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주기도 새번역안을 재번역하겠다고 나섰다. 여성들 입맛에 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뜯어고치겠다는 게 아니라, '당신'을 '아버지'로 번역해 세 번이나 첨가한 부분이 하나님에 대한 가부장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으니 그 부분을 바꾸든지 빼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번역안을 내놓은 쪽에서는 '아버지'란 단어가 하나님의 부성이나 남성성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거기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2월6일 주기도 새번역안이 발표된 후 지난 6개월 동안 여성을 포함시켜 재논의하자고 요청하다 포기한 여성 단체 한 실무자는, 실제로 주기도 새번역 논의구조에 여성이 참석했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성이나 양성 평등적 관점을 가진 남성이 다수가 들어가면 몰라도, 오히려 여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명분만 쌓아주기 십상이었을 것이라며 여성에게 척박한 교계 현실을 털어놓았다.

여성들은 주기도 새번역안을 각 교단 총회에서 채택하지 않고, 여성 단체가 내놓는 대안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단 담당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로비' 작업에도 착수했다. 말이 로비지, 여성단체 이름으로 총회에 헌의안조차 낼 수 없는 구조에서 우리 목소리 좀 들어달라고 이해시키고 대화하는 게 전부다. 아무도 알아서 여성들의 지위를 보장해주지 않는 교계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느라 여성들은 쉴새없이 바쁘다.

혹자는 한국 교회의 급격한 부흥이 남편과 자식의 축복을 위해 철야기도·헌금·전도 많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요구받은 아줌마그룹을 기반으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교인의 70% 이상인 여성들을 교회가 과연 동역의 주체로 대하고 있다면, 하나님에 아버지를 굳이 붙이는 것에 반발하는 여성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주기도문을 재번역하겠다는 것이다. 여성만을 위한 주기도문이 나올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략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성끼리 만들었으니 여성들이나 쓰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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