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안 및 대북관 이해관계 상충…연합 보다는 분열의 길 걸을 듯
“교회의 분열은 우리를 완전히 마비시킨다. 예수그리스도를 경험한 우리의 중심은 하나다.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리스도이시며, 우리를 분열시키는 것은 교리다.” 1938년 미국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교사’로 선정한 스탠리 존스의 말이다. 그러나 내년 한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기보다는 2005년보다 더욱 심한 분열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스탠리 존스가 지목한 교리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 및 통일과 북한인권을 둘러싼 견해 차이 때문에 연합보다는 분열을 택하고 있다. 우리 사회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 양대 진영의 틈을 더욱 벌려놓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상호 불신과 반목 현상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을위한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 중재로 마련된 KNCC․한기총 통합 로드맵에 따르면, 2006년에 통합정관이 제정되고, 1907년 대부흥운동 100주년을 맞는 2007년 통합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KNCC 내부에서 이 통합 로드맵을 환영하지 않고 있는데다, 사학법 등 정치 현안과 북한문제, 사형제 등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양 기구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양 기구는 서로를 대화 파트너로 보기보다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KNCC와 한기총이 자력으로 통합기구를 결성하지 못할 경우,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교단장협의회의 움직임이다. 양기구의 주요 회원교단 총회장급 인사들의 협의체인 교단장협은 한국교회 하나의 연합체 결성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목표가 좌절되었을 경우 단체를 해산하거나 아니면 제3의 대안을 창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교단장협이 2006년 교단총회에서 KNCC․한기총 통합을 일궈내기 위해 ‘양 기구 동반 탈퇴’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혹은 제3의 연합기구로 탈바꿈할 지도 모른다. 교단장협이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뚜렷한 반대 입장을 개진한 것과 지난 총회에서 상임대표를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한 것에서 이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결국 2006년 한국교회는 전 교계 차원의 일치와 연합운동 대신 사회 양극화 현상의 흐름을 역류하지 못한 가운데 단체별 혹은 분야별 개별 활동에 주력하는 모습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KNCC와 한기총 그리고 또 다른 연합기구 간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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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NCC는 한기총의 대북인권 강경기조에 맞불을 놓았다. 한기초도 지지않고 KNCC에 인권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
대북 식량 및 각종 지원 사업은 전체 연합사업으로 추진되기 보다는 각 교단이나 개별 단체 차원에서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비록 보수진영이 인권문제로 대북관계를 냉각시키는데 한몫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최대 연합행사인 부활절연합예배를 둘러싼 만성적인 잡음은 2006년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한부연)와 한기총과 KNCC 등 3개 진영이 행사 주도권을 놓고 입장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활절연합예배의 최대 관건은 대회장과 설교자 등 순서자를 누가 선정하느냐의 문제다. 한부연이 2006년 대회장으로 선정한 김삼환 목사(명성교회)가 선뜻 대회장을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것은 한부연의 처지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부연은 전통적으로 부활절연합예배를 주도해왔지만 2~3년 전부터 한기총과 KNCC가 존재하는데 제3의 기구가 연합예배를 주도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부연은 공동개최 등의 타협안을 들고 나왔지만 한기총 등에서는 한부연이 완전히 빠지기를 은근히 고대하는 상황이다.
주요 기관 리더십 변화는 소폭에 그칠 예정
주요 연합기관 대표의 대폭 교체시기인 2006년은 한국교회 리더십의 변화가 예상됐지만 막상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12월 대한기독교서회 정지강 목사의 연임이 확정됐고, 1월에는 CBS(기독교방송) 이정식 사장도 강력한 경쟁자가 나서지 않는 한 재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NCC는 2005년 11월 총회에서 백도웅 총무의 후임을 결정한다. 내부 승진으로 결과가 나올 지 외부 인사가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교회개혁을 위한 연합운동은 ‘한국교회의 날’ 제정과 관련된 각종 사업에 복음주의진영과 진보진영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2006년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다. 밑으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전체 한국교회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진행되는 이 운동은 2006년 들어 한층 밀도 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