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기독교사회포럼,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함께한 하나됨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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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의 경험과 복음주의의 싱싱함
“에큐메니칼 진영이 60~80년대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피와 땀을 쏟아 붓고 있을 때, 사실 복음주의 진영 대부분은 독재정권에 동조하거나 침묵하였습니다. 혹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뒤늦게나마 복음주의 진영도 정의롭고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 위해 공동성찰과 연대의 장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한 길을 걸어온 에큐메니칼 진영의 경험과 후발주자인 복음주의 진영의 상대적 싱싱함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의 격려사처럼 에큐메니칼 진영은 두 팔 벌려 복음주의 진영을 환영해주었고, 복음주의 진영은 무임승차한 미안한 기분 떨치고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의 정의를 펼치기 위한 굳은 연대를 약속했다.
100여 명이 모여 시작되었다. 그리고 둘씩 마주 잡고 “주님께서 당신에게 복음을 주시고 당신을 지켜주시며… 당신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빕니다”라는 인사를 서로에게 나누며 둥글게 서로의 어깨를 잡고 성찬식의 자리로 함께 옮겼을 즈음에는 서로를 구분하는 진영이라는 것은 이미 사라졌다. 서로 떡을 떼어 주고 음식을 나누면서 서먹함은 쉽게 떨쳐졌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라
곧이어 시작된 기조 강연은 따뜻한 손을 내밀고 냉철하게 머리를 맞대어 맘모니즘과의 싸움을 준비하는 결의에 찬 시간이었다. 박성원 교수(영남신학대학교․WCC중앙위원)는‘신자유주의 지구화와 세계교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세계교회의 구체적 대응양식과 활동을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를 크게 여덟 가지로 짚었다.
첫 번째는 세계인구의 1%의 연간수입이 세계인구 57%의 연간수입과 맞먹고, 세계인구의 60%가 고작 6%의 부를 나누어 가지고 있는 빈부격차의 심화. 두 번째는‘돈 없이 값없이 와서 사 먹으라’는 성서의 초청과는 달리 시장의 모든 것에 값을 매기고 자본이 없는 자는 절대로 시장에 들어올 수 없는 무자본가와 저자본가의 배제(Exclusion)현상. 세 번째는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 인간의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며 경제성장의 명목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 네 번째는 광고를 통해 인간을 시장으로 유인하고 문화를 획일화시키는 의식과 문화의 식민지화. 다섯 번째는 인간은 무한하고 인간의 경제성장도 무한하고 인간의 기술발전도 무한하다. 이렇게 무한한 인간은 신의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고 믿는 무한 욕망, 무한 성장, 무한 경쟁의 시스템의 문제. 여섯 번째는 투자가 아닌 투기로 몰리는 카지노 경제. 일곱 번째는 정치까지 통제하는 경제 거대화로 인해 야기된 국가의 무력화 문제. 여덟 번째는 인간의 모든 문제를 경제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경제는 시장이 자유화할 때 가장 잘 성장할 수 있으므로 시장에 국가나 개인이 개입하지 말고 믿음을 가지자는 돈의 우상화 문제이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 동안 경제세계화가 정치․사회․문화에 미친 결과들에 대하여 논의해왔던 에큐메니칼 기구의 여러 사례를 제시하면서‘아크라 신앙고백(The Accra Confession)’을 우리도 받아들일 것을 제안했다. 아크라 신앙고백은 1997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경제 불의와 생태계 파괴에 대한 신앙 고백적 대응을 개시하는 신앙고백 과정’선언을 시작으로 7년의 고백신앙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가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심각함을 직시하고 세계경제와 생태계 정의를 위한 계약을 맺기로 고백하는 결과물이다.
| 경제와 창조세계의 정의를 위한 계약(아크라 신앙고백) 때의 징조를 읽고서… 14항. 우리는 경제세계화와 지정학이 신자유주의의 지원을 받으며 결합하여 오늘의 경제위기를 극도로 심화시키고 있음을 본다. 이것이 가진 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현재의 세계체제이다. 우리 모두는 이 체제의 영향을 받고 있고 이 체제 아래 잡혀 있다. 성서적으로 볼 때 가난한 자를 희생시켜 이루는 부의 축적 구조는 하나님 보시기에 옳지 못하며 예방할 수 있는 인간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책임을 면치 못하며 바로 이것이 맘몬에 해당한다. 예수는 우리에게 하나님과 재물(맘몬)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하셨다. 경제 불의와 생태계파괴에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 34항. 우리는 우리 자신도 다음과 같은 부족함으로 하나님의 정의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임을 알면서 이 소망을 겸손하게 고백한다. 정의를 위한 계약 맺기 |
아크라 신앙고백이 한국교회에 주는 의미
박성원 교수는 세계교회가 고민한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도 함께 고민하고 생명살림의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로 우뚝 서야 한다며, 새로운 신학적 틀과 새로운 목회학을 창출할 것을 제안했다. 전통적으로 신학은 역사 속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는 기독론적 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 이제는 하나님의 창조세계 전체의 생명을 보듬어 안기 위해 신학의 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목회’하면 교인목회와 교회라는 기구를 떠올렸다. 이제는 이런 좁은 의미의 목회학을 넘어서야 한다. 오늘의 목회자는 목회자로 부름 받는 그 자리의 모든 창조세계, 즉 인간을 포함한 바람․물․땅․사회․경제․문화․예술 등 모든 피조물이 목회의 대상이며 그 피조물들이 풍성한 생명을 누리며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도록 주어진 창조세계를 조절하는 신학적 기획자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며 말을 마쳤다.
‘대안지구화운동’을 제안하다 
▲ 4월 24~26일까지 파주 유일레저타운에서 2006년 기독교 사회포럼이 열렸다. 좌로부터 기조강연 발제자 이기호, 박성원, 사회자 조하무. ⓒ복음과상황 신철민
이어서 발제자 이기호 사무총장(평화포럼)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한국사회’라는 제목으로 ‘대안지구화운동’을 제안했다. 현재의 지구촌화(globalization)현상은 자본의 발 빠른 움직임이 세계경제를 지구촌으로 묶어내어 다국적 기업을 초국적 기업으로 전화시키고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지구화가 세계를 공평하게 만들거나 정의롭게 만드는 것보다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키고 거기에 저항할 수 있는 시민들의 힘은 고사하고 피해를 입는 국가조차 반발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지적했다. 시민들이 더 이상 납득할 수 없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 선거를 통해 정부를 바꿀 수 있는 국내정치와 달리 지구화는 주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고 영향을 주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탈냉전 이후의 세계질서가 지구화로 이어지면서 국제연합이라는 1국 1표의 권한으로 이루어진 국제기구보다는 1달러 1표로 행사되는 IMF 그리고 선진국들의 사전회의를 통해 사실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WTO 등의 국제기구들이 훨씬 기동성 있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화 시대에 대한 우리의 응전을 크게 네 가지로 제안했다. 첫째는 여전히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략이고 둘째는 근대국가 혹은 국민국가를 설득력 있는 국가로 변화 발전시키는 전략이다. 셋째는 유럽연합과 같이 문화와 역사를 공유해오고 있는 인접 국가들과의 지역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고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지구화에 대항할 수 있는 연대를 이루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전략을 통합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 아시아 시민사회라는 새로운 대안 모델을 제시했다.
동아시아 시민연대의 구상
동아시아 연대를 위해 아시아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제안한 이기호 사무총장은 계속해서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서로 연대해야 한다며, 인간적인 규모와 힘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시민사회의 경험이 미래에 대한 공동의 기억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했다. 신자유주의 지구화시대에 대응하는 시민운동은 신자유주의가 구축하고 있는 제국주의적 패러다임에 필적하는 규모와 틀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운동의 가치와 전략에 기초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가 차원의 시민사회건설보다는 도시·농촌이라는 삶의 공간으로서 지역 시민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며, 동시에 이런 지역시민사회는 더 큰 지역으로서 국가를 넘어서는 아시아라는 지역의 시민사회를 장기적으로 형성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 시민사회의 성장과 교류는 아시아 시민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아시아 지역공동체는 세계 각 지역이 국가 이익과 자본의 이해에 좌우되지 않으며,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상생을 추구하는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조강연의 내용에 대한 질의와 응답이 이어지는 열띤 토론 속에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지엽적인 것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는 사랑을” 더해갔다. 그리고 오순도순 나누는 저녁식사 후 이지은 선생(녹색대학)의 춤 세라피가 진행되었고, 모든 행사가 마칠 즈음 복음주의 진영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장소에 도착하면서 밤새 하나됨을 위한 이야기들은 깊어 갔다.
둘째날은 정애성 목사(생명수교회)의 ‘룻기 다시 읽기’로 아침을 열고, 기독운동에 대한 총괄적 평가(사회: 이근복 집행위원장)를 위해 김종희 기자(뉴스앤조이), 최소영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조영식 목사(건강한교회를위한목회자협의회) 세 그룹으로 나누어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6기독교사회포럼의 하이라이트인 분과토의가 이어졌다. 청년운동·여성운동·목회자운동·평신도운동·교회개혁운동·통일운동·농업/생태운동·소수자인권운동·경제정의운동·평화운동 등의 주제로 각 방마다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평신도 중심의 기독교사회운동 필요 
▲ ⓒ복음과상황 신철민
평신도분과에서 발제를 맡은 김종원 정책위원장(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은 신자유주의 시대 평신도들의 삶과 기독교운동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구조는 노동자들의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피해자 대부분은 노동자들이라며 전체 노동자들이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은 교회 안에 있는 평신도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평신도들은 사회적 삶에서의 고통과 교회 내에 존재하는 비본질적 신앙 행태와 물량적 성공주의 신앙 형태로 인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기에, 교회는 노동자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신도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아직도 평신도는 동원의 대상이며 대중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기독교운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운동은 평신도가 주체로 나서고 목회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공공성을 거의 상실한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은 평신도 중심의 기독교 사회운동이 극복해낼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이 통일의 걸림돌 
▲ ⓒ복음과상황 신철민
통일분과에서 발제를 맡은 김동한 공동대표(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는 기독교통일운동이 정부의 통일정책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독교 내부의 통일운동노선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미국과 유럽의 기독교 진보 진영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화해 협력에 가능하면 조건을 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 밖에 북한선교에서 침략적 사고를 버려야 하고, 통일운동은 평화운동과 하나임을 기억하라고 했다. 그는 또한 통일운동을 위해 기독단체가 연대해야 하고 통일운동 자체를 주체적으로 이루어가야 하며, 통일환경 조성을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부터 제거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서 발제한 구교형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통일운동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갖는 낡은 운동방식부터 청산하자면서, 현재의 심각한 대립 양상의 원인이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가 서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적당히 피해가고 쉬운 부분만 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서 진보가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보수가 미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고 했다. 그 지점에서 뉴라이트든, 뉴레프트든 열린 심정을 갖고 활발히 토론을 하며 우리의 운동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각 방에서 이루어진 분과별 토의들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각 진영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운동을 각각 다른 곳에서 행하고 있음을 깨닫고 각 분야의 운동이 네트워킹하는 시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환영하며, 한 하나님을 향한 하나의 신앙을 고백했고, 함께 효율적으로 운동을 만들어 갈 것을 결의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진 저녁 모임에서는 방별 모임이 나누어졌고, 이 나눔은 마지막 날 하나됨의 선언을 만들어냈다. 씨 뿌리는 심정으로 시작한다는 이근복 집행위원장의 말로 시작되었는데, 이미‘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오는’동료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의 서먹함은 저 멀리 사라지고 따뜻한 형제애가 싹 트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