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호 에디터가 고른 책]

자크 엘륄,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br>이상민 지음<br>고북이 펴냄 / 20,000원<br>
<자크 엘륄,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 / 이상민 지음 / 고북이 펴냄 / 20,000원

자크 엘륄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꾸준히 엘륄의 책들을 번역해온 저자가 엘륄의 사상을 독자들에게 더 쉽게 전하려고 썼다.

한번이라도 자크 엘륄의 책을 접해봤다면 이 책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역사학·사회학·신학 영역을 넘나드는 그의 사유와 논리 전개는 사전 지식 없이는 쉽게 쫓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엘륄의 사상 배경, 신학 사상, 현대의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서술하며 독자들을 엘륄의 사상 한복판으로 이끈다.

엘륄의 사상이 현시대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해 5자크 엘륄 사상의 영향과 현시대에서의 적용부터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에서 엘륄의 사상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중이다. 심각하게 부각되는 기후위기, 핵 재난, 금융 위기 등 심각한 문제 앞에 기술을 중심축으로 하는 엘륄의 사상을 돌아보니 그 해결의 실마리와 단서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책에는 의료사고, 금융 위기 등의 현대 문제를 엘륄적으로 분석한 최신 연구가 담겼다. 특히 금융 위기를 분석한 사례는 한국 사회의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현상이 연상돼 흥미로웠다.

금융시장에 대한 기술의 지배력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우선, 이런 자가 양육현상은 금융 시장의 작동과 관련하여 나타난다. 자가 양육은 그 현상의 책임자가 진정으로 누구인지를 결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나타난다. 주식시장은 매매 실행이라는 유일한 기술적 특성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윤을 주도하는 것이 된다.”(298-299)

문제는 누구도 이로 인한 대혼란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정치는 지금 진행 중인 일탈들을 간파할 능력을 상실하고, 일탈들의 위험을 재는 능력을 상실하며, 일탈들의 해로운 결과들을 제한할 능력을 상실한다.”(300)

책장 깊숙한 곳에 꽂혀 있던 엘륄의 책들을 다시 꺼내게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1인 출판사의 자크 엘륄 읽기 시리즈’(7)를 응원한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