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순복음교회를 벗어나도 '사퇴 만류 99.8%'겠나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또 가장 '압도적 결과'로 도출된 '조용기 목사 시무 연장'. 그러나 교회 개혁 단체와 그 단체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의 반응은 실로 냉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뉴스앤조이>는 명망있는 학자 한 분의 기고를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현상'을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사양한 그분의 뜻을 존중해 기고자의 성함 표기는 안 하겠습니다. 다만,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분이라는 점만은 언급해둡니다. (편집장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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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5년 10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주최 '세계평화와 민족구원을 위한 기도대성회'에는 이 교회 교인 10만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주제보다는 조 목사의 은퇴를 철회해달라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
정년을 지켜 물러나겠다는 담임목회자를 성도들의 99.8%가 만류하고, 고민 끝에 5년만 더 일하겠노라고 선언하며, 곧 후계자를 선정해서 훈련시켜 인수인계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졌으니 자못 감동적인 장면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조용기 목사의 정년퇴임은 단순히 여의도순복음교회만의 일이 아니고 한국기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인 만큼 교회법을 지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인 이상, 그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이를 계기로 한국기독교의 리더십에 관한 얘기도 다시 한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교단만 인정하는 시무 연장
맹자는 그의 왕도론에서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같지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같지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말로써, 지도자가 제 역할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를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 이 셋으로 정리하였다. 이 세가지 주요 개념을 중심으로 조용기 목사 시무 연장에 관한 논쟁을 정리해보자면, 시비의 초점은 다름아닌 ‘시간’이다. 조 목사는 75세가 되는 2011년을, 다른 한편에서는 70세가 되는 2006년을 지도자의 적절한 퇴임 시기라 본 것이다. 물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속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헌법은 이 두 가지 모두 ‘합법적’인 것으로 명기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 주장이 불법이라 몰아붙일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어느 쪽 주장이 더 ‘합리적’인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다.
이 5년이란 시간상의 차이에 관한 양쪽의 주장의 합리성을 살펴보기 위해선 지도자의 숙제 가운데 나머지 두 가지 주요 개념, 즉 ‘공간’과 ‘인화’의 측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조 목사는 시무 연한 5년 연장 결심은 성도들의 지지를 근거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회에서 47년 목회 끝에 얻어낸 99.8%의 지지라니….. 놀랄 만도 하거니와 ‘인화’의 충분하고도 남는 근거가 될 만하다 싶다. 이를 근거로 ‘성도들이 원한다는 데 어느 누가 시비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그러나 이 놀랄 만큼 높은 지지율의 출처가 문제다. 즉 문제는 ‘공간’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벗어나서도, 기하성을 벗어나서도, 그리고 한국교회를 벗어나서도 이 정도 지지율이 기록될 수 있으리라 장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짧은 보도기사만으로는 그날 시무연장의 근거로 성도들의 지지율 이외에 또 다른 것들이 언급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조용기 목사의 시무 연장 결정 근거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지지율에만 근거한 것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5년 동안 조 목사의 지도력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기하성이 그리도 자랑하던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이 앞으로 다가올 5년 동안에도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선 최소한 여의도순복음교회라는 공간을 벗어난 지지율의 근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성장 시대는 이제 지났다
조용기 목사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지난 47년 동안, 세상을 크게 변하였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이제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개막되었다. 눈부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이제, 예전의 자그마한 농촌부락처럼 서로서로 밀접히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긴밀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사는 지구촌으로 축소되었다. 이전 같으면 지도책에서나 확인하고 넘어가도 좋을 지구 반대편의 칠레와의 FTA 때문에 한국의 농민들이 울부짖는 모습에서 지구촌의 실상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빽빽하게 감싸고 있는 네트워크를 ‘World Wide Web’이라 부른다. 이제 어느 누구라도 혼자만의 세계 속에 안주할 수 없는 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전(全)방향 네트워크 관리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다. 어느 누구의 네트워크든 그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9.11 참사는 세계 최강 미국의 네트워크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였던 아랍권과의 네트워크가 끊어지며 일어난 일이다. 뉴욕이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의 쌍둥이빌딩이 거짓말처럼 한 순간에 무너져 완전히 초토화되어버린 그 자리를 사람들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를 담아 ‘Ground Zero’라고 부른다. 지난해 세계적인 학자의 명망을 자랑하던 황우석 박사가 이제 사기꾼이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것도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오른 익명의 제보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전방위 네트워크 관리에 실패하면 ‘Career Zero’가 될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 준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10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에 닥칠 때마다 신실한 하나님의 종들의 지도력을 중심으로 성장을 계속해왔다. 복음이 씨앗이 전해지자마자 시작된 일제 35년 그리고 계속된 한국전쟁의 핍박 가운데서도 순결한 순교자들의 피로써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이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 시기에 한국교회도 세계 선교역사상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어둔 밤 뒤에 밝은 아침이 오고 오르막 끝에 내리막이 시작되듯,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정보사회는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다. 몸집을 불리기에 바빴던 ‘성장의 시대’는 가고 충일한 믿음을 갈구하는 ‘성숙의 시대’가 시작된 까닭이다.
다면평가의 검증 대상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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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앤조이 신철민 | ||
출애굽 시절 불세출의 영웅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느보산에 올라 여리고 맞은편 비스가산 정상에 섰을 때 여호와께서 약속하신 바 젖과 꿀이 흐르는 온 땅을 보여주셨으나 그리로 건너감을 허락하지 않아 모압 땅에서 목숨을 다하여 장사되었으나 오늘까지 그 묘를 아는 자가 없다는 기록에서, 어느 누구라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과 공간 가운데서 그 명령을 신실하게 수행하고 물러선 자의 장래는 하나님께서 친히 간섭하신다는 놀라운 비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지난 날 조용기 목사는 시무 연장에 대해 “아직 하나님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한 일을 기억한다. 이번 시무 연장 결정이 그 응답에 따른 일이라 강변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논의는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은 모든 것이 얼굴과 얼굴을 맞댄 것처럼 분명하여 질 그날에야 밝혀질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