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조부 친일 행각 '양심선언'…교회 연대해 헌의안 상정 계획

   
▲ 조부의 친일 행각을 회개한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뉴스앤조이 주재일
대표적인 진보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김동원 목사)에서도 일제 부역에 대해 교단적 참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린교회(목사 조헌정)는 2003년 서울노회에 '죄책 고백 선언'을 헌의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여러 교회와 연대해 다시 헌의할 예정이다.

2003년, 기장이 50주년을 맞이하자 향린교회는 죄책을 고백하는 제안을 서울노회에 올렸다. 헌의안은 △기독교인이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를 하고, 중일전쟁 및 태평양전쟁 등 일제의 침략 전쟁을 지지하고 협력한 죄 △해방 후 분단 상황과 한국전쟁 때 휴전에 반대하고 북한 정권을 악마시하여 동포까지 적대시한 후 그들의 멸망을 염원한 죄 △베트남전쟁에 정부가 군대를 파병하여 고귀한 목숨을 희생시키며 무고한 양민까지 학살하는 잘못을 저지를 때 이를 지지하고 후원했던 죄를 하나님과 민족, 특별히 북한 동포와 베트남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회에 헌의했으나 기각

그러나 노회는 이 헌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 가지 제안 모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비록 죄책고백 선언은 노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향린교회에서는 의미 있게 진행되었다.

홍근수 목사에 이어 부임한 조헌정 목사가 2003년 8월10일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주일을 맞아 설교 시간에 조부인 조승제 목사의 부일 행각을 열거하며 "할아버지가 민족과 교회 앞에 저지른 죄를 고백한다"라고 밝힌 것이다.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조승제 목사는 평양신학교 이사를 거쳐 목포성서신학원 원장을 역임했고, 기장 총회장과 한신대 이사장까지 지낸 기장의 '어른'이다. 조헌정 목사는 "겉으로 드러난 경력 뒤에는 부일과 신사참배라는 부끄러운 경력이 숨어 있다"며 할아버지의 친일 행각을 지적했다.

조 목사에 따르면, 조승제 목사는 194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31회 총회 때 필승기념선언문을 낭독하고, 이듬해에는 일제가 만든 어용교단인 일본기독교조선장로교단 창설에 협력하여 목포지역 의장으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1944년에는 일본기독교조선장로교단 의장과 전남 교구장으로 일했다.

조승제 목사의 부일 행각에 대해, 조헌정 목사는 "당시 많은 목사들이 일제에 항거한 이유로 투옥되고 처형당한 것을 생각할 때, 현실과 타협해 일제가 저지른 전쟁의 승리를 기원한 할아버지의 부일 행각은 민족의 지탄이 되는 중차대한 죄"라고 고백했다.

가족은 과거 공개에 반대

조헌정 목사의 고백을 두고 가족 가운데 일부는 세월이 60년이나 흘렀고 이미 3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의 과거를 굳이 들추려 하느냐며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목사는 향린교회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 사학자로부터 조부의 친일 행각이 담긴 자료를 건네받고는 양심을 속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친일을 비롯해 친미, 베트남 참전 등 한국 교회의 과오는 개인이나 가족 회개로 끝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2년 전 노회에서 기각되었지만 올해 다시 '죄책 고백 선언서'를 상정할 계획이다.

대신 이번에는 뜻을 같이하는 여러 교회들과 의견을 조율하려고 한다. 향린교회의 제안에 교회 몇 곳이 응할지, 서울노회가 헌의안을 받아들일지, 교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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