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평화 / 전쟁없는세상 엮음 / 오월의봄 / 16,000원

추천사를 쓴 홍세화 씨는 병역거부 청년들을 놓고 “신념 또는 용기 같은 것보다는 차라리 섬세함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유약해 보일 정도로 섬세한 어떤 ‘결’이라고나 할까.” 복상이 인터뷰 한 병역거부자 이상민 씨의 병역거부 이유도 “차마…”였다. 차마 자기마저 상대에게 총을 겨눌 수는 없다는 여린 말을 한 그는, 지금 구치소에 있다. 국가는,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은 이런 여린 국민들을 감옥으로 처넣음으로써 선택의 기로에 있는 다른 국민들을 협박한다. 국가의 강제에는 무릎을 꿇고, 국가의 적을 향해서는 총을 겨누라고.

책은 병역거부운동을 해온 이들이 사회 각 분야의 연구자나 활동가들과 여덟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을 엮은 결과물이다. 병역거부운동의 눈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들(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을 대화의 형식으로 드러낸다. 군 입대를 앞둔 성도는 전교인의 축복을 받지만, 병역거부를 앞둔 성도는 조용히 교회 문을 나서는 현실이다 보니, 세 번째 장인 종교 편에서는 안경을 한 번 더 고쳐 쓰고 읽게 된다. 특히, 공식적인 폭력을 ‘보필’하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군종 제도는 되짚어 봐야 할 주제다.

“군종 제도의 딜레마는 … 종교의 대표자 수백 명이 마치 붙박이장처럼 국가 기구 안에 공무원 신분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종교-국가 사이에 비판적인 정치적, 심리적 거리 자체가 존재할 틈이 없다는 것입니다.”

폭력에 대해 예민한 감수성을 품은, 폭력과 가까워짐을 아주 무서워하는 이 ‘겁쟁이’들의 저항은 어느새 “병역거부권 인정과 대체복무제도 입법운동을 넘어서, 사회를 바꾸는 비폭력 직접행동을 공부하며 실천하”고 있다. 책을 엮은 일도 그중 하나지만, 평택미군기지 이전에 저항하여 대추리 주민들과 연대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저항하여 강정마을 주민들과 함께 싸우고, 전쟁수혜자들-이를테면 확산탄과 최루탄 같은 무기 생산·유통자들-에 제동을 거는 운동을 해왔다. ‘남들 다가도 나는 군대가기 싫다’는 어리광이 아니다. ‘나라도 폭력에 반하는 평화를 살아보자’는 행동, 폭력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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