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적 평가 통해 목회자 후보 선발... 품성과 주변 평가 중요시

국내 개신교단이 목회자 후보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과정은 대체로 일반 대학교육의 제도를 따라가고 있다. 외국의 다른 교단이나 가톨릭은 어떤 방식으로 목회자가 될까.

가톨릭은 중학교 때부터 후보생 발굴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양성은 대교구에서 운영하는 신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서울대교구의 신학교 외에도 각 지방 교구마다 신학교가 개설되고 있는 추세인데, 지방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직자가 되는 길은 자신이 소명을 느끼거나, 성직자를 비롯한 교회 내의 권유를 통해 시작된다. 보통 중학교 1-2학년부터 교구별로 개설된 예비신학교에 등록하여 고등학교 2학년까지 신앙적 소양교육을 받는다.

신학교는 6년제인데, 가톨릭 사제가 되려면 군복무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신학교 과정이 10년 가까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흥미로운 것은 동기들이 군복무를 하는 동안 다른 신학생들도 사회봉사나 현장파견 과정 등을 하면서 이들이 복학할 때까지 사회경험을 하면서 기수별로 보조를 맞춘다는 것이다.

신학교 재학 중에 독서직(설교를 할 수 있는 직), 시종직(미사 일을 도울 수 있는 직)을 거쳐 부제(副祭)가 되고, 1년 정도 지나면 사제(司祭)로 서품된다. 통상 신학교 입학생의 30% 이상이 과정 중에 탈락한다고 한다. 부제나 사제 서품 시에는 대상자가 다니던 본당에 공고가 붙는다.

'누구누구가 이번에 서품을 받게 되는데 이와 관련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제기를 하라'는 내용이다. 이런 방식으로 가톨릭의 성직자가 되는 과정은 끊임없이 교회 성도들과 성직자들의 관심과 관찰 아래 진행이 된다.

성공회, 목회자 품성을 최우선으로

한국 성공회 쪽의 신학교육 과정은 성공회대 신학대학원(MDiv)을 마치고 안수를 받는 것으로 일견 다른 교단들과 큰 차이는 없다. 성공회대 부총장 양권석 신부에 의하면 성직 예비자들은 이미 교구차원에서 상당히 걸러진 상태에서 지원을 하고, 입학 때 학교 면접 외에 교구 성소위원회의 면접을 따로 거치면서 성직자로서의 적합성을 평가 받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선발된 신대원생은 학교나 교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아서 학비와 기숙사비를 해결한다.

영국 성공회가 예비 목회자를 선발하는 과정을 참고로 살펴보면, 교구 단위로 2-3일간 후보자들과 주교(bishop)를 비롯한 선발위원들이 함께 숙식을 하며 후보자를 만난다. 이때 개별 심층면접과 더불어 인성, 공동체성, 리더십 등을 살펴서 뽑힌 사람이 신학교로 간다. 꼭 교육수준이 높다고 선발되는 것도 아니다.

해당 교구의 다양한 성도 구성을 반영해서 계층적으로도 상층 엘리트에서 노동자 계급까지, 연령적으로는 20대 초반에서 50대 정도까지 폭넓게 뽑는다. 이들은 선발된 후부터 '예비 목회자' 신분이 되어 해당 교구가 이들의 학비와 가족 전체의 생활비를 책임진다. 영국 성공회의 목회자는 그 사회의 중산층 정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로 급여와 사택, 차량 등이 지원된다.

한국 개신교의 안전 문제와 직결

가톨릭이나 성공회나 다 교구 단위로 묶여지고, 주교를 정점으로 한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체계가 있다는 점이 국내의 다른 개신교회와 다른 점이다. 국내 주요 개신교단의 경우, 목회자가 되거나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목회자 개인의 '고독한' 결단과 선택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비유를 들자면 가톨릭이나 성공회의 경우는 중앙집권적 체제의 개입으로 목회자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고, 다른 개신교단들은 시장경제 혹은 자유방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현실(시장)의 필요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힘들고 관료화되기 쉽다는 문제가 있겠고, 후자의 경우는 무한경쟁 구도가 결국은 강자독식(독과점)으로 파행화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스스로 목회자 '과잉공급'이나 '가수요'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신학교 외에 교구와 교회의 지속적인 연결고리가 있는가도 다르다. 개신교 교단에서는 목회자 후보의 선발과 훈련이 거의 신학교 시스템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더 철저하고, 더 섬세하게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신학교육 체제에 구멍이 났다는 말은 즉각적으로 한국 개신교회란 큰 배의 안전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안전의 문제에서만큼은 엄격함이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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