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호 '그 교회' 이야기7]

▲ ⓒ복음과상황 이범진

믿음은 행동으로 증명된다. 언어로 신앙을 설명할 수는 있겠으나, 삶에서 나온 고백이 아니라면 금방 힘을 잃는다. 화려한 신앙의 말들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기독교가 뭇 사람들을 감화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만큼 신앙을 ‘삶’으로 고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삶? 익히 알 듯, 삶은 일거일동(一擧一動)의 점철이다. 크고 작은 선택, 그에 따른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고 또 쌓여 한 폭의 그림이 되어간다. 선교에 특별한 전략이 필요할까? 우리의 그림이 기독교 신앙의 아름다움을 증명한다면 세상은 기꺼이 화답할 것이다.

누구나 가까운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한 번쯤 들어봤을 말. “너는 교회 다니는 애가 왜 그러냐? 너 때문에 교회 안 가고 싶다.” 전도 대상자에게 이런 강력한 공격(?)을 받으면,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매뉴얼대로 답해야 한다. “교회는 나 같은 죄인도 품어주는 곳이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십 년 넘게 이런 답변을 하고 있다면, 회개해야 한다. 그동안 예수를 믿은 게 아닐 수도 있다.

진실한 신앙공동체는 성원들이 바른 ‘선택’을 하도록 이끈다. ‘그 교회’는 행동으로 믿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교인들의 모험을 넉넉하게 받아내는가? 

끈끈한 공동체의 조건
6월 초, 경기도 일산의 결혼 3년 차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정민경(36)·윤동혁(35) 씨. 도심의 복층 오피스텔에서 둘만의 오붓한 공간을 꾸며놓고 꽤 고상한 삶을 누리는 듯했다. 지인 중 교회 생활을 ‘즐겁게’ 하는 사람을 수소문하다가 찾은 이들이다. 동혁 씨는 (1년에 한두 번 어쩌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15년지기 친구인데) 어린이집을 지나칠 때면 “저곳이 지옥이다!” 말할 정도로 어린아이를 진정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 유·초등부 아이들과 가장 잘 어울리며 노는 ‘인기 많은 삼촌’이 되었다는 제보를 듣고 그 변화가 믿기지 않아 직접 확인코자 약속을 잡았다. 그런 변화는 신앙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솔직했다.

“사실 지금도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마음으로는 주먹을 쥐는데…. 교회에서 아이들과 노는 일은 30분만 참으면 되니까 크게 힘들지 않아요. 물론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한데, 정말로 내 신앙이 좋아져서 그런가? 예수님의 사랑을 받은 나로서, 일만 달란트 빚진 자의 마음으로 살아야지 싶으면서도 ‘어? 이건 좀 빡센데?’ 할 때가 가끔 있어요. 그래도 아이들 데리고 오는 분들은 나보다 더 힘들 테니까 내가 감당하는 거죠.”

이들이 다니는 교회는 1년 전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분립해 경기도 일산에 터를 잡았다. 처음 20여 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50명이 넘는다. 주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동네 주민들이 교회의 새 성원이 되었다. 자녀가 없는 교인들에게 한시적으로 노동이 몰릴 수 있으나, 그럼에도 동혁 씨는 “한동네에서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끈끈한 공동체’라는 그의 표현을 붙잡고,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다들 가까이 사니까 자주 만나요. 낮에 아이를 대신 돌봐주기도 하고, 집에 일이 있으면 가서 돕고. 밥을 같이 먹는 경우는 뭐, 매우 빈번하고요.” 

일상에서 빈번한 만남에 더해 매주 토요일 4시간 동안 소그룹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가정교회’라고 표현했는데, 적게는 6명 많게는 20명 정도가 모여 ‘하나님 나라 복음 사상’을 나눈다.) 이 모임은 단순 친목에서 끝나버릴 수 있는 ‘빈번한 만남’들의 구심점으로, 공동체의 점도를 더 끈끈하게 해준다.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민경 씨가 ‘끈끈한 공동체’를 증명할 사례를 거듭 덧붙였다.

“우리 통장의 잔고가 0원이 되었을 때,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꼭 헌금이 들어와요. 우리 형편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한 적 없는데도.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누군가 고기를 사주고요. 이런 경험이 거듭되면, 우리가 뭔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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