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호 에디터가 고른 책]

   
▲ 《하나님 나라 신학으로 읽는 요한복음》
김회권 지음
복있는사람 펴냄 / 43,000원

구약학자의 요한복음 주석서. ‘하나님 나라’라는 구약의 핵심 사상을 통해 요한복음을 해석한다. 저자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꿈꾸던 이스라엘의 이상적 사회가 영성 공동체라 보고, 모세와 예수의 간격을 좁혀간다. 

“요한복음은 … 철두철미하게 구약성경의 하나님 나라를 물리적 공간에서 실현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요한복음의 언어, 비유, 이미지, 암시는 구약성경 구절, 사건 어딘가를 은유하거나 지시하거나 실체화한다.”

이를테면 창세기와 심오한 대화를 시도하는 1장, 엘리야와 엘리사의 소진되지 않는 음식 이야기를 은근히 발전시키는 6장(오병이어), 에스겔의 삯군 목자 담론(34장)을 전제한 10장(선한 목자) 등이다. 구약과 요한복음 사이, 은밀하면서도 오묘한 대화를 발견하는 희열은 이 두꺼운 800여 쪽의 책을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고 말씀했을 때 예수님은 정확하게 이사야 5:1-7을 이어받은 것이다. … 들포도나무였던 이스라엘, 즉 성전 종교체제와 달리 예수님이 창조할 새 이스라엘은 촘촘한 언약적 결속과 유대로 지탱된다.” 

예수는 부르짖음(츠아카)과 포학(미쉬파흐)이라는 들포도 열매가 아닌, 공의(츠다카)와 정의(미쉬파트)의 열매를 맺는 새 포도나무 공동체를 세우려 했다. 

“예수님은 어떤 세상을 원하셨는가? 타자의 인생을 파괴하는 불의한 위계질서가 없는 세상을 원하셨다. 에스겔 16:49은 소돔성의 멸망 원인이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을 맷돌질하는 부자들의 악행이었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소돔의 관원들과 고모라의 백성이라고 말하는 이사야 1:10을 염두에 두고, 성전체제 중심의 불의한 이스라엘을 비판하신다.”

저자는 이런 해석들을 교회와 세상을 향한 신랄한 비평으로 내지르면서도, 우리는 끝내 극복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는다. 그는 1990년대 〈복음과상황〉의 청년 독자나 2000년대 《청년설교》를 읽은 청년 중 지금은 목회자가 된 이들을 이 책의 독자로 의식하며, 그들을 벗으로 여기고 격려한다. 책의 무게를 넘어서는 근중한 온기가 느껴진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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