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간 교류는 표면상 활발…교인 대다수 여전히 대화 꺼려

   
▲ ⓒ뉴스앤조이 신철민
최성규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 한기총)는 지난 4월8일 강원도에 있는 낙산사를 전격 방문했다. 최 목사의 방문 이유는 강원도 양양에서 일어난 산불로 인해 불에 탄 낙산사의 정념 주지 스님을 만나 위로하기 위해서다. 최 목사는 10여 분간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정념 주지 스님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고, 정념 스님 역시 고마움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 교회의 보수적인 입장을 줄곧 견지해온 한기총 수장이 사찰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성규 목사는 낙산사 방문으로 인해 양양 지역에 있는 일부 목회자들의 불평을 듣게 된다. 불평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양양 지역의 목회자들)는 선교를 위해 불교와 싸우고 있는데 기독교계의 지도자가 사찰을 방문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최 목사는 불교는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없다고 종교는 아편이라고 말하는 공산당과도 대화하는 형편인데, 불교나 유교와 대화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석탄일, 성탄절에 화환 교환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덕수교회(목사 손인웅) 역시 4~5년 전부터 석가탄신일을 맞아 같은 지역에 있는 사찰인 길상사(법조 스님)에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는 내용을 담아 꽃을 보냈다. 성탄절도 마찬가지다. 길상사 법조 스님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내용을 담은 화환을 보내온다.

올해 석가탄신일을 맞아서는 아예 손인웅 목사를 길상사로 초청했다. 5월15일 석가탄신일 행사로 열리는 '길상음악회'에 교인들과 함께 참석해 달라는 것이다. 손 목사는 "그날이 마침 주일이라 참석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인근 사찰과 덕수교회 간의 교류는 오래되었지만, 손 목사의 진짜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다종교 사회에서 불교는 싸움의 대상이 아닌 대화의 상대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교인들의 마음이 손 목사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상사는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플랜카드를 경내 입구에 걸어놓지만, 덕수교회는 그렇지 못하다. 거기까지 교인들이 용납할 수 있을지 손 목사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월정사가 주최한 축구 대회에 지역 목사들이 참석한다는 신문의 보도가 있었다. 스님과 목사의 축구 시합이라는 생소한 주제 외에도 종교간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축구 대회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님과 목사의 축구 경기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목사들이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날 불참을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교인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다는 것이었다. 특히 축구 경기에 참가한다고 이름이 언론에 난 목사는 교인들의 집중 포화를 맞아야만 했다. 결국 경기는 급하게 만들어진 지역 유지들과 치러야 했다.

교인 반발로 축구 시합 취소

이번 사태가 벌어진 후 경기를 주선한 월정사측 입장은 난처해졌다. 축구 경기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안 네티즌들이 목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월정사의 한 관계자는 "(축구 경기가 무산된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평창군 주민 역시 "그동안 평창군은 학벌이나 출신지역 등으로 인해 지역 사회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라며 "스님과 목사들의 축구 시합이 이런 지역의 분위기를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라고 말해 경기가 무산된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주민은 "차라리 천주교 신부들과 축구 시합을 했으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며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기독교만의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앞의 경우에서 보듯 종교간, 특히 불교와 개신교간의 교류는 표면적으로는 활발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밑바닥까지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불교와 개신교의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이들끼리는 대화를 비롯한 교류가 활성화한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목사와 교인들은 불교와의 대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이 사실이다.

<뉴스앤조이>가 지난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1주일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이런 분위기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모두 1359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네티즌들은 ‘기독교가 석가탄신일을 맞아 불교계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7.5%에 달하는 781명이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찬성은 534명으로 39.3%에 그쳤다.

왜 이런 간극이 생기는 것일까. 손인웅 목사는 목회자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목사들이 교인들에게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성만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성규 목사 역시 그동안 목사들이 교인들을 보수적으로 키운 탓이라며 목사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신앙운동과 시민운동을 구분하지고 말한다. 신앙운동은 기독교인만 하면 되는 것이고, 시민운동은 종교 나이 성별 등을 차별하지 않고 뜻이 맞으면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종교만 고집할 수 없는 시대"

다른 한쪽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하는 것이 종교간 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법안 스님(조계종 기획실장)은 "서양 종교(기독교)와 동양 종교(불교)는 이미 개념 자체부터 다르다"라며 "나와 다르기 때문에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대화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광수 목사(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총무)는 불교와 개신교간 대화를 확대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종교 시대에 한 종교만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종교가 평화를 이루는데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기독교계가 석가탄신일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는 일 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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