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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비난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교회 성범죄
[321호 시사 잰걸음]
[321호] 2017년 07월 20일 (목) 16:12:55 박제민 기독시민운동가 goscon@goscon.co.kr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것 아닐까? 금자가 누명을 쓰고 13년 반 동안 감옥에 있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신앙의 길로 이끈 전도사는 출소일에 금자에게 두부를 내민다.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짓지 말란 뜻으로 먹는 거라며. 그러나 보란 듯이 두부를 엎어버리는 금자. 그리고 말한다. 차갑게.

“너나 잘하세요.” (사실 전도사가 금자를 도와준 동기는 순수하지 않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성인여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는 불과 20.2%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10명 중 2명. 참혹하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윤리·도덕실천운동을 해라(45.3%), 목회자들은 윤리·도덕성을 갖춰라(49.4%)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교인들은 정직해라(28.3%), 남을 좀 배려해라(26.8%), 배타성을 버려라(23.2%)는 응답이 고르게 나타났다. 오늘날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거다.

“너나 잘하세요.”

임보라냐 전병욱이냐
한국 개신교 중에서 가장 많은 교회 수(2017년 7월, 교단 홈페이지 공개 결과 11,770개)를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6월 15일, 총회장 김선규·이단대책위원회 위원장 진용식·서기 원철의 이름으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임보라 목사에게 공문을 보냈다. 제목은 ‘이단 사상 조사 연구에 대한 자료 요청의 건’이었다. 평소 임보라 목사가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운동을 한 것과 <퀴어성서 주석>을 번역·발간하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공문 내용은 특정 날짜까지 이단 사상으로 문제 제기되었던 내용 일체를 보내라, 만약 보내주지 않는다면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료에 의해 결정하겠다는 등 아주 공격적이었다.

한술 더 떠서 6월 27일에는 예장합동뿐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경교회(기성),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총 8개 교단의 이단대책위원회가 연석회의를 열고 임보라 목사에 관한 이단성 조사에 공조하기로 했다. (여담으로 예장합동은 교파를 넘어 교회들의 일치와 협력을 추구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여담이다.)

이에 임보라 목사가 속한 기장의 전국여교역자회는 7월 3일 성명을 통해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시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예장합동을 향해 “먼저 자기 교단 내부의 성폭력과 성추행 문제부터 해결하십시오. 예장합동은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전 모 목사를 감싸고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여기서 전 모 목사는 성범죄 논란을 일으킨 전병욱 목사를 가리키는 말이고, 사회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는 것은 지난 6월 5일에 전병욱 목사에 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이르는 말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는 원고 삼일교회가 피고 전병욱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별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전병욱 목사가 삼일교회로부터 받은 전별금 중 1억 원을 돌려주라는 내용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억 원이 아니다. 재판부가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이 이뤄진 장소와 내용, 방법 등이 피해자 상호 간에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전병욱 목사가 담임목사의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다수의 여성 신도들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인정된다”고 했다. 또 “전병욱 목사의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 10조 1항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기습추행으로서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법원 판결은 예장합동의 그것과 아주 딴판이다.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교회는 머뭇머뭇하며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일삼았다. 교회들의 모임인 노회는 재판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주도권 다툼 문제로 노회가 나뉘면서 재판국이 해산돼버렸다. 전병욱 목사는 자신에게 유화적인 노회를 선택했는데 거기서 대부분의 성범죄 의혹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고 공직 정지 2년, 설교 금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는 목사를 계속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노회들의 모임인 총회에서까지 상소가 진행됐지만, 격론 끝에 불과 9표 차이로 재판 자체를 열지도 않았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후 교계 안팎에서는 예장합동을 향해 다시금 전병욱 목사를 징계하라는 요구가 일고 있다. 6월 25일에는 개신교인 100여 명이 전병욱 목사가 있는 홍대새교회 앞에서 전병욱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고, 6월 29일에는 원고인 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예장합동에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를 재조사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장의 전국여교역자회가 꼬집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거다.

“너나 잘하세요.”

성범죄 1위 전문 직군은 종교인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가장 많이 저지른 전문 직군이 종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사람들보다 도덕성이 높을 것 같은 종교인들이 실제로는 성범죄를 제일 많이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 더불어민주당 박남훈 의원실 공개자료를 재수정


경찰청이 성범죄 입건 수를 각 종교별로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개신교인들이 얼마나 성범죄를 저지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심심치 않게 개신교인들의 성범죄 소식을 접하고 있다.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유독 거룩함을 강조했던 이동현 목사, 이주민 사역의 대부로 불렸던 김해성 목사, 예장통합과 한국예수전도단에서 탄자니아로 파송되어 수십 년 동안 활동하며 명성을 얻었던 최재선 선교사가 그랬다. 어디 이들뿐일까! 이름도 없이 빛 없는 곳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개신교인들이 얼마나 있을지 두렵다.

지난해 12월 2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권미혁 의원실은 공동으로 ‘늘어나는 종교인 성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늘어나는 종교인 성범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며,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고사하고 당분간은 종교 안에서 자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종교인의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등 국가 형사제도의 적극 개입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법 개정의 형평성과 효율성은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겠지만, 이런 해결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하다.

동성애 비난 앞서 교회 안 성범죄 해결해야
오늘날 한국교회는 마치 동성애가 한국교회를 망하게 하는 주된 원인인 것처럼 야단법석(野壇法席, 주로 불교에서 쓰는 용어로, 야외에서 크게 여는 설교 자리를 말한다)을 열고 있다. 예장합동이 임보라 목사에게 이단 시비를 거는 것이 그렇고, 한국교회 일부가 ‘퀴어문화축제’에 맞불을 놓겠다며 생명과 가정과 효를 총망라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교회의 이러한 대응은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다. 동성애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교회 안의 성범죄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아니 방치하고 옹호하면서, 남들을 향해 도덕적으로 손가락질하는 것이 매우 남우세스럽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도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네 눈의 티를 빼내어 주겠다.' 하겠느냐? 이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눈이 잘 보여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지 않겠느냐?” (마태 7:3-5, 공동번역)

말씀을 사모하여 산 위까지 좇아온 사람들에게 주신 금쪽같은 가르침이다. “이 위선자야!” 소리가 가을 찬 서리 같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거다.

“너나 잘하세요.”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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