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현안은 토론 하지 않고 폐회…매년 이런 식으로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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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하성 총회는 이틀 동안의 회무 처리 중 무려 6번이나 정회하는 등 시종일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사진은 총회 셋째 날 장희열 총회장이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하고 퇴장하자, 총대들이 총회장 다시 나오라며 반발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
집행부는 총회 셋째 날 점심을 먹자마자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했고, 일부 총대들 역시 임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가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하성 총회는 매년 5월에 개최한다. 일정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 그러나 월요일 저녁에 개회예배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회무를 처리하는 시간은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일에 불과하다. 특이한 것은 기하성 총회는 저녁 회무가 없다는 점이다.
예장통합이나 예장합동 등 장로교의 경우 4~5일 씩 오전·오후·저녁으로 총회를 하면서도 시간에 쫓기는데, 기하성 총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정보다 하루 빨리 끝내는 신속함(?)을 보여준다.
이번 총회 역시 그렇게 끝났다. 총회 셋째 날 점심을 먹고 난 총대들은 오후 회무를 처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섰다. 오후 회무가 시작한 뒤 한 10분 지났을까. 갑자기 한 총대가 일어나 "미진한 안건은 모두 실행위원회와 임원회로 넘기고 폐회에 동의합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희열 총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총대들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은 채 고퇴를 세번 때림으로 총회를 폐회했다.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그리고 바로 퇴장했다. 교회 관계자들 역시 불을 끄고 마이크를 껐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끝낸 것이다. 그러나 총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장 총회장은 10여 분만에 다시 등장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총회를 다시 진행하는 촌극을 빚었다.
기하성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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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배 목사(맨 오른쪽 서 있는 이)에 대한 총대들의 불만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
총대들이 질문을 하면, "내가 기하성 총회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아느냐" "나만큼 총회에 돈 많이 내는 사람이 있느냐"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성배 총무는 이번 총회에서 질문하는 총대를 향해 "당신, 누구야" "일어나서 얘기해" "무식한 소리 좀 하지마" 등의 폭언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하성 총회 임원들은 회무 처리 중 민감한 문제들은 맨 마지막 순서인 기타 토의로 넘기자는 말을 많이 한다. 지난해 서상식 총회장이 그렇고, 올해 장희열 총회장도 그랬다. 이들은 "기타 토의 시간에 시간 충분히 줄 테니 (총회 현안들은)그 때 토론하자. 지금은 일단 넘어가자"는 식으로 총대들을 호도한다. 총대들 역시 매년 그 말에 속는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위의 경우처럼 한 총대가 폐회를 동의하고 총회장은 총대들의 의견을 대충 구한 뒤 폐회하는 방식이다. 마치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해도 그렇게 폐회했다. 2005년에는 박종선 목사가 폐회에 동의했고, 올해는 이름 모를 목사가 그렇게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장 중요한 의결 기구인 총회에서 결의되는 것은 별로 없다. 올해 기하성이 총회 기간 중 한 일이라고는 논란이 됐던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과 각 부 보고 등 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학교법인 순총학원에 총회 건물을 담보로 대출해준 문제·김정명 전 총회장과 안기호 목사 등의 제명 문제 등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올해도 토론해야 할 총회 현안은 산적해 있었다. 우선 총회의 결의 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 기하성 총회는 2004년 부산에서 열린 제53차 총회에서 교단 내 모든 징계자를 사면복권하고 법정 소송을 취하하기로 만장일치 결의했다. 그런데 실행위원회에서 이를 번복했다. 총회의 결정을 실행위가 번복한 것이다. '제51차 총회 회의록 변조의 건'도 53차 총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기로 했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최성규 목사, "순총학원 문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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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하성의 제55차 총회는 교단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줬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
박성배 총무는 이에 대해 "순총학원은 내 것이 아니라, 법인의 것이다. 아무 문제없다. 믿어 달라"고만 얘기한다. 올해는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하는 열의(?)를 보여줬다. 그러나 대답의 내용은 지난해와 똑같다. 총회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왜 총회의 결의 없이 총회회관을 담보로 순총학원에 돈을 빌려줬는지, 매월 얼마의 이자가 총회 돈으로 지급되고 있고, 지금까지 얼마의 돈이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다. 그런데 박 총무는 그 부분은 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 총회에서도 기하성이 운영하는 각 신학교 보고가 있었는데, 유독 순총학원만 재정의 예·결산 내역을 회의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또 순총학원의 이사들 역시 박종선 목사·이재창 목사·정원희 목사·서상식 목사 등 모두 박성배 총무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이루어졌다.
총회장 후보로 등록하는데 1억 원의 돈을 내야 하는 문제도 지난해부터 화제로 등장했다. 현재 기하성은 총회장 입후보자의 경우 1억 원·부총회장과 총무 5000만 원·회계 등 기타 임원은 4000만 원을 총회에 내야 한다. 총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 1억 5000만 원이 필요한 것이다. 총대들은 지난해부터 이 돈이 너무 많다며, 낮출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총회 임원들은 이런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임원들은 만약 선거를 직선제로 바꿀 경우 1억 원보다 더 많은 돈이 선거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총대들은 선거와 관련된 법을 강화하면 되고, 교회 임원 선거하는데 그런 부분이 무서워서 돈으로 입후보자를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하성 총회의 수준은 예산안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하성이 이번 총회에서 밝힌 제55차 총회 예산은 약 26억 원. 그러나 예산안은 불과 4쪽에 불과하다. 수입이야 그렇다쳐도 지출부의 예산안은 너무 부실하기만 하다. 그냥 비품 300만 원·인쇄비 500만 원·전화요금 1500만 원 이런 식이다.
기하성 이대론 안 된다
기하성 총회는 끝났다. 총대들은 또 총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일 년을 보낼 것이다. 예전에는 실행위원회가 끝나면 결의 사항 등을 보내줬는데, 언제부턴지 그런 것도 없어졌다. 총회의 권위는 총회 임원들이 찾는 것이 아니라, 총대들이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