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제일·광성 영입 철회 결정 사실상 이끌어 내…은급재단·기독신문은 '적당히'

   
▲ 예장합동 제90회 총회는 평강제일교회의 서북노회 가입 문제로 인해 다른 사안들은 묻혀버렸다. 사진은 많은 총대들이 평강제일교회의 영입 철회를 결정하려고 하자, 박충규 노회장이(가운데 얼굴 보이는 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신철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황승기 목사) 제90회 총회는 교단 역사에 분수령이 될만한 총회였다. 지난 수년간 교단을 어지럽혔던 정치세력들의 영향력은 이번 총회가 끝남과 동시에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옥한흠 목사와 길자연 목사가 공동대책위원장으로 있는 '총회 사태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번 총회에서 맹활약함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비대위와 기존 세력의 싸움은 총회 내내 계속됐다. 이들은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 쪽의 서북노회 가입 △개역개정판 성경 사용 △<기독신문> 이사회 정상화 방안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혔다.

정치세력 재편의 신호탄

   
▲ 예장합동이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의 영입 철회 결정을 내린데는 길자연 목사와 옥한흠 목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진제공 올바른교단총회정착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결과는 비대위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비대위는 총회 전부터 4대 현안에 대한 입장을 7월 27일, 9월 7일과 21일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서북노회의 평강제일교회·광성교회 영입 철회 촉구 △은급재단 불법 지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예장개혁 영입에 대한 절차 엄수 △기독신문 이사회 정상화 등을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영입 철회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안건이 나오자 비대위의 입장을 지지하는 총대들이 회의 진행을 주도했다. 또 평강제일과 광성의 서북노회 가입을 취소함과 동시에 상대편에서 맞불작전으로 펼친 '비대위 징계를 위한 긴급동의안'도 기각시켰다. 총대들은 비대위 징계 안건이 나오자 "비대위가 없었다면 우리 예장합동은 이단을 받아들인 교단이 됐을 것이다"며 반발했다. 또 교단 지도부가 잘못하니 비대위 같은 단체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총회장이 비대위를 징계하는 쪽으로 유도하면 총대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비대위 징계 건을 철회할테니 서북노회와 관련된 안건도 철회하자는 황승기 총회장의 제안도 총대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한다는 선에서 비대위 징계 건을 마무리했다.

총대들은 내친 김에 총신대 신대원 교수들이 작성한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씨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총회의 공식문서로 채택하도록 힘을 쓰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북노회 쪽은 교수들의 보고서가 총회가 공식 의뢰해서 작성한 문건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황승기 총회장 역시 여러 중재안을 내놨다.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뒤, 한 달 내에 <기독신문>을 통해 총회의 공식문서로 채택한다는 사실을 알리자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이마저도 반대했다. 현장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보고서는 채택됐고, 서북노회 쪽은 망연자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옥한흠 목사가 수장으로 있는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와 길자연 목사가 이끄는 영성목회연구회(영목)는 이번 총회를 앞두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제공 올바른교단총회정착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옥한흠 목사에 대한 이단 시비도 기각시켰다. 긴급동의안으로 올라온 이 안건은 일단 정치부가 검토를 한 뒤 신학부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총대들이 반발했다. 길자연 목사는 "목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신학부로 넘길 것 없이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종탁 목사도 "옥한흠 목사에게 계속 이단 시비를 거는 신문을 찾아서 읽어봤는데 아무런 내용도 없더라"며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다. 당장 기각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총대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총회는 이 문제를 기각했다.

그러나 평강제일과 광성을 영입한 서북노회 징계건은 기각됐다. 총대들은 '해체'라는 단어를 써가며 서북노회의 강력한 징계를 원했다. 하지만, 이미 10월 말까지 서북노회가 평강제일과 광성교회의 영입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동해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일단 그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주목할 것은 교회갱신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옥한흠 목사와 영성목회연구회의 길자연 목사가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관계가 좋지 않았던 양 쪽은 이번 총회를 앞두고서는 총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비대위 뿐만이 아니다. 신대원 77회 졸업생이 주축이 된 '총회를 사랑하는 모임'(총사모)을 만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도회를 열었다.

은급재단과 <기독신문>은 '적당히'

평강제일과 광성 사태가 워낙 컸기 때문일까. 4대 현안 가운데 은급재단과 <기독신문> 사태는 총대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은급재단 사태는 △불법대출된 60억 원의 회수 가능성 △벽제추모공원 부동산과 납골기 13,640기 소유권의 완전성 △최춘경 씨에 대한 22억 원의 추가 대출 문제가 핵심이었다. 보고를 한 석병규 목사(총회 감사부장)는 60억 원 회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 3월까지 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했다. 납골기 분양 사업을 통해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1백억 원대의 수의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기독신문> 사태는 김삼봉 이사장과 김원삼 사장을 제외한 이사회 임원 전원이 사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총대들은 이사장과 사장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둘이 힘을 합쳐 남은 기간 신문사를 잘 이끌어가라고 했다. 이에 따라 총회가 끝난 뒤 김삼봉 이사장과 김원삼 사장은 새로운 이사회 임원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예장합동 총회는 예수왕권선교회(심재웅 목사)에 대해 사이비성과 이단성이 농후해 계속 주시할 것이며, 예장합동의 목회자와 평신도는 심재웅 씨의 강의·예배·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주초대교회(전태식 목사)에 대해서는 이단성과 사이비성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예장합동이 수용할 수 없는 구원관과 예배관을 담고 있다며 집회 등에 참석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예장합동 역시 예장통합과 마찬가지로 <크리스챤신문>을 이단옹호 언론으로 규정했다. 앞으로 예장합동 목사나 장로들은 이 신문과 인터뷰를 하거나 글을 기고하는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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