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호 커버 스토리 - 복음주의운동, 지속 가능한가]

일꾼이 얼마 없다. 여성 리더십도 없다. 역사가 짧은 조직이 많다. 복리 후생을 위한 장치들이 미흡하다. 복음주의 시민 단체 13곳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복음주의 시민운동의 나이는 스무 살을 훌쩍 넘었으나, 체격이나 체력 수준은 도저히 성년의 그것이라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장에서 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부딪쳤고 부딪쳐 갈 활동가 4인이 10월 11일 명동 청어람에 모였다. 척박한 복음주의운동 판을 17년간 개척해 온 한반도평화연구원 윤환철 사무국장(43), 한국 복음주의운동의 8할이었던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변(분)화기 끝자락에 실무를 책임지게 된 조제호 사무처장(37),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오랜 세월 기초 체력을 다진 후 지난해 청어람아카데미에 합류해 맹활약하고 있는 오수경 간사(34), 2008년 성서한국에 합류해 캔디 정신으로 꿋꿋이 성장하고 있는 김은선 간사(27)가 그들이다. 사안에 대해 견문을 가지고 토론했다기보다, 각자가 경험한 운동 현실을 거리낌 없이 나눴다는 점에서 이날 모임의 성격은 좌담보다는 방담에 가까웠다. 정정훈 편집위원이 방담 중간 중간 물꼬를 터 주었다.
정정훈(이하 정) : 지금 복음주의운동 판을 보면 20여 년 전 기윤실을 창립하고, 경실련의 창립을 주도하던 때의 활력은 사라졌다. 단적인 예가 인력 자원의 규모다. <복음과상황>이 15개 단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상근 활동가가 40명도 안 되더라. 원인이 무엇일까.
윤환철(이하 윤) : 하는 일에 따라 단체마다 필요한 인원수가 다르다. NGO는 후원자들의 돈을 받아 운영하니까 자체 유지비가 많이 드는 걸 기피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안 키웠다고 할 수는 없다. 
윤 : 기윤실 한 군데에 다 모여 있다가 흩어졌는데 어떤 그룹은 우리 편인지 모를 정도로 묽어진 거다. 꼭 우리 시야 안에 있어야만 좋은 건 아니니까.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왕성하진 않은 것 같다.
조 : 복음주의운동에 활력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 단순히 숫자로만 봐도 15개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40명도 안 된다는데, 40명이면 참여연대 간사 수도 안 된다. 통일 분야 단체도 있어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아마 15개 단체의 실질 운영비를 합쳐도 참여연대보다 적을 거다. 경력 9년 차에 30대 후반인 나 같은 경우에도 일반 시민단체에서는 사무처장 할 연차나 연배가 아니다. 나랑 함께 시작한 사람들 중 중간에 이 동네를 떠난 사람이 많다. 4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배고픔도 감내할 수 있다는 의식이 일치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윤 : 1994년에 <복음과상황> 정식 직원이 되었는데 첫 월급이 28만 원이었다. 명색이 잡지사인데 카메라가 없더라. 당시 집안 형편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내 돈으로 카메라와 매킨토시를 샀다. 그렇게 객기로 버티기 시작해 결혼도 하고 내구성을 키우며, 이 바닥에서 10년을 버텼더니, 그제야 알고 지내던 분들이 “이 친구는 잘 합니다” 하며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주더라. 물론 내 경험을 일반화해서 후배들에게 “너희도 이렇게 버텨라”라고 할 순 없다.
조 : 재미있는 점이 있다. 과거 상근 활동가가 스무 명 가까이 있었을 때나 네 명인 지금이나 기윤실의 전체 재정 규모가 인원에 비례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 시대적 물가를 생각하더라도 당시는 박봉이었다. 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9년 전 처음 받은 월급이 80만 원이었다. 후원받는 것만으로는 간사들 월급을 다 못 주니 임시방편으로 월급을 지급했었고, 채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실무 책임자로서 고민이 있다. 올해 신입 간사를 뽑았는데 서너 명이 필요했지만 다 뽑으면 적자가 예상되어 두 명만 채용했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전제하에 박봉을 유지하면서 여러 명이 함께 사역해야 하는지, 인원을 적게 뽑고 급여를 현실화해야 하는지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김은선(이하 김) : 하지만 지금 주변에서 월급이 적기 때문에 운동을 못 하겠다는 사람은 못 봤다. 
윤 : 바꿔야 할 문제다. 더 나은 세대를 만들기 위해 바닥을 기었던 건데, 좋은 세대를 만들어 놓고도 계속 바닥을 기라고 하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운동에 대해 누가 깃발을 들었나를 보고 있으며, 그 대상인 최고위 리더십과 그분들의 영향력 범위가 그대로다. 신입 활동가들에게 왜 기획을 맡기지 못하는가의 문제는, 이 구조를 머리에 담고 운동을 기획해야 한다는 점과 맞물린다.
오 : 현실적 환경이 그렇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합리화하며 고착화되니 오래 버티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실무자가 주체성을 가지고 일을 하도록 책임과 권한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실무자 내부의 업무 구조나 역할 분담은 수평적이어야 하지 않나. 젊은 실무자들 만나 이야기해 보면 이 부분에 갈증을 많이 느낀다.
조 : 처음부터 그렇게 권한을 줄 수 있나? 문제는 권한을 주느냐 안 주느냐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얼마나 주도성을 갖고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신입 활동가들의 경우 처음부터 주도성을 갖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활동가들에게 맡은 역할 가운데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주도성을 발휘하도록 계속 요청한다.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신입급 활동가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월급 그 만큼 받고 이 정도로 했으면 됐지. 뭘 더 하라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오 : 그런 생각은 요즘 세대에게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선배 세대에게는 되바라진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서로의 세대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른들이 일을 시키면 하기 싫어도 ‘예, 알겠습니다’하고 했지만 요즘 세대는 맘에 안 들면 안 한다.
윤 : 그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권한을 다 주고 힘든 일을 맡겼을 때, 잘 해내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전혀 아닌 사람도 있다.
오 : 우리 시스템이 일 잘 해내는 사람을 차곡차곡 길러낼 수 있는 구조인가. 
오 : 소수 인력이 일하는 많은 단체들은 국장님처럼 노력하지도 않는다. 
정 : 선배 활동가는 후배들에게 자기 주도성을 요구하고, 후배 활동가는 혼자서 분위기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현실이다. 선후배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조 : 과거 기윤실에 활동가가 스무 명 남짓이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각 운동 본부 간에 소통 구조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 본부가 아니면 서로 하는 일을 잘 파악하지는 못했다. 각 본부별로 책임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각 운동 본부들이 분리‧독립한 후 상근 활동가가 여섯 명일 때를 떠올려 보면, 맨 위 사무총장과 5년차 이상의 중간급 활동가와 3년차 이하의 신입급 활동가가 있었는데, 사무총장과 신입 활동가는 소통이 힘들기 때문에 둘 사이의 완충 노릇을 중간인 내가 했었다. 상근 활동가가 두세 명인 구조에서는 물리적으로 소통이 잘 되기가 힘들다.
오 : 안 되는 걸 보완해 줄 장치가 무엇일까.
김 : 관계망이 만들어져야 한다. 윗세대를 보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누군가 일을 그만두거나, 문제에 봉착하면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젊은 활동가들이 그만두거나 힘들면 서로 끌어 주고 돕는 구조는 없다.
조 : 개별 단체에 맡기기에는 각자의 사정이 열악하다. 공공재를 만들어야 한다.
오 : 문제를 풀 가능성은 있다. 최근 실무 활동가들과 비공식적 모임을 시작했다. 만나서 영화도 보고 식사하면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희망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운동의 틀이 제공해 주지 못한 것들에 대해 생존 욕구가 발동해 그런 모임을 스스로 마련하는 거다. 이런 모임이 구체화되어 활동가 연합체라도 만들어진다면, 공공재로서 교육 시스템 같은 것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정 : 실무 책임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나. 이런 문제를 놓고 모여서 논의한 적은 있나.
윤 : 늘 현안에 묻혀서 이슈 좇아가는 데 바빴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문제의식을 다 갖고 있을 거다. 실무 책임자들이 조금 한가해져야 한다. 자기 단체 일에 너무 몰입해 있지 않는 상태가 되어야 공공재에 눈을 돌릴 수 있다. 교육 시스템은 아니지만 단체들의 모금 활동을 돕는 한빛누리가 공공재 역할을 하는 셈인데, 활동가 교육과 재충전을 위한 공공재는 결여돼 있다.
조 : 환경 단체 중에 메이저급 단체들이 많다. 환경연합, 환경정의, 녹색연합 등은 연차가 오래된 간사들이 많다. 환경 재단이 공공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활동가들 장학금 줘서 공부하게 만들고 역량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들이 다시 돌아와 단체를 키운다.
정 : 실무 간사들을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그램이 생기면 맘 놓고 참여할 수 있겠나.
김 : 반강제가 되어야 한다. 저녁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그렇잖아도 일이 많은 실무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거다. 단체들이 투자하는 측면에서라도 업무 시간을 빼서 보내야 한다.
윤 : 당연하다. 중요한 건 우리 세대나 선배 세대가 직접 후배를 길러 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다 내어 놓고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주고 나서 후배들이 평가하고 취사선택하게 해야 한다. 기독 진영은 일반 단체들과 생태계가 다르다. 직원 뽑을 때마다 직원이자 동역자를 찾으려니 굉장히 힘들다.
김 : 신입 활동가의 경우에도 직원 개념에서 동역자 개념으로 바뀌기까지 쉽지 않다. 동역자 개념이 서야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
오 : 내가 취약하다고 느끼는 점은, 선배들의 20여 년 역사가 후배 세대에게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별 단체의 비전이나 설립 목적은 자료를 보며 습득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 주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그냥 직원 마인드로 일하다가 아무 미련 없이 떠난다. 그게 악순환 되는 것 같다. 선배들에게 그 작업을 요청하는 거다.
윤 :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여태 개척을 했다. 나도 모르는 곳을 계속 개척해 온 거다. 직원을 뽑다 뽑다 힘들어서 ‘아, 키워서 써야 하는구나’ 생각한 게 1년 됐다. 오수경 간사의 요구가 굉장히 정확하다. 사냥꾼의 자세가 아니라 농사꾼의 자세가 필요하다. 씨 뿌릴 생각을 해야 한다.
김 : 감리교에서 자랐는데, 후배가 운동하겠다고 눈에 띄면 자꾸 불러다 먹이고 이야기 듣고 지지해 주는 정서가 있었다. 권위주의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힘이 된다. 우리에게는 이런 끈끈함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닌가.
조 : 개척해 왔다는 윤 국장님 말씀이 현실을 잘 표현하신 것 같다. 기윤실 설립자인 손봉호 장로님이 의사 결정 구조에서 물러나신 지 10년이나 됐는데도 아직도 사무실로 손 장로님 찾는 손님이 오고, 우편물이 온다. 그동안 실무 책임자들이 손 장로님 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이 바닥의 운동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게 견인할 책임이 있다. 이에 대한 논의를 현안들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정 : 분위기를 돌려 보자. 과거에는 여성 활동가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장기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간사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실무 책임자 중에도 여성은 거의 없다.
조 : 입사 동기 중에 그만둔 이들도 있지만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거쳐 간 여성 간사 중 운동 판에 남아 있는 비율은 높지 않다.
오 : 구조 자체가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이 없는 건지, 여성이 없어서 남성 중심 구조인지 모르겠다. 주변에서 애 엄마 중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은 선교한국 이대행 간사님 밖에 못 봤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분 같은 인물을 모델로 삼는 것은 반대다. 구조를 만들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만약 여성들이 육아 문제를 해결하면 운동 판이 여성 활동가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조 : 경험을 들어 얘기해 보면, 채용 공고를 냈을 때 지원하는 유부녀가 거의 없었다.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급여와 지원자가 받고자 하는 급여 액수가 맞지 않거나, 근무 시간의 탄력 문제 등 말이다.
윤 : 소수 인력 구조의 조직이라면 업무 능력을 다 갖춘 이가 육아 휴직을 보내고 돌아온다고 하면 환영할 것이다. 새로 사람 뽑아서 능력 있는 활동가 만들기까지 얼마나 힘든가.
조 : 큰 틀에서 생각할 때 시민단체라면 몇 가지 제도적으로 바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하나가 탄력적인 출퇴근제다. 9시 출근, 6시 퇴근 식으로 못 박으면 육아하는 활동가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육아 때문이 아니더라도 새벽 모임, 저녁 행사 등이 많은 시민단체 업무 특성 상 9시 출근, 6시 퇴근 방식이 합리적인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오 : 그런 변화를 통해 여성 활동가는 많이 배출할 수 있겠지만, 여성이 단체의 책임자로 성장하기까지는 분명한 장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 : 길게 살아남은 여성 활동가가 적어 불안감이 든다. 언젠가 갑자기 쓰러질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 진영에서 여성 평신도로서 오래 일하기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도 목사 안수를 받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교회를 담임하지 않는 기관 목회 제도가 있으니.
윤 : 세계 표준은 쿼터제다. 비례대표제에서 홀수 번호를 여성으로 넣는다. 국제회의를 가면 여성 비율이 할당되어 있다. 제도적으로 여성을 일하도록 강제하는 흐름이 표준이다. 우리도 시간이 흐르면 된다고 본다. 여성 활동가들이 자라나고 있다. 시대도 남성의 효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
조 : 기윤실 같은 경우도 의도적으로 여성 이사를 계속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모색해야 한다.
정 : 복음주의운동이 내거는 가치가 굉장히 거창하다. 그런데 그 운동을 하는 조직들은 그런 가치를 선취하면 살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이번 커버스토리를 기획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행복하고 즐겁고, 하나님나라를 미리 맛보는 운동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한마디씩 하고 마치자.
조 : 직원이 아닌 동역자 개념이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다. 실무 책임자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서 외부에 뭔가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 성과를 우선시할 건가, 공동체의 동역자를 우선시할 건가가 늘 줄타기다. 운동의 생태계를 생각하고 사람을 키울 것을 생각하면, 성과보다 동역자를 택해야 하는데 늘 쉽지 않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윤 :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나? 미션 중심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일해 왔기 때문이다. 미션이 없으면 보람이 없다. 오리무중 헤매다가 아무것도 안 남는 상태가 될 수 있다. 명확하게 글로 쓴 미션을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보람 있고, 즐거울 수 있고, 하나님 나라를 선취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일반적인 사회의 리더들도 낯설게 느낄 가능성이 높으니 실무자들이 당돌하게 요구해야 한다.
김 :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선후배·동료 간 끈끈한 생태계가 형성되면 좋겠다. 운동을 일으킨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역사를 공감하며 이어가고, 또래 간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거다. 직원 구도로 보자면 상대를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도 있는 관계지만, 운동과 인생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선후배 관계라는 걸 체감할 때 이 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진로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 찾아가 만난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내가 운동 진영에 에너지를 쓰고 소진되는 느낌이 아니라, 이 생태계에서 ‘같이 큰다’는 개념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공공재로 교육 커리큘럼이 생기면 ‘윤환철 스쿨 1기생’ 뭐 이런 모임도 형성되지 않을까!
오 : “함께, 재밌게, 멀리!”를 생각하자. 선배 세대를 보면서 부러웠다. 실패하더라도 함께 공유하는 공동의 추억이 있더라. 그게 후배들에게까지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단절감과 외로움이 있다. 실무자들이 외롭게 각개약진하지 말고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 시대가 엄중하고 아픔이 많지만, 운동하고 표현하는 방법은 재미있고 상상력이 풍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멀리 보면 좋겠다. 씨 뿌리기 전 땅을 가는 시점으로 생각하고, 멀리 보며 작심하고 재밌게 가면 좋겠다.
윤 : 김은선 간사와 오수경 간사, 두 분이 한 이야기가 나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난 왜 이리 심각하게 살고 있었을까? 끈끈함을 만드는 것, 진짜 힘들다. 사람이 바쁘면 안 된다. 연락하고, 밥 먹이고,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사귐을 가져야 한다.
정리 : 김은석 warmer@goscon.co.kr
사진 : 이종연 limpid@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