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 세상읽기]

이름[名]을 바로 세운다
공자의 가르침 가운데 정명론(正名論)이 있다. 명실론(名實論)이라고도 한다. ‘사물의 이름[名]을 바로 한다’ ‘사물의 실제[實]와 그 명[名]을 일치시킨다’ ‘인간의 명분과 그 덕을 일치시킨다’는 내용이다.

어느 날 제자 자로가 물었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맞아들여 정치를 부탁한다면 제일 먼저 무엇부터 시작하시겠습니까?”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
“겨우 그게 답니까?”
“경박하구나.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다(政者正也).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어버이는 어버이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이름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말[言]이 서지 않는다. 말이 서지 않으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름을 바로 세우려면 반드시 말이 서야 하고 말이 서야 반드시 시행된다. 군자는 자기 말을 세움에 있어 조금도 구차함이 없어야 한다.”

맹자는 공자에서 한발 더 나갔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할 때’, 곧 임금의 이름이 바로 서지 못할 때, 혁명을 통해 임금을 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맹이 살던 시대에 이런 견해란 얼마나 용감하고 위험한 발언이었겠나.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이러한 정권교체는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제도가 되었다. 권력이 이름값을 못할 때 민중은 선거로 그들을 축출한다.

관건은 사회적 지성의 혼탁이다. 리더가 그 명분을 감당치 못해 무수한 부덕(不德)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그 명(命)을 바로 세울 공적 지성이 없다면 아무리 공맹과 같은 분들이 계실지라도 세상은 퇴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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