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원로목사 회개 매우 진지했다”…6월에도 원로목사 회개 이어져

조용기 강원용 김창인 등 교계 원로급 지도자들이 회개 고백을 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4월 월례기도회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상징적인 인물들이 그런 자리까지 섰다는 데 의미를 두는 반응에서 추상적이고 열매 없는 회개였다는 혹평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기독교계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리가 됐던 국가조찬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회개기도회를 기획했다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를 만나 이번 회개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김 목사는 원로목사들의 기도가 매우 진지했고 구체적이었으며 "그 정도면 족하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개 기도회를 열게 된 계기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은혜를 받아서였다고 했는데.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 ⓒ뉴스앤조이
국가조찬기도회 때 분위기가 매우 긍정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에 보이지 않던 겸손하고 자성적이면서 기독교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였다. 정치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교회도 낮아지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나와 다른 입장도 수용하려고 하니 여러분의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라져 있던 교계 지도자들도 그 날은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날 설교를 맡았던 최건호 목사는 “다 내 탓이다, 우리 탓이다”는 얘기를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국 교회가 자성하고 참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중표 이정익 손인웅 목사와 손봉호 총장에게 연락해 우리가 자성하고 고백하는 모임을 가지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찬성해 바로 그 날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할 수 있겠나 싶어 원로목사들이 자기 잘못을 고백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보고 세 원로목사에게 연락했다. 김창인 목사는 첫 마디에 "가야지요"라고 답했고, 강원용 목사는 건강 때문에 어려웠지만 응답했다. 조용기 목사도 두 말 않고 답해 이틀만에 다 결정됐다.

조찬기도회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 후 교계 차원에서 화답의 성격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개신교계가 정부와 긴장관계에 있었는데 조찬기도회 이후 관계는 어떤가.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지난해 말 경 많이 권면했다. 기독교가 (사회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데 (정부가) 좀 수용하고, 과거 정권에 대해서도 비판만 하지 말고 수용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고 권면했다. 그 이후 대통령이 브라질 순방 후 확 바뀌었다. 상당히 분위기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한나라당도 끌어안고 과거 정치도 인정하고 박정희 정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했다. 그래서 교계 안에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교계는 아직 대립하고 있으니까. 진보 보수가 서로 네가 틀렸다고 하지 말고 내가 잘못이다, 이렇게 해야 부드러워질 수 있으니까.

회개 발표할 원로목사를 강원용 김창인 조용기 목사로 선정한 이유는.

김창인 목사는 예장합동 목사로서 많은 공헌을 했는데, 본인이 고백한 것처럼 한국교회적으로 문제도 지닌 분이다. 강원용 목사는 기장 진보측의 대표자인데 비판도 들어온 분이고, 조용기 목사도 한국교회·세계적으로 많은 공을 세운 분이지만 그동안 비판도 받았고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많은 일을 했으면서도 문제도 있어 (회개기도에) 적절한 분들이었다.

이번 회개기도회를 기획한 입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참석자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기도도 아주 진지했다. 하나의 형식이나 쇼가 아니라 진지한 회개 고백과 기도였다. 하나님이 받으실만한 상한 고백과 제사였다. 이후에 여러 사람들이 "이제 시작입니다. 회개운동이 앞으로 계속돼야 한국교회가 삽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언론이나 인터넷 여론에서는 박하게 평가한다.

다 쇼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기독교의 본질을 잘 모르면 피상적으로밖에 볼 수 없으니까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을 지닌 사람이라면 함부로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북한이든 무슬림이든 조금이라도 회개하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봐야지 가짜고 위선이라고 얘기하면 안 된다. 또 그냥 한번 회개로 그치는 게 아니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 날 설교한 방지일 목사도 회개의 열매를 맺지 못하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는 소홀한 면이 있다. 열매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데, 극단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예수님 이상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4월 8일 열린 회개 기도회. ⓒ뉴스앤조이 신철민
회개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자신의 회개보다 한국교회 전반에 대한 회개였다는 지적이 있다. 교계 지도자라면 개인의 수치스러운 부분에 대해 한마디라도 말해야 할 책임이 있지 않나.


15분 동안 그 정도 한 것으로 족하다. 그 이상 주문하면 인위적인 것이 된다. 손봉호 총장은 조용기 목사의 고백이 상당히 진지하고 구체적이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한국 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사람이 그만큼 평가했으면 됐다. 싸구려 은혜, 정욕대로 산 것, 사회악에서 눈을 돌린 것, 이런 내용이 뭘 말하는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매우 깊은 내용이다. 알 사람은 다 안다. 값싼 은혜에 안주했다는 것은 십자가의 고난을 망각했다는 것으로 어쩌면 순복음 신학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다. 육신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도 다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 이상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이것 잘못했고 또 이것 잘못했고… 이럴 필요가 없다. 사회악과 사회 불의에 대해 비겁했다는 것은 군사독재시절에 대한 얘기다. 자기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이상 구체적일 수 없다. 아들에게 뭘 주고 또 뭘 어떻게… 그런 것은 유치하고 오히려 빗나갈 수 있다. 김창인 목사도 교만과 정죄, 후계자 문제 등을 잘못했다고 했는데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내 아들이 이랬는데…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덕이 안 될 수 있다. 강원용 목사는 보다 넓게 회개했는데, 그 분 나름대로 보면 그 정도도 대단한 것이다.

회개기도회 후속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원래 5월13일 기도회에 두 가지 안을 계획했는데 둘 다 변경됐다. 하나는 원로목사에 이어 현역 중견 목회자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교단 및 연합기구 대표들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개인의 사정과 개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의 사정상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 회개는 아무나 쉽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현역 목회자들이 하기에는 회개라는 게 너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원로목사들은 우리 다같이 세상 떠날 날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이니까 할 수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어거스틴 칼빈 프랜시스도, 주기철 한경직 목사도 말년에 철저하고 진솔한 회개를 많이 했다. 그래서 다시 원로로 하기로 했다. 부흥사 중에 원로 신형균 목사, 신학자 원로 이종성 박사, 원로 목회자 림인식 목사, 여성 교역자 원로 주선애 교수가 발표하기로 했고, 기도는 이중표 박종화 목사, 손봉호 총장이 하기로 했다.

한기총에서 대각성집회 열 예정이다. 2007년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계속 회개 대각성 등의 단어가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회개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디든 겸허한 자성의 모임은 좋다. 그런데 지난해 있었던 한기총 통곡기도회에 대한 반응은 진지한 기도가 아니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회개기도회는 너무 크게 대형화할 필요가 없다. 대형으로 할 때에는 인위적 형식적인 기도회가 될 우려가 있다. 회개에는 제물이 필요하다. 회개운동은 누군가가 시작해서 일어나는 것이지, 다같이 하자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다. 대형집회로 일어날 때에는 그게 잘 안 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개교회에서든 모든 교회나 기관에서 그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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