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이 나선 것에 의혹 제기…은퇴 조항도 삭제할 듯

   
▲ 조용기 목사의 은퇴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순복음교회와 조 목사는 함구하고 있다. 사진은 2002년 청소년 카페 개소식에 참석한 조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지난 5월19일 <국민일보> <한겨레>를 비롯한 5개 일간지에 조용기 목사의 은퇴 철회를 촉구하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총회장 서상식 목사) 성명서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기하성은 이 성명서에서 △조용기 목사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도로 부름 받은 금세기의 큰 목회자이며 △세계하나님의성회 총재로서 국경의 문턱을 넘는 민간대사로 크게 활약한 바 있고 △교단이 어려웠던 시기에 총회장을 맡아 10여 년간 교단을 성장 발전시켰으며 △세계 최초로 복음 실은 <국민일보>를 창간해 문서 선교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 일각에서는 성명서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총회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목사가 5월18일 뉴욕교회협의회(CCCNY)에서 메달리온 상을 수상한 상황에서 은퇴 철회 논란으로 여론이 좋지 않게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하성 교단 헌법은 '담임목사의 경우 교회가 원할 경우 75세까지 시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왜 교회가 아닌 교단에서 조 목사의 은퇴 철회를 촉구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물론 많은 기하성 교단 목사들이 조 목사 제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은퇴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정작 교회 내부에서는 입장 표명이 없는데 교단이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은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개정해 은퇴 조항 삭제할 듯

가장 설득력을 얻는 시나리오는 조 목사가 은퇴를 철회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기하성 교단 목사 가운데 앞으로 1~2년 내에 70세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 교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퇴 규정을 두지 않도록 헌법을 개정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 백종국 오세택)가 항의 방문했을 때, 한 목사는 기자에게 "조만간 은퇴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교회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조 목사는 자기와 나이가 비슷한 일부 장로에게 "내가 은퇴할 때 같이 물러나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회내 기득권 세력들이 조 목사의 은퇴를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회 내부는 조용하기만 하다. 뉴욕 성회에서 지난 5월26일 귀국한 조 목사가 은퇴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장로들도 일단 조 목사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장로들이 조 목사의 은퇴 철회를 건의할 수도 있다. 교인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은퇴 철회를 촉구하면, 조 목사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 목사가 은퇴하게 된다면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누가 맡을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교회 내부에서 몇몇 후계자 그룹이 떠오르고 있지만, 설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오는 12월께 후계자 선정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구성될 것으로 보였지만, 은퇴 철회 촉구 성명서라는 돌발 변수가 어떤 작용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또한 조 목사의 교회 장악력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도 후계자 선정이 어려운 이유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현재 조 목사의 장악력이 10년 전에 비해 30%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포스트 조용기'가 되기 위해서는 조 목사의 뜻뿐만 아니라, 1천5백여 명에 달하는 장로 마음도 얻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는 조 목사가 후계자 2~3명을 지목하고, 장로들이 선출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장로들 역시 이해 관계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에 후계자를 예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포스트 조용기' 찾기 힘들어

만약 조 목사가 교단 요구를 받아들여 은퇴하지 않는다면 내부보다는 외부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 시선이 곱지 않다. 사회에서는 60세 은퇴가 정착되는 분위기인데, 교회에서 75세까지 한다는 것은 사회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조 목사의 은퇴 여부는 그의 손을 떠났다. 그만큼 조 목사의 영향력이 한국 교회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도 크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조 목사는 올해 초 열린 당회에서도 70세에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그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70세에 은퇴할지, 교단 요구대로 은퇴를 철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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