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책의 미로 책의 지도 –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 송인규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3,500원
책의 미로 책의 지도 –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 송인규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13,500원

“나는 오늘도 책집에 앉아서 책과 벗하며 지식을 탐구하는 중이다. 나의 책집이 하나님을 모신 성소가 되고 집착의 괴물이 사는 본거지가 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면서 말이다.”(36쪽)

‘책집’을 따로 마련할 정도로 많은 장서를 보유한 저자가 쓴 “그리스도인들을 염두에 둔 책 읽기 안내서”. 책 읽기 방향을 설정하려는 그리스도인이나, “책 좀 그만 사” 따위의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사람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40년 이상 독서에 매진해온 교계의 이름난 책벌레인 송인규 소장(한국교회탐구센터)의 책 에세이와 만나게 됐으니.

사회에서 ‘책 읽기’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이 간간이 소개되기는 했지만, 교계에서는 드물었다. 책에 관심 있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편력은 그 시절의 신앙적 고민들과 맞닿아있다. “책 읽기를 등한시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이라면 그의 성숙에 있어서 책 읽기로부터 얻은 유익의 흔적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13쪽)

한국기독학생회(IVF) 간사와 유학 생활을 거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조직신학)이자 새시대교회 설교자로 사역한 후, 현재 한국교회탐구센터에서 중요한 이슈(공룡·지질학·인공지능·외계인·뇌과학 등)와 기독교 신앙의 관계에 대한 담론을 펼쳐 놓고 있는 저자는, 어떻게 책벌레가 됐는지 자전적 고백을 하면서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투박하면서 복잡하지 않은 문장으로 이어져 술술 읽히는, 어쩌면 ‘간증서’이다.

‘책집’을 따로 마련하게 된 까닭, 책 수집욕이 커지면서 발생한 문제, 책 읽기 방법이나 분류 방식에 대한 에세이가 나온다. ‘책 읽기’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인생을 살며 맞닥뜨린 고민을 해결하는 데 중요하게 기여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책 중의 책’인 성경을 읽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을 비롯해, ‘크리스천 마인드’를 바탕으로 다양한 신앙 이슈를 다룰 때 참고하면 좋은 서적 등 자신이 읽은 양서들을 추천하기도 한다.

사실 책 추천이 전체 분량의 절반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저자의 긴 독서 여정과 맞물려있어 추천 리스트에 오래된 책이 적지 않고, 낡은 감도 없지 않다. 그것을 감안해도 저자의 안내는 귀 기울일 만하다. ‘책 읽기’를 둘러싼 여러 우여곡절을 지나온 결과물이라 ‘나는 왜 책을 읽는가’를 포함해 책벌레에게 쏟아지는 여러 구체적 물음, “성경으로 충분하지, 왜 꼭 기독교 서적까지 읽어야 합니까?” 등에도 친절한 답을 내놓는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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