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호 에디터가 고른 책]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 / D. A. 카슨 책임편집 / 박세혁·원광연·이용중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110,000원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 / D. A. 카슨 책임편집 / 박세혁·원광연·이용중 옮김 / 복있는사람 펴냄 / 110,000원

출석하는 교회가 팬데믹 때문에 모임을 줄이게 되면서, 그 공백을 성경 읽기로 채우고 있다. 〈매일성경〉을 통해 70여 명의 교인이 성경을 읽고 묵상한 내용을 ‘교회 단톡방’에 올린다. 타의에 의한 성경 읽기이지만, 오롯이 성경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수십 년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어떤 내용은 여전히 낯설다. 익숙한 구절들이 전연 새롭게 다가올 때도 있다. 이런 때면 제대로 읽어볼까 싶어 자세를 고쳐 잡는다.

타의로 시작된 성경 읽기 덕분에 자의로 이 책을 골랐다. 3천 쪽에 달하는 분량이 부담스러웠지만, 개역개정(제4판) 전체가 포함되어 마음에 들었다. 본문 밑에 배치된 구절별 주석, 관련 사진과 삽화 등이 성경 읽기에 흥미를 돋운다. 해당 분야 전문 학자들이 주요 연구를 반영해 각 성경에 담긴 핵심을 전한다.

책임편집자 D. A. 카슨이 밝히듯, 이 책은 성경 지식을 채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독자들에게 확신과 기쁨을 주려는 목적에서 쓰였다.

“이 책의 모든 집필자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러러보며, 성경의 권위에 기쁘게 복종한다. 우리의 소망은 말씀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성경에 접근하는 방법과 성경에 관한 글쓰기 방식을 결정했다.”

이 대목에서, 어렵게 시작한 나의 성경 읽기가 혹여 ‘말씀의 지배를 받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말씀의 지배자가 되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뜨끔했다. 최근 교회에서 묵상 중인 야고보서 부분을 펼쳐 읽었다. ‘진리’(약 3:14)를 두고 “단순히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하고(5:19; 요일 1:6; 요이 1:4) 순종해야 할 무엇이다(갈 5:7; 벧전 1:22). 신자들이 스스로 믿는다고 고백하는 복음에 따라 살지 않는다면, 그들은 사실상 그 진리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벧후 2:2)”라 설명한다.

이런 신앙적 접근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성경을 읽어가며 이제 막 삶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는 나에겐 든든한 안내서가 될 게 분명하다.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한국어판 출간 작업에 매진한 편집자, 번역자, 디자이너 등의 탁월함과 애씀이 묻어난다. 유일한 진입 장벽이라면 책값일 텐데, 의지를 담보로 헬스클럽에 선결제하듯이….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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