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함께, 대안 청소년캠프 / 인권 주제로 영성집회 여는 김기석 목사

여름 수련회를 보면 '뜨거운 체험'을 강조하는 부흥회 일색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뜨거움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수련회가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열린다. 성적과 입시라는 가시적인 목표보다 '존재의 목적'을 고민하는 인권·평화·통일 등 색다른 화두를 던지는 청소년 평화캠프다.

   
▲김 목사는 이번 평화캠프에서 통성기도 대신 아룀과 들음이 조화를 이루는 '듣는 기도'를 학생들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이사장 윤문자)과 기독교대한감리회 교육국(총무 김영주)이 8월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간 강원도 홍천 은현교회 수양관에서 개최하는 이번 평화캠프는 기존 수련회 풍토에 대해 '일회성 이벤트로 탈역사적·근본주의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학생들도 당시는 뜨거워 보이나 돌아와서는 허무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반성과 지적을 담고 대안 수련회로 시도하는 것이다.

한풀이식 기도보다 '듣는 기도' 필요

이번 수련회에서 영성집회를 인도하는 김기석 목사(50·청파교회)는 그동안 학생들을 데리고 연합 수련회에 다녀올 때마다 또다시 학생들을 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불편했다고 전한다. "아이들에게 뜨거움만 체험하게 하느라 생각 없는 신앙을 길러낸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즉 청소년기에는 체험 못지 않게 사유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한데, 청소년들이 신앙적 주체로서 내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만 반응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쉽게 식어 감정적 기복만 심어줄 뿐 청소년들을 신앙의 주체로 서게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 목사는 "성경공부를 하다 뜨거워지면 찬물을 끼얹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김교신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이 수련회만은 '찬물 끼얹는 수련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그래야 뜨거워진 그 신앙이 흔들리지 않는 신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체험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부채질하는 것 좋지 않기에 적절히 균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신앙생활 초창기였던 청년시절 의심나는 게 많아서 교회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봤을 때 어른들이 한결같이 '너 시험 들었구나'라고 반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청소년들이 마음껏 생각할 수 있도록 마당을 깔아주고 싶다고 밝힌다. '회의의 여지가 없는 신앙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믿는 김 목사는 아이들이 던져오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보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묻겠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성경을 보면 어른들보다 훨씬 창의적인 해석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한국 기독교 교육이 이것만이 정답이야, 라고 아이들을 가두고 천재들을 죽이고 있다"면서 "잘못된 생각일지라도 마음껏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들어주는 게 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수련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순서 중 하나가 통성기도다. 평화캠프가 뜨겁지 않겠다고 해서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 목사는 아룀과 들음이 조화를 이루는 기도를 학생들에게 소개해줄 계획이다. 김 목사의 비유를 들자면, 우리는 기도할 때 자기가 구하는 기도만 주욱 늘어놓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 뜻을 듣고 우리의 생각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게 기도인데, 일방적인 한풀이식 기도가 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 소리 높여 아뢰는 기도도 필요하지만, 그 다음에는 들음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에게 인권을 주제로 설교할 예정인 김기석 목사. 한두 명이라도 도전 받으면 그걸로 족하단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듣는 기도는 방언과 통성기도에 익숙한 한국 기독교인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낯설고 쉽지 않은 과정이다. 끊임없이 말로 간구하지 않으면, 무수한 잡념이 우리를 사로잡게 된다. 그러나 김 목사는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듣겠다며 하나님의 현존 앞에 선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하나님은 분명히 역사하고 계실 것"이라면서 영성적 측면을 부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두 번 하고 그만 두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듣는 기도를 지속적으로 할 때 그 사람의 존재는 변하게 된다고 믿는다. 따라서 1년에 한두 번 수련회에서 승부를 보자고 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재미보다 의미를 찾겠다"

이번 수련회에서 김 목사는 '인권'이란 주제로 설교한다. 김 목사가 강조하는 인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각과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다. 김 목사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실현해가야 할 가시적인 목표는 있는데, 어떤 존재가 되겠다는 꿈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질문을 던져보겠다고 한다. 또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그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와닿게 되는 영성을 강조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학교 왕따,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편부모 자녀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상기시키고 싶다"고 밝힌다.

그런데 청소년들에게 인권 얘기가 얼마나 입맛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채식을 들이대는 셈이다. 텔레비전도 안 보고 요새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단어도 솔직히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김 목사는 "내가 설교하면 아이들을 다 졸게 만들텐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강력한 메시지에 유머감각과 노래실력까지 겸비한 인기 강사들이 쎄고 쎘는데  너무 안일한 태도 아니냐고 물었더니 의미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 더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적당히 웃으면서 얘기하지 않고 정색하며 얘기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꼭 전해야 하는 메시지를 전해서 한두 명이라도 도전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또 진정한 메시지라면 많은 아이들에게도 결국 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평화·통일 주제로 내·후년에도 계속

이번 청소년 평화캠프에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애니어그램·마음그림·미술치료·몸테라피 등 심리치료를 비롯해 국악예배·연극예배 등 다양한 형태의 예배, 그리고 청소년인권영화제·평화콘서트 등 문화적 장도 마련한다. 또 영성집회에서는 인권에 대해 성경적 시각을 배우게 되며, '예전으로 드리는 예배'를 통해 성찬식·세족식 등의 의미를 일깨운다. 청소년 평화캠프는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과 후년에도 평화와 통일을 큰 주제로 이어갈 계획이다.

참가문의 : 02-393-4662 홈페이지 www.gon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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