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 내는 것 당연

과연 목사는 세금을 납부해야 할까. 아니면 납부하지 말아야 할까. 지난 2월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라는 시민단체가 "성직자들도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라"며 '종교인 탈세 방지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종교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주로 개신교의 목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월 2일 시작한 서명운동은 약 3500명(4월 4일 현재)에 달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종비련은 지난 3월 30일과 3월 31일에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조계사 앞과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박종순 목사) 앞에서 서명운동을 했다. 또 4월 13일에는 명동에서, 이보다 앞선 3월 18일과 24일에는 홍대 앞과 국세청 앞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지난 4월 6일에는 "빠른 시일 내에 종교인들에게도 소득세를 부과하는 상식적인 조세 행정을 시행하기 바란다"며 국세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종비련의 주장은 한마디로 성직자도 국민이기 때문에,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드(종비련 임시대표)는 "현재 한국에 있는 성직자(카톨릭·개신교·불교 등 총망라) 중 20여만 명이 내지 않는 세금은 모두 3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성직자도 엄연히 국민의 한 사람인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종비련,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 세금 내야"

목사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종비련의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 성직자도 국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하고, 이런 의견에 많은 목사들 역시 동조하고 있다.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방인성 목사(성터교회)는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국세청에서 목사의 세금 납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목사가 세금을 내려면 아주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앞서 말한 방인성 목사의 경우 3년여의 걸친 끈질긴 시도 끝에 조만간 세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종비련의 주장 중 한 가지 오해는 풀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다. 종비련의 주장은 성직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마치 탈세를 위해서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지난 3월 31일 한기총 앞에서 서명운동을 할 당시 '월 1억 이상 버는 종교인이 어떻게 봉사직인가' '외국 종교인도 세금 낸다. 한국 종교인도 징수하라' '종교인 과세가 이중과세라면 세금 낼 국민 하나도 없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어보였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에서 월 1억 원을 버는 목사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종비련이 정말 목사들이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기독교 전체를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는 목사들로 타깃을 한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기독교에 대한 안티적인 흐름이 있다. 이들의 운동 방식은 이런 흐름에 편승해 쉽게 목적을 달성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종비련의 주장대로 탈세를 하기 위해 세금을 안내는 목사들도 분명히 있다. 그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목사를 싸잡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대응 방식은 높이 살 만하다. 기윤실은 지난 4월 10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목회자 세금 어떻게 납부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을 열고, 목사의 세금 납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호윤 회계사는 "교회의 세금은 최소한의 이웃사랑 실천이다"며 "(세금 납부가)남을 도와주는 것은 아닐지언정, 타인에게 조세 부담의 짐은 넘기지 않는다"고 정의했다.

기윤실, "세금 납부 대행하겠다"

최 회계사는 목사가 받는 모든 비용은 당연히 일에 대한 금전적(화폐)의 대가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직업은 근로의 대가인가의 여부를 떠나, 소산물을 일을 통해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이를 나눔으로써 공동체 운영의 부담을 서로 분담한다는 차원으로 납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목사들이 제기하는 이중과세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확실한 선을 그었다. 최 회계사는 "이중과세 논쟁 역시 설득력이 없다"며 "소득의 성격과 소득의 귀속자가 동일한가의 기준에 비춰볼 때, 분명 사례금은 목회자의 수고에 따른 대가로써 별개의 소득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미 간접세의 형태로 세금을 내고 있으면서도, 직접세(소득세)만을 세금이라도 인식하고 있으니 스스로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최 회계사는 "한국교회의 대다수는 미자립 교회로서 4인 가족 146만 원(월 평균 급여) 이하의 면세점이 대부분이다"며 "이분들은 세금신고를 하면 오히려 목회자 세금납부 문제로부터 떳떳할 수 있다. 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윤실은 앞으로 목회자 세금 납부를 대행할 예정이다. 세금 납부가 교단이나 총회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접촉해 이해를 넓혀 간다는 복안이다. 이진오 사무처장은 "국가로 볼 때, 성직자로부터의 세수 확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목회자 집단이 여론 주도층의 위치에 있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상징성은 크다"고 말했다.

기윤실과 종비련은 세금 납부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서로의 주장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기윤실 역시 목사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마치 탈세를 위해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이며 그 부분만 수정된다면, 종비련과도 협력할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한기총, 잠자코 있는 게 도와주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박종순 목사)나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 등의 연합기구나 단체들은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낫다. 지난 3월 31일 한기총 통일선교대학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앞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종비련 관계자들과 말싸움을 했다. 전 목사는 서명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목사에게도 월급을 줘보라"고 말했다.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차근차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감정적으로 "감히 목사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냐"는 식의 대응방식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언론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 2월 27일 낸 성명서에서 종비련의 주장을 단순히 '안티'의 공격으로 치부하고 있다.

언론회는 "종교인들에게도 세금을 내게 하자는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이나 이는 종교 내부의 정확한 실상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며, 특히 특정종교인 기독교를 공격하기 위한 모습으로 비쳐져 그 설득력이 약하다"며 "소위 종교세를 주장하는 이들의 창립 선언문을 보면, 전통문화계승과 민족문화창달이라는 이상한 색채를 띠고 있다"고 폄하하고 있다.

목사의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부 목사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국가 역시 목사들에게 세금을 받는 적극적인 조세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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