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때였다.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20년 넘게 교회를 다녀온 내가 ‘하나님이란 분을 조금이나마 알겠어요’라고 고백한 때는. 남들이 보기에는 별 거 아닌 사건들이 나에게는 삶의 큰 좌절을 주었고 인생에 별로 기대할 것이 없는 내 나름의 ‘바닥 인생’, 그 때에 나는 주님을 만났고 은혜를 누리게 되었다.
 
대한민국 모든 고등학생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나 또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했다. 최선을 다한 노력이 좋은 결과를 줄 거라는 세상의 상식을 지금껏 경험했었고 또 그럴 만한 모의고사 성적을 받아오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수능에서 1등급은 2등급으로 변해 있었고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대학에 오기와 자존심 때문에 입학하였다. 흥겨울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새내기 시절의 인생은 어둡고 정말 비참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여전히 괜찮은 대학, 괜찮은 삶이었지만 나의 내면은 실패감과 억울함으로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하나님이 나한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을까’, 그런 원망을 하며 침묵하시는 그분 앞에서 대답을 구하며 울며 잠드는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주님은 나를 ‘예수전도단’으로 인도하셨고 그곳에서 나는 예배와 일대일 양육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가 어떠한 분이신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예배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수능 실패로 인한 슬픔도 조금씩 잊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지독한 외로움과 갈급함, 허전함은 채워지지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신문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픈 꿈을 포기하지 못해 대학 2학년 때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공부를 하면서 체중이 7킬로그램이나 빠졌고 만성 피로와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하나님이 내가 하는 이 공부를 정말로 기뻐하실까’ 하는 끊임없는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늘 지워지질 않았다. 결국 번번이 시험에 실패하면서 자존감은 또다시 바닥을 쳤고 인생의 방향과 목적을 잃은 것만 같았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지만 고시를 통해서 나의 꿈과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했던 희망도 완전히 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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