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목사가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법안이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에서 통과됐다. 찬성 이유가 중 하나가 “목사 아내는 목사보다 사모로 있어야 하는 게 교회 정서다”는 것이다. 즉 교회에서 사모 역할을 해야 할 목사 아내가 부목사 노릇을 하는 게 교인들에게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준다는 것이다. 몇몇 목사들은 “내 아내도 신학을 공부했지만 사모로 있는데, 누구는 사모이면서 왜 굳이 목사를 하냐”고 말한다고 한다. 최근 감리교 홈페이지는 소위 ‘사모의 부재’란 법안 이유를 놓고 잠시 논쟁이 일었다.

사실 사모는 직업도 직분도 아니다. 다만 관계에 의해 편의상 따라붙는 호칭일 뿐이다.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의 관계로 인해 ‘아무개 엄마’ ‘아무개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목사인 남편과 부부 관계이기에 불리는 칭호인 것이다.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고 그 책임과 권한이 교회법에 명시된 목사·장로·집사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에서 목사의 아내가 된 여성은 그 순간부터 암묵적으로 ‘사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으로 규정되기 시작한다. 사모의 자리 자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교인들에게 가르치는 만큼 삶으로 보여줘야 할 목사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자리는 목사와 동등하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모가 자신의 직업이자 직분인 목사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사모와 목사가 양자택일해야 할 일은 아닌 것이다.

현재 부부목사들은 은급비를 각각 100%씩 내고 혜택은 둘이 합쳐 110%만 받을 수 있다. 목사 부부가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경우, 남편은 담임목사로, 아내는 부목사로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월급도 남편 목사보다 적게 받는 등 목회 현장에서 아내 목사 쪽이 양보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이래도 여성이 목사를 하는 이유는 ‘소명의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여성에게 목사보다 사모의 위치를 강권하는 이유의 배후에는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여성의 교회 내 지위와 역할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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