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호 에디터가 고른 책]

최정은 지음 / 옐로브릭 펴냄 / 15,000원
최정은 지음 / 옐로브릭 펴냄 / 15,000원

최근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마지막 장면을 보고 흐느끼고야 말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픈 엄마를 위해 빨간 열매를 따러 간 아기 스피노사우루스와 굶주린 티라노사우루스가 외딴섬에 남게 되어 우정을 다져가는 뻔한 그림책이었다. 

당혹스러웠던 그날의 눈물을 더 해석해볼 요량으로 이 책을 골랐다. 단순히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인가 의구심이 들어 내려놓을까 하다가, 제목의 ‘마흔’이라는 단어가 마흔에 들어선 나를 붙잡고 질척거렸다. 

10년 전, 저자가 마흔에 들어섰을 때 그의 세계는 암울하고 암담했다. 

“내 삶에 더 이상 좋은 일, 아름다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후회라는 감옥에 갇혀 나는 날마다 죽어 가고 있었다.” 

책은 저자가 아득하게 빨려 들어가는 늪에서 움켜쥔 그림책 이야기다. 보통 이런 책들은 저자의 생애와 그림책 내용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글쓴이 최정은의 세계와 그림책의 세계가 절묘하게 엮이어 읽힌다. (내가 마흔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림책의 세계가 저자의 삶에 완전히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50여 권의 그림책 위로 40대를 보낸 저자의 희로애락이 제 위치인 듯 자연스럽게 들어앉아 있다. 여기에 10년째 그림책 활동가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생애가 더해져 더 풍성해진다. 

“그날 밤 함께 그림책을 읽은 우리는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 그중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남동생이 생각난다고 하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 제법 사이좋은 동생이었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소원해졌다고, 성인이 되고 각자 가정을 꾸려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 때문이겠지만 자꾸만 동생이 맘에 걸린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왠지 모르지만’ 지금은 잊어버린 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 세계는 ‘사람’ ‘장소’일 수도 있겠고 ‘추억’이기도 하겠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흘렸던 왠지 모를 눈물도 그 잊어버린 세계의 어디쯤에서 온 것이겠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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