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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왜 개신교가 1위인지
[315호 시사 잰걸음]
[315호] 2017년 01월 31일 (화) 11:49:07 박제민 기독시민운동가 goscon@goscon.co.kr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4년 작 〈아무도 모른다〉가 오는 2월 재개봉한다는 소식이다. 영화는 1988년 실제로 있었던 ‘스가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엄마는 같지만 아버지는 다른 4명의 아이들은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서 현실 가운데 살고 있지만 국가제도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들’ 없이 엄마와 함께 이웃들 몰래 살아가던 아이들은 엄마마저 가출한 이후 서로를 의지하여 생존을 도모하지만 역부족이다. 영화는 그렇게 슬프고 비참한 과정을 과하지 않게 담아낸다. (곧 재개봉 하니까 영화헤살꾼 짓은 여기까지.)

뜬금없이 저 영화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제목이 떠오른 것은 통계청이 이 세상에 툭하고 던져놓은 하나의 통계 결과 때문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결과 종교부문에서 개신교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는 전 국민의 20% 수준인 1,100여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를 표본으로 환산하면 개신교는 19.7%(약 967만6천 명)로 만년 2위에서 벗어나 1위로 올라섰다. 전통의 강호이자 부동의 1위였던 불교는 15.5%(약 761만9천 명)로 2위로 내려앉았고, 기대를 모았던 천주교는 7.9%(약 389만 명)로 3위에 머물렀다.

   
 

개신교 1위에 대한 7가지 추측
이번 통계 결과는 종교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1위에 오른 개신교계는 스스로도 왜 1위가 되었는지 몰라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개신교 호감도나 신뢰도는 최저인 상황이었고, 주요 교단 통계에서도 교인 수가 감소추세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개신교는 왜 1위가 된 걸까? 전문가들이 부지런히 추측을 내놓고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2005년 조사는 전수조사, 즉 집집마다 방문해서 일일이 물어보는 방법을 택했는데 2015년 조사는 1,100만 명 정도만 표본조사를 했기 때문에 조사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조사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신교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1위 자리를 내준 불교계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모양이다. 더 나아가 조사원들의 종교편향 문제도 거론하고 있고, 심지어 통계 발표시점인 12월 19일이 크리스마스와 가깝다며 “특정종교에 선물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게 사실이라면 천주교는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다.
통계청에서는 전체 인구의 20%인 1,100만 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만큼 정확성에서는 전수조사에 뒤지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오히려 전수조사는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응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표본조사가 통계를 내는데 정확하다는 반론도 있다. 불교계 내에서도 남 탓할 때가 아니라 불교의 가르침대로 자기성찰을 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둘째, 조사 문항의 오류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조사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문제나 문항이 동일해야 하는데 종교인구 조사는 그것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천주교가 약진한 것으로 나타난 2005년 조사 설문지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문항을 배치하면서 개신교 종교인들이 무심코 ‘기독교’만 보고 ‘③기독교(천주교)’를 선택했는데, 2015년 조사 설문지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문항을 배치하면서 그럴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표1과 표2를 비교해서 봐주시라.)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2005년 조사에서 개신교 종교인 100만 명이 천주교로 잘못 표기했을 경우 2015년 개신교 인구 비율이 이해가 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 증거가 없는 추정일 뿐이다.

셋째, 자연적으로 증가했다는 추측이다.
2005년에 비해 2015년 인구가 5.8% 증가했으니 단순하게 개신교 인구도 그만큼 증가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하지만 이 추측대로라면 불교와 천주교 인구가 감소한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해를 비추시고 비를 내려주시는 하나님께서 유독 ‘그 일’에 관해서는 이리도 편파적이실 리가 없지 않은가.

넷째, 가나안 성도가 증가했다는 추측이다.
아시다시피 가나안 성도는 ‘안 나가’의 글자 순서상 반대말로, 교회에 실망해서 더 이상 나가지 않지만 여전히 자신의 종교 정체성을 하나님 믿는 사람으로 여기는 분들을 말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를 1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나안 성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분들이 2005년 조사나 1995년 조사에서도 자신의 종교를 개신교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가나안 성도가 증가했다 하더라도 2015년 조사에서 개신교 인구가 증가한 것에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한다.

다섯째, 이단이 증가했다는 추측이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등 주요 교단들이 통계가 교인 수 감소로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단을 믿는 종교인들이 늘어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종교인구 조사는 예전부터 여호와의 증인, 안식교, 몰몬교, 통일교, 영생교, 천부교 등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종파들의 교인도 개신교 인구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단들 교인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요 교단들도 자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단들이 정확한 통계를 낼 리가 없다. 대체로 이단들은 스스로 부풀리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깎아내리는데, 심할 때는 그 차가 100배 가까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단들 교인 수가 늘어났다 하더라도 이단들은 기성 교단의 교인들을 포섭하려는 습성이 있으므로 이단의 종교 인구는 이전 조사에서도 개신교 인구로 계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역시 개신교의 인구의 증가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섯째, 개신교가 잘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정말이지 이렇게는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있었다. ‘한국교회’의 ‘언론’ 활동을 지원하는 어떤 ‘회’에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여러 기독교 봉사 및 복지단체의 2015년 결산을 총합하여 “한국 교회는 연간 1조원 이상을 우리 사회를 위하여 지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교회가 “말로만이 아닌, 이웃 사랑을 분명하게 실천하고 있으며, 어려움과 고난 받는 자들의 이웃이 되고 있음이 밝혀진 것”으로 “종교 인구 1위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단순히 여러 기관들의 결산 총합으로 한국교회가 사회를 잘 섬기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그 근거로 돈밖에 제시하지 못하는 빈곤한 상상력에 딱한 생각이 든다.

그들의 ‘1조 원’에 약 3억여 원을 보탠 것으로 계산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3년에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하는 종교로 개신교가 35.7%로 1위로 꼽혔지만, 신뢰도에서는 21.3%를 기록하여 천주교(29.2%)와 불교(28%)에 밀렸다. 개신교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는 “언행일치가 되지 않아서”란 의견이 24.8%로 가장 많았고, “교회 내부적 비리/부정부패가 많아서”라는 의견이 21.4%로 뒤를 이었다. 개신교가 사회를 잘 섬겨서 1위 종교가 되었다고? 가당치도 않다.

일곱째, 실제로 개신교가 잘하긴 잘했다는 추측이다.
한국갤럽이 10년마다 여론조사를 실시해 발간하는 〈한국인의 종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일주일에 1번 이상 성당/교회/절에 가는 종교인”은 개신교가 80%로 1위를 차지했다. 천주교는 59%였고, 불교는 6%에 불과했다. 이는 천주교와 불교에 비해 개신교가 지난 10년 동안 비교적 강한 종교심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교회 현장에서는 자괴감이 드는 일이 참 많았다. 화려했던 부흥기를 지나서 뭘 해도 안 된다는 푸념이 넘쳐났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일선 교회에서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람들을 모으려 애썼다. 이런 과정이 온당한가는 따로 살펴봐야겠지만, 과정의 순수성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겠다. 하지만 이런 노력 역시 다른 종교 인구의 감소 가운데 개신교의 인구의 유지를 설명한다면 모를까, 개신교 인구의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종교의 의미
왜 개신교가 1위 종교가 되었는지는 결국 아무도 모른다. 머지않아 속 시원하게 원인이 밝혀질 것 같지도 않다. 통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걸 두고 어디가 몇 등인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찾는 것이 종교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지 모르겠다. 종교계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반갑지만 만족할 만큼 우렁차지 않다.

종교계에서 종교 인구 수 변화와 그 원인을 두고 호들갑을 피우고 있을 때, 일반 언론에서는 종교 없는 인구가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을 주로 보도했다. 어린이백과는 종교에 대해 ‘신이나 절대적인 힘을 통하여 인간의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근본 목적을 찾는 문화 체계’라고 설명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종교는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삶의 근본 목적을 찾는 데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비극적 현실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 아이들에게 신은 어떤 존재이고, 종교는 무엇이며, 신에게 봉사하는 종교인들은 또 누구인가? 야훼과 붓다는 우리의 대답을 요구하신다.


박제민
20대 끝자락에 기독시민운동 판에 들어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낮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무자, 밤에는 ‘동네교회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보수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자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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