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관련 악법들 많이 상정…제비뽑기는 올해도 부결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목사) 제26회 입법총회가 안건을 모두 처리하지 못한 채 정회됐다. 감리회는 10월 24일 총회 셋째 날 한 달 이내에 총회를 다시 속회하기로 결정하고 회무를 마쳤다. 이에 따라 입법총회는 11월 18일 오전 10시 정동제일교회에서 다시 열린다. 감리회가 안건을 처리하지 못해 정회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원근 목사)는 지난해 정족수 미달로 총회를 정회한 바 있다.

부부교역자 한 교회 시무금지?

감리회는 이번 총회에서 여성 지위의 향상은커녕 후퇴하는 법안을 많이 상정했다. 특히 '부부교역자 한 교회 사역 금지'는 교단 내 갱신그룹에 의해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적받아왔지만, 이번 총회에서 별다른 논란 없이 통과됐다. 감리회는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한 교단이다. 

장정개정위원장인 신동일 목사는 "부부가 한 교회에서 시무할 경우 남편은 목사로, 아내는 전도사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가 일부 있다"고 했다. 또 "사모로서의 목회적인 영역이 있는데, 꼭 부목사로 목회를 해야 하냐"고 말했다. 파송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 감리교회도 부부를 한 교회에 파송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신 목사가 밝힌 악용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 부부 목회를 하고 있는 이들의 주장이다. 또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아버지와 아들이 한 교회에서 시무하는 것 역시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총대들은 이 법안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요기도회 등 교단 내 갱신그룹들로 만들어진 '감리교장정개정개악대책협의회'는 국가인권위회에 제소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여성 30% 할당제도 부결될 뻔했다. 감리회 장정 제4편 273단 4조에는 연회와 총회는 당연직을 제외하고 교역자·평신도 동수로 하며 평신도 대표 중 가급적 30%는 여성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장개위는 '가급적 30%는 여성이어야 한다' 부분을 삭제하자고 했다. 그러자 여성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총회의 경우 여성 대표들이 참여할 수 있지만, 연회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 이 조항이 삭제되면 여성의 참정권은 지금보다 더욱 힘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감리회는 여성 장로나 목사들이 총대로 모두 총회에 참석해도 30%를 채우기 힘들다. 이는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다. '가급적 30%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면, 여성의 참여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감독회장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들 대부분 부결

감리회 총회는 여성이나 부담임자에게는 매우 엄격했던 반면, 은퇴한 목사나 장로들에게는 매우 관대했다. 또 감독회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을 많이 상정했다. 그러나 총대들이 반발했다. 장개위는 물론 많은 안건들이 부결됐지만, 은퇴한 감독회장이나 장로들의 예우 문제에 대해 총대들은 꽤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장개위는 감독회장이 은퇴 했을 경우 예우를 확실히 하자고 했다. 개교회의 목사나 장로 역시 은퇴했어도, 교회 내에서 발언권을 주자는 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총대들이 이런 법안에 반대했다. 특히 감독회장의 예우와 관련, 신동일 목사는 단상에서 내려와 "감리교회의 영적 지도자인데, 당연히 상당한 예우를 해 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쩌다 우리 감리교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총대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제비뽑기, 두 번째 쓴맛

관심을 모았던 제비뽑기 선거제도가 올해도 좌절을 맛봤다. 줄곧 제비뽑기 제도를 주장해온 '새로운감리교운동협의회'(회장 김한옥 목사)는 총회 기간 중 정족수 3분의 1을 넘은 262명의 서명을 받아 장개위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 서명한 262명보다 적은 204표가 나와 부결됐다.
이 제도는 총회 개회 전 감리회 기관지인 <기독교타임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60%가 넘는 지지율을 보여 이번 총회에서 통과가 기대됐었다. 새감협은 2003년 입법총회 당시에도 제비뽑기안을 올렸으나,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해 부결된 바 있다.

성직위원회 설치

감리회는 교단 최초로 성직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아직 조직이나 구체적인 방향은 논의된 바 없지만, 앞으로의 활동에 따라 타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직위원회는 교역자의 윤리 및 성직 등의 문제를 다루게 되며, 위원은 감독회장이 각 연회 감독과 협의해 교역자 한 명을 선정한다. 

감리회는 이 밖에도 교역자의 자질 향상과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역자수급 및 고시위원회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2개의 지방신학교 졸업생의 경우, 교회 재산을 감리회 유지재단에 등록하고 교회를 개척할 경우 협동회원으로 받는다는 안을 신설했다. 협동회원은 감리회에서 목사 안수만 해줄 뿐 총회원은 될 수 없다.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감리회의 목회자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감리회는 숭의교회가 운영하는 숭의신학교, 삼남연회가 운영하는 삼남신학교 등 모두 12개의 지방신학교가 있으며, 주로 여전도사를 양성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일부 총대들은 현재도 교역자가 남아도는 판에 이 법의 신설로 교역자가 더 많이 양성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인준한 감리교의 신학교는 감신대학교·목원대학교·협성대학교 등 모두 세 개다. 이 학교에서 배출되는 목회자는 일 년에 6백여 명 선. 그러나 감리회가 수급할 수 있는 목회자는 1백 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목회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일부 총대들은 목회자 수를 줄여도 힘든데, 오히려 늘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감리회의 올해 총회는 다른 교단에 비해 총대들의 참석률이 매우 높았다. 대부분의 총대들은 회무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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