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고난 따르기보다 흉내내는 세태…진정한 예수따르미가 되어야

   
▲ 지난해 4월3일 국민화합 기도회에 등장한 바퀴 달린 십자가. ⓒ뉴스앤조이 주재일
부활절이 다가올수록 지난해 4월3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열린 '국민화합 기도회'에서 저명한 목사들이 번갈아 가며 십자가를 지고 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길자연(왕성교회) 엄신형(중흥교회)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최성규(순복음인천교회)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목사들이 고뇌에 찬 얼굴로 커다란 십자가를 번갈아 지고 갈 때, 이들의 행렬을 지켜본 여성 교인들은 발을 구르며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이들의 눈물에는 십자가 행진을 보며 예수의 고난을 되새김하는 신자의 신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스타' 목사를 좇는 '팬' 교인의 순진한 절규일 수도 있다는 '못된' 생각이 들었다. 일부 교인들이 오열하면서 부르짖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목사님, 어떡해."

예수님 대신 목사님을 찾는 교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목사들이 지고 간 십자가였다. 행사 관계자는 "2000년 전 예수님이 지고 간 십자가와 거의 같은 크기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예수님의 고난을 철저하게 되새김하려는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실제 십자가는 상당히 컸다. 어쩌면 예수님이 지고 간 것보다 더 무거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큰 차이점 하나가 있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 없었던 바퀴가 목사들의 십자가에는 달렸다.

바퀴 달린 십자가를 보는 순간, 우리 시대의 죄악을 짊어진 듯 십자가를 끌고 간 목사들이 예수를 흉내만 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또 다시 '못된' 생각을 하며 탄식했다. 십자가의 흔적을 지닌 '제자'는 어디에 숨었는지 찾기 힘들고, 부활의 영광만 탐하는 '종교인'만 잘 나가는 세태는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이렇게 변함이 없을까.

바퀴는 아스팔트와 잘 어울리는 인간의 지혜가 깃든 작품이다. 누가 생각했는지 참 기특한 발상이다. 존경하는 '어른' 목사님들이 힘들까봐 걱정하는 마음에 달아드렸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랬다면 갸륵하고 충성스런 생각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보인 존경과 충성이 오히려 어른들과 하나님까지 욕보인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 이화네거리에 도착한 십자가 행렬. 군중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어른' 목사님들도 그렇다. 평지인 대학로 아스팔트에서 쭉쭉 잘도 나가는 십자가를 지고 당황스러워 했어야 했다. 바퀴를 설치한 일에 분노하고 바퀴를 떼거나 십자가를 거꾸로 지고 가길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태연히 걸어갔다. 그렇게 1km 정도 십자가를 번갈아 메고 가다가 이화네거리에 다다랐을 때, 그들을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일부는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들이 걸어간 대학로 아스팔트는 예수님이 걸어간 골고다 언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예수의 십자가 행진 뒤에는 죽음이 기다렸지만, 이들의 퍼포먼스 뒤에는 화려한 고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올해 부활절에는 한국 교회가 십자가에 바퀴를 다는 '편리함' 대신 예수님일지도 모르는 약자들을 찾아가는 '불편함'을 더 좋아하기를 기도한다. 고급 승용차의 화려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퍼포먼스를 벌이기보다 늘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예수의 길을 따르는 제자가 늘어나기를 기도한다. 그들의 화려함을 좇고 광고하기보다 약자 '예수'를 돌보는 숨은 '사마리아인'을 찾아 이들의 소식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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