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호 에디터가 고른 책]

글 김민석 / 그림 안정혜 / IVP 펴냄 / 12,000원
글 김민석 / 그림 안정혜 / IVP 펴냄 / 12,000원

영생을 주는 소녀 1

교회 내 여성 폭력을 다룬 SF 만화가 나왔다. 기독교 웹툰 플랫폼 에끌툰(eccll.com)에 연재된 시즌 1을 재구성해 책으로 담아냈다.

스토리의 큰 얼개는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였던 윤 목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를 계기로 그의 딸 윤다라가 아빠 같은 사람도 변하기 원하며뛰어든 비밀 프로젝트에서 시작된다.

최첨단 기술로 폭력적인 사람(가해자)의 뇌에 영향을 주어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들로부터 피해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낼 수 있을까? 가장 변하기 어렵고, 처벌하기도 어려운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들로부터도?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훼손된 공감 능력이 복구되어야 한다.

공감 능력이 퇴보한 경우를 보면, 특이하게도 그리스도인 비율이 높았어요.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행동을 할 때는 거의 항상그 행동이 주님을 기쁘시게 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동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실제로 어떻게 고통스러운지 살피고 공감하기보다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기대하는 바에 더 집중된 상태.”(114)

스토리 속 피해 여성들의 대사를 들으며, 나의 둔한 공감 능력도 조금씩 기지개를 폈다.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룰 때, 만화가 주는 큰 장점은 절제를 통한 속도감이 아닐까. 한정된 컷에 적절한 그림을 그려 넣고, 제한된 말로 핵심을 전달한다. 잘은 몰라도 글과 그림의 정교한 연결은 기본일 것이다.

교회 성폭력 문제를 기사로 다룬 경험이 있었기에, 만화를 통해 이 문제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는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그린 이와 글쓴이의 노고는 꼭 언급하고 싶다.

고백하건대, 이 책은 개인적으로 처음 펼쳐 본 기독교 만화이다.(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에끌툰에도 들어갔다.) 역시 만화는 책장을 넘기면서 봐야 한다. 책꽂이에 꽂혀 있어야 한다. 복상의 지면을 통해서도 이런 기독교 만화가 연재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연재의 맛과 종이의 맛, 둘 다 잡을 수 있을 테니.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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