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합동, 출입 통제…기장만 '사형제 폐지' 등 대사회적 입장 제시

각 교단의 주요 정책과 과제를 결정하는 총회가 지난 9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한 주 동안 집중적으로 열렸다. 목사·장로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연상시키는 총대 배지를 달고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총회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정하고 싶든 그렇지 않든 한국기독교의 현주소가 보인다. '개 교회 당회의 상회는 노회이고 노회의 상회는 총회'라는 식의 수직적 구조 때문이 아니다. 가령 '하나님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와 같이 신앙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한순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총회에서 몇몇 교단은 출입을 통제하며 폐쇄적으로 진행했고 그럼에도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평신도가 총회를 긴장시켰다. 지난해 중간에 집에 가버린 총대들로 인해 정족수 미달로 정회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기장은 이번 총회에서 총대들이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적극적으로 회의에 임했다. 물론 초반부터 한두 가지 현안에 대한 논쟁으로 시간을 끌다 막판에 주요 안건들을 긴급히 처리하는 대다수 교단들의 버릇은 올해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총회 결과를 평가했다.

평신도의 요구도 들어 달라

   
▲ 예장합동 총회에서 시위를 벌이는 '올바른교단총회정착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뉴스앤조이 신철민
예장합동과 예장고신은 철저한 출입 통제 속에 총회를 열었다.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영입 논란으로 긴장감에 휩싸인 예장합동은 교회 입구에서 출입자를 일일이 확인해서 들여보내줬다. 양복 입고 명찰 단 총대들과 한복 입고 도우미 역할을 맡은 여성교인들이 있는 총회장에는 보도증을 소지한 기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었다.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영입 철회를 촉구하는 총신대 신대원생들과 예장개혁과의 합동을 반대하는 '개혁수호대책위원회'는 교회 마당에서 사흘 내내 각각의 구호를 외치고 피켓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한 김해복음병원 직원들의 단상 점거로 하루 늦게 총회를 개회한 바 있는 예장고신은 철통같은 경호로 시위대의 교회 진입을 막았다. 15명의 목사와 수십 명의 '청년'들을 '보안요원'(Security Man)으로 두고 총대 명찰과 방문증을 받은 사람에게만 출입을 허가했다. 이로 인해 여전히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김해복음병원 직원 10여 명도 총회장 진입에 실패했다. 고신대복음병원 노조원 10여 명은 '순수한 참관'을 약속하고 출입을 허가 받았다. 총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한석 목사가 목회하는 수영교회 교인 20여 명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이들은 10년 전 이한석 목사가 공동의회도 거치지 않고 교회 건물과 땅을 총회유지재단에 넘겼다며 교회 재산을 돌려놓으라고 시위했다. 몇몇 교인은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 번번이 보안요원에게 막히자 인분을 출입문에 투척했다.

기장 총회에서는 다른 교단과 달리 출입 통제가 없어 시위를 하러 온 사람들은 2층에서 자유롭게 참관하거나, 교회 마당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번 총회의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한신대 총장 선출 문제의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한신대 교수와 학생들은 수업도 빠지고 총회장소인 광주까지 내려와 참관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여성들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19명의 총대를 비롯해, 언권회원 자격 등으로 참석한 기장 여성들은 총회 기간 중 '여성 30% 할당제'라고 쓴 빨간색 티를 입고 다니며 틈틈이 남성목사들을 설득시켰다.

교단 돈 관리 '시끌'

   
▲ 9월 마지막 주간 열린 각 교단 총회를 들여다보면, 금권과 교권에 사로잡힌 한국기독교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각 총회에서 공통적으로 공방이 된 문제는 교단이 운영하는 연금재단·유지재단의 돈 관리였다. 예장합동은 몇 년 째 해결하지 못한 채 끌어온 은급재단 기금 60억 원 불법대출 건을 논의했으나, 이번 총회에서는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영입 문제에 가려 충분한 토론 없이 처리됐다. 은급재단이사회 측은 내년 3월까지 60억 원을 환수하겠다고 약속했고, 총대들은 별 논란 없이 내년 3월까지 더 기다려보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은급재단 이사진 전원 사퇴 여부도 내년 3월 기금 환수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예장고신에서는 은급재단이 10억여 원을 들여 제주도 귤 농장을 구입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은급재단은 "금융기관의 이자만으로는 자본 증식에 한계가 있어서 구입했다"며 "충분히 살폈고, 시기도 적당했다. 이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우선 첫 걸음으로 이 투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대들은 "그럼 은급재단이 귤 농사를 하겠다는 거냐. 나중에 비싼 값에 되팔려는 투기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후 은급재단 이사들과 총대의 논쟁은 '투기'냐 '투자'냐에서 수익성이 있느냐 하는 주제로 번졌다. 은급재단은 수익성이 높다고 설득했지만, 총대들은 "오를 것을 예상하고 샀다가 폭락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결국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감사를 받는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기장은 유지재단이 교회를 담보로 대출 받은 사실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유지재단은 이수교회를 담보로 10억 원을 대출 받아 일산에서 교회를 인수하는 일에 빌려줬다. 이 과정에서 대출 승인을 위해 제출한 서류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 총대들은 "투명하지 않게 행정 처리하는 유지재단에 안심하고 교회 재산을 맡길 수가 없다"며 유지재단 운영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유지재단이사회 측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관행에 따른 처리'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총회회관으로 매입한 아카데미하우스 내에서 외부 기업에 위탁해 호텔 경영을 하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수익 사업은 본래 용도와 맞지 않다는 것과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보증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 등이 나왔고, 이를 교단본부가 '참고한다'는 것으로 결론 났다.

이단 옹호 언론을 조심하라

   
▲ 평강제일교회 영입 반대 시위를 벌이는 총신대 신대원생들. ⓒ뉴스앤조이 이승규
교단마다 이단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이번 총회의 특징 중 하나였다. 예장합동에서는 이단 시비를 받고 있는 박윤식 원로목사의 평강제일교회 영입이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됐다. 이미 평강제일교회 영입을 결정한 서북노회에 대해서는 오는 10월 30일까지 영입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서북노회가 자동 해체된다는 단서조항까지 붙였다. 일부 총대들은 지금 당장 서북노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회석상에서 몸싸움까지 벌였던 서북노회장 박충규 목사는 "노회 해체는 행정 재판 없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항의했다. 이번 결정은 "장자 교단이 짬뽕 교단으로 욕먹고 있다"며 평강제일교회 영입을 적극 반대한 '총회현안비상대책위원회'의 승리로 비쳐진다. 여기에는 김도빈·한명수 목사 등 전직 총회장은 물론 옥한흠·길자연·오정현 목사 등 예장합동 중진들이 대거 참여해 총회 주류의 논의 흐름을 이끌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은 '예수왕권세계선교회'(회장 심재웅)에 대해 "이단성이 농후하다"고 판정했으며, 교계언론인 <크리스챤신문>을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했다. 예장통합은 <크리스챤신문>에 대해 "'하나님의교회안상홍증인회' '신천지교회' '이재록' 등을 옹호하는 기사와 광고를 수차례 실어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목회자들이나 성도들이 글을 게재하거나 광고를 내어 후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고 발표했다.

예장고신은 유사기독교연구위원회의 이만희 씨(무료성경신학원 시온기독교신학원)에 대한 이단 규정 청원을 받아들였다. 유사기독교연구위원회는 "이만희 씨는 자신이 '직통 계시자'이며 '보혜사'라고 주장하는 등 정통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난 이단적 사상을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기장, 사형제 폐지 입장 발표

   
▲ 지난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잇따라 촉구한 교단들은 올해에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입장에 관심보이지 않았다. 기장만 사형제 배아복제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총회 기간 중 광주 망월동에 있는 518국립묘지에서 수요예배를 드리고 참배하는 기장 총대들. ⓒ뉴스앤조이 신철민
각 교단들은 지난해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격 발표한 일이 있다. 올해에는 특히 사형제에 대해 KNCC와 한기총이 상반된 입장을 펴고 있어 교단별 입장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교단 총회에서는 대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장은 총회선언서를 통해 "사형제 폐지가 성서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한기총 입장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사형제 폐지 주장을 내세웠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창조세계의 질서를 거스르고 모든 생명을 파국적 상황으로 내몰 수도 있다"며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기장은 또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항구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경계한다"며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간접적으로 반대했다. 최근 6자회담과 북핵문제와 관련,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 당사자들의 주체적인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예장고신은 교단 차원에서 특별한 결정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총회의 시국선언 결의가 예장고신의 신앙고백과 위배되지 않느냐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작년 예장고신 총회는 △친북·반미·좌경세력이 정국을 주도하는 것을 우려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세력 가운데 북의 지령에 동조하는 자를 가려내야 하고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하며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단이 고백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31장 4항 "총회와 공의회는 교회에 관한 사건 이외의 것은 취급하거나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충돌하지 않느냐는 헌의안이 올라왔으나, 이를 다룬 신학교육부는 특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이 안건을 기각했다.

한복 입은 여성 봉사 여전

   
▲ 교단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총회에 여성의 자리는 매우 미미하게 주어진다. 총회장 선출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기장 여성 총대. ⓒ뉴스앤조이 최소란
교단 내 주요한 논의가 이뤄지는 총회 석상에서 여성의 존재는 매우 미미하다. 교회에서는 여성이 교인수의 60,70%를 차지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여성총대는 기장 19명과 예장통합 6명뿐이었다. 기장과 예장통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성을 교단의 신임 임원으로 뽑아 여성들의 환호를 받았다. 기장에서는 안성례 장로가 부서기로 임명됐으며, 예장통합에서는 지난해 선임된 부회록서기 김희원 장로의 연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예장합동은 여집사들이 한복을 입고 총대들을 맞이했음은 물론 식사와 간식 제공 및 청소 등 온갖 봉사활동을 하는 관행을 그대로 보여줬다. 몇 년째 총회 때마다 여성안수를 요구해온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총대들에게 일일이 호소문을 돌렸다. 이들은 "이단으로 판정받은 평강제일교회 영입은 되면서, 여성안수는 왜 안 되냐"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예장통합은 임원인 부회록서기로 지난해 맡은 김희원 장로를 연임했다. ⓒ뉴스앤조이 김동언

올해 교단 총회에서 여성들의 가장 큰 이슈는 한기총과 KNCC가 공동으로 내놓은 주기도문·사도신경 새 번역안의 수용 여부였다. 그러나 주기도문·사도신경 새 번역안은 대다수 총회에서 부결되거나 보류됐다. 지난해 총회에서 한기총과 KNCC에 맡겨 주기도문을 새로 번역하기로 결의한 예장통합도 이번 총회에서 결의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거수투표에서 찬성이 2/3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예장합동은 1년간 더 연구한다는 보류 결정을 내렸고 예장고신도 보류하는 것으로 결정났다. 기장에서는 여성연대가 교단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지금까지지 새 번역안 채택을 공식 결의한 교단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와 대한예수교장로회(개신) 등 소수에 불과하다.

여성 관련 헌의안이 올라온 교단은 기장뿐이었으나, 기장 여성들이 촉구한 '여성장로 30% 할당제'는 결국 기각됐다. 그리고 여성위원회 신설 건은 헌법위원회가 1년 동안 연구한 후 재논의하기로 결정됐다. 또 교단 결의기구에 여성·청년의 참여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헌의된 장로교헌법연구를위한특별위원회 신설 건도 헌법위원회로 회부됐다. 이 안건을 심의한 김동원 정치부장은 "이미 설치된 신도위원회 내에 남신도회전국연합회와 여신도회전국연합회가 있기에 굳이 여성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으며, 여성위원회 일을 신도위원회가 대신할 수 있다고 보고 기각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여성장로 30% 할당제에 대해서도 "여성장로 30%를 규정해놓으면, 개 교회에서 여성장로감이 없을 때 이 문구 때문에 남성장로조차 뽑을 수 없다"며 "심정적으로는 동의하나 문구 때문에 동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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