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호 에디터가 고른 책]
‘부정 신학의 눈으로 바라본 그리스도교’라는 부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부정 신학’(apophatic theology)이라는 단어가 생소했기 때문인데, 하나님을 알아가는 오래된 접근법이라는 데서 또 놀랐다. 이 부정 신학은 “자신이 궁극적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비판적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저 초월적 신비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이 방법론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핵심이라 여기는 교리, 성서, 교회 등이 정말 중심을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비평한다. 저자의 결론은 목차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스도교는) 문화-종교가 아니다(1장), 성서의 종교가 아니다(2장), 교리가 아니다(3장), 도덕 체계가 아니다(4장), 교회가 아니다(5장), 진리가 아니다(6장). 서두부터 “그리스도교는 ‘무엇’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접한 독자의 반응은 둘로 나뉠 듯하다. 당연시하거나 불편해하거나. 어느 쪽이든 목차만 보고 책을 덮어버릴까 봐 덧붙이자면, 저자의 진면목은 그 둘을 모두 염두에 둔 채 논의를 전개한다는 데 있다.
‘그리스도교는 무엇(종교·문화·성서·교리·교회·진리)이 아니다’라는 말은 이것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그리스도교가 무엇무엇으로 환원되고 대체되는 현상을 비평하는 동시에, 그 ‘무엇’이 그리스도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즉, 긍정하기 위해 부정한다!) “다음 세기 그리스도교 운동에 신앙의 씨앗이 어떻게 뿌려지든 간에,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리 탐구, 성서 읽기, 역사적, 신학적 훈련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리스도교는 교리가 아니다. 그러나 신앙을 성찰하는 학문 활동의 산물로서 교리는 그리스도교에 속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168쪽)
저자 더글라스 존 홀은 북미권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첫 책으로 그가 85세 때 쓴 ‘평생의 신학 작업이 반영된 생의 마지막 저작’이라고 한다.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활동한 숙련된 신학자이자 노련한 목회자인 그는 ‘소유’하려는 자와 ‘폐기’하려는 자의 허점을 잘 알고 있다. 소유하고자 하면 세상 사람들에게 아무런 파장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며, 폐기하면 그나마 유지해온 고유한 존재 이유가 상실될 것이다. 그 사이의 공간(여백)을 발견해 채워가는 그의 고백은 은혜로우면서도 예리하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