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호 세상읽기]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김수영)

나는 우선 내가 자라난 70~80년대 디스코 열풍을 이끌었던 그룹 보니 엠(Boney M.)이 부른 ‘Rivers Of Babylon’을 크게 틀어 놓고 들어본다. 듣다 보면 함께 끼어서 흥얼거리고 싶은 입과 들썩거리고 싶은 어깨의 간지러움이 느껴진다. 박근혜가 민의에 굴복한 국회에 의해 합법적으로 탄핵된 오늘, 내 입은 노래하고 싶고 내 어깨는 춤추고 싶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무수히 나갔던 시청 앞 종로 네거리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밑,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은 국민에 의해 에워싸여 권력의 농성장이자 감옥이 돼버린 청와대 앞까지 가서 이 음악을 맥시멈 크게 틀어놓고 사람들과 함께 뒤섞여 춤추며 노래하고 싶다.

이 곡은 1972년 자메이카의 그룹인 더 멜로디언즈(The Melodians)가 부른 노래로 1978년 독일 그룹 보니 엠이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여성 3명, 남성 1명으로 구성된 혼성 4인조 보니 엠은 자메이카 특유의 레게 음악과 디스코 음악을 합성해 만든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들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빠른 박자와 흥겨운 리듬, 나이팅게일의 지저귐 같다는 리드보컬 리즈 미첼의 찰떡 같은 음색과 달리 이 팝송은 구약성서 시편 137편의 엄혹한 역사를 가사에 담고 있다.

기원전 586년 바빌로니아의 느브갓네살 왕은 남왕국 유다의 오래된 수도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성전과 왕궁을 훼파했다. 제왕은 패전국 유다의 마지막 왕 시드기야를 붙잡아 그의 목전에서 아들들을 때려죽이고 왕의 두 눈을 뽑은 다음 사슬에 묶어 바벨론으로 끌고 갔다. 이때 함께 포로가 되어 바벨론 제국의 여러 변방으로 강제 이주당했던 유대인들의 통한의 역사를 세계사에선 ‘바벨론 유수(幽囚)’라 한다. 바빌로니아를 이어 패자가 된 페르시아의 고레스 2세의 유수해방령(幽囚解放令)에 의해 해방되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까지, 일찍이 멸망과 눈물의 예언자 예레미야가 선언한 하나님의 말씀대로 기원전 598~538년까지 약 70년간의 긴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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