평전이 나왔다. 2003년부터 1년간 그의 사인 의혹을 직접 조사한 저자가, 장 선생의 일거수일투족을 불법적으로 사찰·미행·도청했던 당시 중앙정보부(중정)의 기록을 토대로 썼다. 불의한 권력의 불법적 기록은 그 권력이 얼마나 국민의 인권을 유린했는지에 관한 증거이자, 자신의 부당성에 관한 입증이다. 중정이 장준하의 연설을 마치 녹취록으로 작성하듯 작은 연설문들도 꼼꼼하게 기록해놓아 생생하다. 

“박정희 씨를 나는 믿을 수가 없는 사람이요. 왜 박정희 씨를 믿을 수 없느냐? 사상이 없는 사람이요, 일본 군벌과 천왕에 충성을 다한 사람이요. 황도주의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하룻밤 사이에 남북으로 조국이 갈라지고 공산당의 조직이 강해지니까 군대 내에 있어서 공산주의 조직과 빨갱이들과 완전히 결합되었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드군요. 그러든 박정희 씨가 군사쿠데타를 하고 나드니 행정적 민주주의를 들고 나왔어요. 그러드니 행적과 민주주의는 온데간데없고 민족적 민주주의, 민족적 민주주의라는 것은….”(30~31쪽)

어떤 권력자에 대한 비판이라도 돌려 말하는 법이 없고,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곧 대중의 생활 언어로 말하고 썼던 그의 짧고 뜨거웠던 삶을 간추려 보면, 그는 당시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불의한 권력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이슬처럼 사라졌다.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자유당을 규탄했고, 유신독재에 반대하며 그 일환으로 '유신헌법 개헌청원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했으며, 그로 인해 긴급조치 1호 첫 번째 구속자가 되었다가, 결국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중정이 기록한 대로 “착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온순하나 날카로움”을 지녔던 그가 죽고 40년이 흘렀다. 그가 남긴 정의로운 말과 삶과 죽음이 2015년 한국사회에 촉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과연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 몫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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