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하승수 지음/ 한티재 펴냄/ 8,000원

작년 겨울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가 ‘먹고살’ 수 없어서 동반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또 다른 ‘송파 세 모녀’들의 죽음 사건이 보도 행렬을 이었다. 가장 강력하게 가난을 증명한 죽음 이후 이들은 선별적 복지의 혜택누릴 수 없었다. 한국사회는 연일 복지의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게다가 송파 세 모녀법(기초생활법시행령)으로는 여전히 ‘송파 세 모녀’가 기초생활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실업 문제는 거듭 심해지고, ‘먹고살’ 수 없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희망은 정말 없을까?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 영역에서 일하다 지금은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희망이 ‘있다’고 답한다.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한 기본소득”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저자는 굶어죽지 않을 기본권을 지켜줄, 다시 말해 인간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길이 있단다. 그 방식도 가장 심플한 기본소득, 시민배당이라는 아이디어를 통해서다. 쉽게 말해 누군가 공동체 안에 있는 자연 공유재 또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공유재를 통해 이득을 취하면, 그 일부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똑같이 배당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게 우리 옆의 어떤 이도 굶어죽진 않도록 하는 장치가 바로 기본소득제다. 먹고살 수 있게 되면 그다음으로 제쳐 두었던 문제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를 테면 환경오염이나, 낮은 국민 투표율에 관한 이슈까지도. 책의 부제가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한’ 기본소득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저자는 기본소득이 이 시점에서 왜 필요하고도 마땅하며, 어떻게 현실화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군더더기 없이 충실하게 그려나간다. 기독교인은 특히, 약자에게도 해방을 가져다주는 기본소득제로 한 단계 확장해 갈 하나님 나라를 상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읽다가 ‘진작 배당받았어야 했구나!’ 하는 다소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미 지역 단위로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는 사회도 여럿 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