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호 에디터가 고른 책]
19세기 이후 현대 기독교 신학의 흐름과 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감도 같은 책. 인간 이성에 대한 전폭적 신뢰, 전통적 믿음을 향한 의심과 회의, 진보를 위한 과학만능주의 등으로 특징되는 ‘현대성’이라는 시대정신과 씨름해온 ‘현대 신학의 여정’(The Journey of Moden Theology, 이 책의 원제)을 담았다. 뛰어난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난 복음주의 역사신학자 로저 올슨의 저술이기에, 비슷한 다른 책과 비교하면 난도가 높지 않다.
“의도한 1차 독자는 현대 신학 연구자가 아니라 학생, 목회자, 그리고 신학에 관심을 가진 성도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논의되는 운동과 사람들에 관한 심오한 학문적 논쟁은 대부분 생략하거나 각주에서 언급했다. … 이 책의 의도는 초보자들이나 개관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에게 기초적 지형도를 그려주는 것이다.” (19-20쪽)
이 책은 국내외에서 신학 교과서/참고서로 널리 쓰인 《20세기 신학》 출간 20주년 기념 전면개정판이기도 하다. 현대 신학의 문화적 맥락에 대한 설명이 대폭 추가되고, 포스트모던 신학 등 최근 신학 사조도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전작보다 풍성해졌다. 20년이 지나면서 《20세기 신학》을 쓴 두 명의 저자 중 스탠리 그렌츠가 세상을 떠났는데, 남아서 학문적으로 원숙해진 로저 올슨이 책을 재구성한 것이다.
968쪽의 ‘벽돌책’이지만, 관심 있는 사람은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신학을 조금이라도 접했다면 이름깨나 들어봤을 슐라이어마허, 칼 바르트, 폴 틸리히, 판넨베르크, 한스 큉, 스탠리 하우어워스 등 영향력 있는 신학자의 삶과 사상, 배경을 알고 싶거나, 현대 신학 사조를 개괄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비서구권 신학이 제외돼 있고, 균형 잡힌 서술을 하고 있지만 복음주의 신학자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라는 점은 참고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현대 신학의 영웅들은 정도가 심한 적응주의자들이나 반동주의자들이 아니라, 초자연적 준거 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굳게 붙들고, 당대의 문화에 가능한 한 적실성 있는 방식으로 그것을 전하려고 한 신학자들, 말하자면 바르트(개신교)와 발타자르(가톨릭) 같은 신학자들이다. … 그들이 현대 세속 문화의 조류를 거슬러 헤엄치면서도 세상에 대한 기독교적 책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951쪽)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