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과거사 청산 동의…한기총, "시기상조" 신중론

   
▲1945년 8월17일 평양 산정현교회에 모인 출옥 교인들. 뒷줄 왼쪽부터 조수옥 주남선 한상동 이인재 고흥봉 손명복. 앞줄 왼쪽부터 최덕지 이기선 방계선 김인희 오영선 서정환. ⓒ뉴스앤조이
1948년 8월 제헌국회는 일제 36년 동안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행위 처벌법 기초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설치했다. 이어 9월에는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과시킨다. 이 법에 따르면 △국권피탈에 적극 협력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제국의회 의원이 된 자는 최고 무기징역 최하 5년 이상의 징역 △독립운동가 및 그 가족을 살상·박해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징역 △직간접으로 일제에 협력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재산 몰수에 처하도록 했다.

위원회 설치 초기에 의욕적으로 일하던 반민특위는 이른바 국회프락치 사건과 친일 경찰의 반민특위사무실 습격 사건을 겪으면서 와해되기 시작했다. 국회프락치 사건이 친일파를 척결하는데 주도 세력이었던 소장파 의원들을 간첩 혐의로 체포함으로써 반민특위를 위축시켰다면, 반민특위 산하 특경대를 습격한 경찰은 반민특위의 폐기법안을 통과시키게 함으로써 민족 반역자에 대한 처벌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구체적 계획은 없고 '논의 중'

   

▲백도웅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앞의 경우에서 보듯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 친일파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왔다. 범위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최근 만들어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을 보여주는 예다.

한국 교회의 과거사를 취재하면서 만난 취재원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안에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이 많았다. 장신대 김인수 교수(무슨 과)는 일부 목회자의 친일 행위에 대해 당사자들이 직접 구체적인 회개를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생존한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 총무 백도웅 목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 대표회장 최성규 목사) 등 연합 기관이 나서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제안에 대해 KNCC와 한기총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KNCC는 일단 과거사를 청산하자는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거사청산위원회’ 같은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백도웅 총무는 “죄책 고백과 회개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특별위원회는 구성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가 해방 60주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여러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고, 그 속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과 정립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KNCC 교회와사회위원장 문대골 목사는 과거사청산위원회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내부에서 논의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일뿐만 아니라 군부독재 시절 있었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말로만 잘못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반적인 과거사 문제를 논의할 정책협의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보아야

   
▲최성규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한편 한기총 입장은 KNCC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최성규 목사는 “한기총 역사가 15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최 목사는 과거사 청산을 이야기하면 모두 나쁜 것만 끄집어낸다며 “사건 속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고 무조건 과거사 청산만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 최 목사의 생각이기도 하다. 

 목사는 민주화운동을 예로 들었다. 당시 인권운동만 했던 목사들이 기도는 언제 했겠느냐며 그 사람들도 교회 부흥에 신경쓰지 않은 잘못은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의 주장은 기독교 단체들은 기도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만약 그들을 비판하려면 비판하는 사람들의 잘못(교회 부흥을 위해 힘쓰지 않은 일)도 같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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