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호 오늘의 복상이 있기까지] 복상 전 운영위원장 우창록 변호사 인터뷰

▲ <복음과상황>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오늘 복상이 스무 살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큰 기여를 하신 분들을 찾아뵙기로 했다. 그 첫 대상자로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인 우창록 전 <복음과상황>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복음과상황>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오늘 복상이 스무 살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큰 기여를 하신 분들을 찾아뵙기로 했다. 그 첫 대상자로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인 우창록 전 <복음과상황> 운영위원장을 대치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박총 편집장이 진행했고 황병구 편집위원장이 동석했다. 

복음과상황(이하 복상) / 1997년 1월호 폐간 공고, 2월호 재창간 공고, 3․4월 합본호부터 운영위원장 우창록의 이름이 보입니다. 당시 서울중앙교회 청년부 지도를 맡고 있던 이만열 장로님에게 복상이 꼭 폐간되어야 하느냐고 운을 떼면서 복상의 살림을 맡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신 건지요.

순서는 기억이 잘 안 나요. 아무튼 내 기억으로는 이 장로님이 폐간하기에 너무 아까운 잡지라고 말씀하셔서, “근데 왜 폐간하지요?”라고 물었어요. 재정이 어려워서라고 하시기에 “그럼 제가 재정을 조금 도우면 폐간하지 않겠네요?” 그랬지요. 그게 전부예요. 솔직히 말하면, 그땐 복상을 잘 몰랐어요. (웃음) 단순히 이 장로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괜찮은 잡지가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복상 / 그때부터 100호인 2000년 4월호, 홍정길 이사장 체제로 전환되기 전까지 만 3년을 거의 매달 수백만 원의 적자를 메우셨고, 후원의 밤 때는 1000만 원을 쾌척하시고, 또 논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길 때 보증금을 내주시는 등, 정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는데요.

일단 제가 지원하는 기간에는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처음에는 돈만 대면 될 줄 알았는데 한번 들어가니까 발이 더 깊이 빠지더군요. 저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어서 복상이 후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자생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가동해 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웃음) 

복상 / 1997년 말 대선 때 복상 필자들이 DJ를 지지하면서부터 드러난 복상의 일부 논조에 동의하지 않거나 불편해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복상의 편집권에 손대지 않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사심 없이 쏟아부으신 점이 놀랍습니다. 돈을 대는 물주들이 언론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성향 때문에 종종 문제가 되는 걸 보면 정말 귀한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만, 그래서 결국 손을 뗀 거지요.

복상 / 그래도 당장 지원을 거두지 않고 오랫동안 복상을 맡아 주셨는데요.

칼 같이 자르면 부드럽게 연결이 안 되잖아요.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이 장로님이 좋은 매체라고 했으니, 죽이기보다 잘 이어지게 해야지요. 나와 좀 다르더라도 그 길을 가게 놔두어야지, 억지로 내 뜻대로 끌고 갈 순 없지요. 

복상 / 복상의 편집권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 것, 그래서 김회권 발행인이 최근 쓴 글에서 복상은 명실상부한 독립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데는 우 변호사님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봅니다. 변호사님의 또 하나 훌륭한 점은 실질적으로 발행인의 역할을 하셨음에도 전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셨더군요. 운영위원장과 나눈 인터뷰를 한 편 정도 실을 만도 한데 공지사항으로조차 언급되지 않던데요.

좋게 해석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제가 이름을 드러내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우 변호사는 자신을 칭찬하는 내용이 담긴 질문에 아주 짧게 답변을 마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록 했다). 

복상 / 앞으로 복상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더불어 오늘날 복상이 복음으로 조명해야 하는 상황에 어떠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저는 <복음과상황>을 읽으면서 조금만 조심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오만하지 않길 바라는 거죠. 옳은 비판이더라도 애정을 가진 비판과 비판을 위한 비판은 다르거든요."
최근 <천국 때문에>(최성호, 바울의서재)라는 책을 읽었는데 아주 감동했습니다. 마지막 장에 예수님의 주적은 사두개인과 바리새인이라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지금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복음과상황>을 읽으면서 조금만 조심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오만하지 않길 바라는 거죠. 기윤실 안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남을 잘못했다고 지적하다 보면 쉽게 오만해지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니 먼저 스스로 남을 지적할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해요. 물론 그런 위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밝혀내는 일을 사명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 거예요. 그러나 상대방 입장에 서서 이해하는 자세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옳은 비판이더라도 애정을 가진 비판과 비판을 위한 비판은 다르거든요.

그리고 다양한 견해를 함께 소개하면 좋겠어요. 한쪽 견해에만 무게를 실으면 균형이 깨져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인 사안은 더욱 그렇죠. 어떤 부문을 대변하는 잡지라면 상관이 없지만 <복음과상황>은 말 그대로 복음으로 상황을 조명하는 잡지니까 성서를 근거로 쟁점을 다루는 데 힘써 주세요. 그렇게 하면 논의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어려운 일이지요. 

복상 / 여담입니다만, 최근 이만열 장로님과의 인터뷰에서 복상이 스무 해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우창록 변호사의 공이 절대적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보수화되었다고 하시면서 (결코 비난하는 의미에서가 아닌) 돈이 있으면 보수적인 게 낫다, 돈이 있으면서 진보적이면 물질과 정신과의 갈등을 이겨내기 힘들다, 차라리 건강한 보수로 있으면서 귀한 곳에 물질을 후원하는 게 낫다고 하시더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원래 보수였어요. 우리 사회는 보수나 진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를 더 신봉하는 게 보수이고 평등을 더 신봉하는 게 진보예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젊을 때나 지금이나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굉장히 진취적이지요. 보수적이면서도 진취적인 면모를 대부분 쉽게 떠올리기 힘들겠지만, 저는 보수적인 사람이야말로 진취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늘 뭔가 새로운 걸 추구하고 모색합니다. 제가 새로운 걸 찾는 기저에는 평등보다는 자유가 있지요. 

복상 / 말씀을 듣고 나니 합리적 보수, 건강한 보수가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복상을 도울 때처럼 조용히 뒤에서 돕고 계신 단체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별로 없어요. 재밌는 건 요즘은 어떤 일을 하면 금방금방 이름이 나더라고요. 비교적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만, 최근 새로운 활동 영역이 생겼어요. 대한민국교육봉사단이라고 기윤실에서 시작한 일인데, 당분간 제 주 관심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방과후학교’나 멘토링과 비슷한 일이에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여건이 나빠 꿈을 잃은 중학생을 방과 후에 만나 꿈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지요. 도와주는 사람으로 대학생을 모집하는데 그냥 보내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맞추어 잘 훈련한 다음 보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학생도 변하고 중학생에게도 꿈을 심어 주는 거예요. 이 과정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놀라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변하면 그들을 보고 부모들이 변하거든요. 저는 대학생이라면 정말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은퇴 후 뭘 할지 모색 중인데 대한민국교육봉사단도 좋은 아이템인 것 같아요. 일단 은퇴할 때까지 정도를 걷는 변호사도 제대로 일할 수 있다는 모습을 몸으로 보여 주려고 합니다. 

복상 / 마지막으로 청년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시지요.

청년들이 성숙하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 낭비가 너무 심하잖아요. 어제 대학 입시 설명회에 다녀온 사람에게 들었는데, 공부 잘하는 아이 중 상당수가 의대에 가기 위해서 재수 혹은 삼수를 한다더군요. 2~3년 휴학하는 경우도 많다지요? 그랬을 때 남자들은 군대까지 다녀오면 사회생활 시작할 때 나이가 서른쯤 됩니다. 서양 사회를 보면 스물넷 정도면 젊은이들이 독립하거든요. 그들에 비하면 우리 젊은이들은 5~6년을 까먹는 거예요. 전 국민이 5년을 까먹는다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를 엉뚱하게 보내고 하향곡선에 이르러서 일을 시작하는 거잖아요. 뒤집어 생각하면 대학이 우리 사회의 원수인 셈이죠. 복상에 30~40대 독자가 많아졌다지요? 지금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자녀 과보호예요. 자식들이 스스로 뭔가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일이 별로 없는 듯해요. 다 부모들이 선택해 주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면 부모 탓으로 돌아가지요. 그래선지 대학생들이 철이 없나 봅니다. 한편 부모들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자식들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해요. 젊은이들은 지금부터라도 기를 쓰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사회에 진출했을 때 자기 몫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정리 · 사진 김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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