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곤 목사는 수(數)에 민감하다
얼마 전 영락교회에서 있었던 ‘서울 성시화 대회’에서 “서울에 기독교인이 370만 명 살고 있는데, 100만 명이 모여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지 못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연초에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엑스플로 74대회 때 한국교회 10분의 1인 32만 명이 5박 6일 동안 서울 여의도에서 기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시절에 하신 말씀이지만, 2001년 <국민일보> 기고문에는 “크리스천도 이 나라의 시민으로서 1인당 200만 원씩 세금을 낸다. 이중 1%만 모아도 2400억 원이 된다”라며 당시 수재로 고통당하던 이재민들을 도와주자고 했습니다. 다 옳고 좋고 바른 말씀입니다만 김 목사는 계량화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크리스천의 수가 1200만을 넘어 1500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거 순전히 ‘뻥’인 거 아시죠?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인구조사 때, ‘종교가 뭡니까’라고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설문에 ‘기독교(개신교)’라고 말한 사람들이, 곰이 쑥과 마늘을 먹었다는 전설이 만들어진 이래, 1000만을 넘은 바 없습니다. 인구조사에 안 잡히는 결과가 믿음의 눈에서는 보였던 것일까요? 어쨌든 기독교는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김 목사가 이 어마어마한 수의 기독교인들이 세력화됐다고 착각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계량화 수리화에 경도된 일부 인사들은 기독교가 정치세력화하면 대권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어디서 천 만 표를 밀어준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저 앞으로 교회 나가겠습니다’라는 말이 ‘좌파’ 지도자의 입에서도 저절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이런 허구의 저력을 믿고 지난 총선에는 ‘한국기독당’이라는 희대의 정치 실험도 감행됐던 것으로 저는 풀이합니다.
그 힘이 아직도 남아도는지 요즘 목사님들이 사학법 저지 투쟁도 벌이고, 남한인권보다는 북한인권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입니다. 하긴 목사 한 마디에 순식간에 시청 앞을 가득 메우는 그 저력을 누가 갖고 있겠습니까? 한마디만 합시다. 양보다는 질에 신경 씁시다.
한물간 '유시민 기독교 폄하발언'
‘미운 털’이 아닙니다. '미운 못‘입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만큼 최장시간 통과의례를 거친 인물도 없을 것입니다. 뭐 대과가 있다기 보다 사람이 미워서 벌어진 현상이라고들 하더군요. ’덕 쌓은 것‘이 이 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유 장관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나 유감입니다. 그가 했던 말, 행동. 좀 싸가지가 없어서 그렇지 크게 틀리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독교에 대한 저주성 발언. 그 발언을 들으면 일단 옳고 그름을 떠나 매우 열 받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다 걷어내면 그리 틀린 말도 아닙니다. <복음과 상황> 2002년 9월호 인터뷰 기사에서 유 장관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기독교는 정신적 안정을 주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며 한국교회가 너무 성경과 어긋나 있다”라고 말이다. 이걸 갖고 머리털 잡고 삼손처럼 회개해야 할 교회 지도자들은 기독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길길이 날 뛰었죠. 참 볼만했습니다.
당시 유 내정자는 “자신이 얼마나 교만과 편견으로 일그러져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수습에 나섰고, 이번 청문회에서도 “앞으로 (언어 순화에) 유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덧붙이더군요. "(당시 기자로부터) 기독교에 대해 쓴 소리를 강하게 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했던 것"이라고요. “아직도 그 소신에는 변함없다”라는 말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를 했던 잡지사의 일원으로서 좀 기분이 나쁘네요. 네? 기분 나쁘더라도 옳은 소리니까 새겨들으라고요?
“김대중 때려잡는 게 기도제목”
‘쓰나미’ 발언으로 역풍을 맞은 김홍도 목사. 그의 ‘후계자’가 탄생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성광 목사. 그런데 <뉴스앤조이>의 특종 보도를 옮겨 실은 타언론사들은 이 사람이 ‘조용기 목사의 처남’임을 집중 부각하더군요. 조 목사께는 참 죄송합니다. 조 목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데 괜히 친인척의 망언 때문에 이름이 오르내리시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 단락에서는 김 목사의 ‘주옥’같은 어록만 묶어보려 합니다.
"어젠가 그제 홍해에서 뭐 이슬람교도들이 배를 타고 홍해를 건너다가 배가 가라앉아서 1000명 이상이 다 수장됐다고 하더라고. 홍해는 이상해. 이스라엘 백성은 통과시키고, 꼭 애굽 사람들만 빠져죽게 만들어. (웃으며)”
"김대중·김정일·김일성 이 세 김은 참 골치가 아파. (나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때려잡을까 하는 게 최근 기도 제목이야",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목사가 남한에 간첩이 5만 명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간첩이 왜 5만 명이냐. 한국에 목사가 5만 명이거든. 이 목사를 잡으면 대한민국은 김정일 세력 안으로 들어간다. 유사시에 이 5만 명의 간첩들이 독침을 갖고 다니면서 막판에 목사들에게 독침을 사용할 수도 있다. 독침 마귀 물러갈지어다."
"대통령이 쌍꺼풀 수술을 했다. 그러나 노 씨는 눈만 달라졌지. 머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누가 그러는데, 눈을 수술하지 말고 혀를 수술해야 했었다", "현재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이 위조지폐를 만든 북한 김정일 정권을 비호하는 바람에 미국의 노여움을 산 것이다."
"불교는 불행하고, 유교는 유감스럽고, 이슬람교는 이상하고, 무당은 무식하다. 특히 석가모니에 대해 "자기 혼자 깨닫고 득도하겠다고 처자 버리고 나온 남자다. 불교를 믿는 가정에는 행복이 없다. 가정이 깨지는 것이다. 불교 교리를 봐라. 불교는 불행하다. 이슬람교는 어떤가. 뭐 하나 만들지는 못하고, 때려 부수는 데 도사 아닌가."
"거지가 왜 거지인 줄 아느냐.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기도원에서 기도 중에 ‘무아지경’에 빠지는 분이 더러 있다고 하는데, 설교 중에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분은 유사 이래 처음인 것 같습니다. 대단한 은사입니다. 심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기도원이 언제부터 ‘혹세무민’의 전당으로 변질됐을까요?
이사장~ 아무나 하나~
CBS의 이사장을 뽑는 이사회가 최근 열렸습니다. 그런데 좀 복잡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사회가 있기 전날이었습니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교계신문이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 제공설이 나돈다고 보도했습니다. 얘기인즉슨, 강력한 후보자 A의 측근이 곧 외유를 떠날 예정인 CBS 모 이사를 찾아가 500만원을 건네며 "여비 좀 쓰셔“라며 회유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이사는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이 이야기가 외부에 발설되면서 수년 전부터 이 자리를 노려왔던 A는 변명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사장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자, 그런데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금품을 뿌리려 했던 시도는 미수로 끝났고 출마 포기로 어떻게든 책임을 물은 상황이 됐지만, 이 건을 이사회 전날 떠벌린 교계신문의 보도 과정입니다. 이 보도를 가능케 한 단서. 이 단서를 그 후보 반대편 캠프에서 흘렸다는 정황입니다. 시시비비는 가리는 것은 옳은 행위지만, 과연 그 캠프가 시시비비를 가릴 주체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또 정상적인 양태의 문제 제기로 제보한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습니다.
CBS 이사장, 그거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참, 여기서 이사장은 ‘理事長’입니다. ‘李社長’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