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호 에디터가 고른 책]
바울에 관한 두 책 중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 책을 골랐다. 여러모로 가성비가 높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데, 실은 ‘간추린이의 말’을 읽다가 설득됐다. 이 책은 2018년 출간된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알맹e) 40주년 기념 한국어판(번역자·에이전시 등이 부단한 노력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결과물이다)의 ‘간추린판’으로 성서학 독립연구자 김선용 박사가 발췌했다.
“발췌할 때 제가 세운 기준은 이렇습니다. 첫째, 긴 호흡의 논증을 읽다가 놓치기 쉬운 주제 단락을 돋보이게 할 것, 둘째, … 일차 자료를 최소한의 양이라도 포함시켜 독자가 유대 문헌을 직접 읽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 셋째, …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남겨놓을 것. 마지막으로 가급적 샌더스의 바울 해석 부분을 많이 남길 것.”
팔레스타인 유대교와 바울의 종교 패턴을 비교한 이 책은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200년까지의 거의 모든 유대교 자료를 분석해 그 세계에 깃든 ‘근본 전제’를 드러낸다. 김선용 박사는 이 책이 신약학 연구자들의 필독서이자 바울 연구의 큰 획을 그은 책임에도 많은 독자가 완독하지 못하거나 읽더라도 중요한 지점을 놓치거나 논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우를 보고, 발췌본 작업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신약학 연구사를 볼 때 샌더스의 바울 해석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샌더스의 바울 해석을 비판하며 등장한 소위 ‘바울에 관한 새 관점’ 학자들은 제가 보기에 샌더스의 바울 해석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도 오독을 하는 이 책이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길을 잃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 엮은 만큼, 평소 유대교나 바울 신학에 관심이 있던 이라면 이정표나 입문서로 삼기에 알맞을 것이다. (간추렸음에도 5백 쪽이 훌쩍 넘는다. 본판의 2분의 1 분량인데 가격은 5분의 1 수준이다! 샌더스가 이 책에 대한 학자들의 비판에 유일하게 공식 대응한 소논문도 부록으로 실렸다.)
※ 굳이 밝히자면, 앞서 고민한 두 책 중 한 권은 김선용 박사의 《갈라디아서》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