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성경을, 한 손에 신문을!”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꼽히는 바르트(K. Barth, 1886-1968)가 제창한 구호로 전해진다. 느헤미야의 예루살렘 중건 역사 때 건축자들이 “한 손으로 일을 하며 한 손에는 병기를 잡았는데”(느 4장17절)를 연상시키는 이 말은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에 새길 만하다. 이 말을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제1차 세계대전 중, 24세부터 10년 간 한 지역교회 목사로서 바르트가 발견한 사실은 자유주의 신학을 따르던 당대 독일의 목사들이 성경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충격으로 <로마서 주석>을 써 말씀 중심의 신학을 주창했고, 이는 “신학자들의 놀이터에 폭탄을 터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복음주의 신학을 따르는 나는 그의 성경론을 모두 찬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큰 방향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충격을 받은 두 번째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대세를 따르는 것이었다. 당시 독일교회는 나치정권의 편에 서는 공범자가 됐다. 그는 나치정권에 저항하다가 추방당했다. 스위스에 머무는 동안, 그는 <흐름을 거슬러>(Against the stream)라는 글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폐해를 비판했다.

성경과 상황에 무지한 교인은 기독교라는 종교에 갇혀,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저버릴 위험이 크다. 몇 주 전,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성경도 믿고, 예수님도 믿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안 나갑니다.”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이 가슴에 꽂혔다. “아무리 봐도 교회가 사회에 관심이 없고, 영리적인 집단 같아서요.” 한국의 보수 교회는 지난 수십 년 간 사회를 외면하면서 자체 성장에만 몰두하다가 사회를 향한 발언권을 상실했다. 그리스도인은 일반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잃었고, 교회와 목회자의 권위가 실종됐다. 왜 이렇게 됐나?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호 4장6절) 하나님이 호세아를 통해 당대 교회를 진단하셨다. 성경과 사회에 대한 무지 때문에 망조가 들었다는 말이다. 한국교회의 이른바 ‘큰 지도자’ 가운데는 부패한 독재정권을 축복하고 그들 편에 선 대가로 이권을 챙긴 분이 적지 않다.

왜 기독교는 매력을 잃었나?

   
▲ ⓒ뉴스앤조이
복음주의적인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사회변동에 대한 무지, 시대 흐름에 대한 무관심,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현실과 앞날에 대한 모색 결여, 세계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무감각이 도에 지나치다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리스도인이 일반 사회의 교양 있는 지식인의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앞서지 못하고 있다. 앞뒤가 꽉 막힌 그리스도인의 모습 때문에, 교회는 매력 없는 영리집단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왜 <복음과상황>을 읽는가?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 않지만, 내가 왜 청년들에게 <복음과상황>을 읽으라고 권하는가? 복음 진리로 교회와 사회의 전반적인 이슈를 이만큼 알려주는 잡지를 어디서 찾겠는가. 이 잡지를 살리려고 숨어서 애쓰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이승장 /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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