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호 편들고 싶은 사람]

 

사진제공 안진걸
사진제공 안진걸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나는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있었다. 아고라 특수를 노리는 책이었는데, 마침 마음 맞는(?) 저자를 만나 뚝딱 책을 엮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는데, 시위대 중 한 사람이 경찰에 질질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예전에 참여연대를 통해 함께 일한 적 있는 사람이라 했다. 이름이 ‘안진걸’이라 했다.

그가 왜 이 사진을 보고 그리도 크게 웃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단순히 아는 사람이라 신기해서였는지, 끌려가는 꼴이 우스워서였는지…. 어쨌든 그때부터 ‘안진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촛불을 기회로 한몫 벌려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괴롭다. 우리는 책을 출판했고, 안 팀장은 감옥에 갇혔다. 이후 ‘안진걸’이라는 이름이 빠지는 데가 없다는 걸 알았다.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인 그는 2007대선시민연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고시강행규탄국민대책회의, 반값등록금, 이동통신요금 원가 공개 등에 힘을 보태 왔다. ‘보통 시민’을 위한 시위나 운동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이런 그를 경찰들은 상습시위꾼, 밥풀떼기, 과격분자, 빨갱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찰들에게 끌려가거나 진압당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많더라. 촛불집회 때는 “이러다 죽겠구나!” 한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 경찰들이 보는 안진걸은 어떤 사람인가?
매우 싫어한다. 그러나 아는 경찰들과는 평화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어제도 남대문경찰서 정보과장님과 함께 밥을 먹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에 밥 한번 먹고, 추가로 소통도 하는 거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압상 문제점은 무엇인지, 경찰의 시위대 대처에 대한 문제점을 공감해 주는 경찰들도 많다.
이명박정권 들어서 그것들이 불통이 되어 본인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권 교체가 빨리 되었으면 하더라. 그분들 나름대로 명령 체계 속에서 많은 고뇌를 하고 있다. 이제 대화로 문제를 풀면 좋겠다. 경찰이든, 시위대든 다치지 말아야 한다. 물리적 충돌, 그것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진제공 안진걸
사진제공 안진걸

시민운동, 시위에 자주 참여하는 사람을 경찰들이 ‘밥풀떼기’라 부른다고 들었다.
그런 건 경찰이 고쳐야 한다. 시위에 항상 참여하고, 조금 거친 행동을 한다고 ‘상습시위꾼’, ‘밥풀떼기’, ‘과격분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모욕이다. 그 사람이 가진 민주적인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 많은 사람은 무조건 빨갱이라고 하는데, 아주 시대착오적이다.

ⓒ장영환
ⓒ장영환

시민운동의 과격성이 보수 언론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특히 촛불 정국 때는 조심했어야 했다.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시민 수백만 명이 모였다. 어떨 때는 50만, 60만이었고, 2008년 6월 10일은 전국적으로 백만 명까지 참여했다.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고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민 대중의 ‘항거’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참여가 일상에서는 평화로운 참여가 되지만 비상 국면에는 법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를 들어, 5·18 때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은 불법이지만 나중에 저항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로 다 구제가 되었듯 말이다. 촛불 때도 경찰이 무조건 야간집회는 금지했기 때문에, 그런 초일상의 헌법에 기반을 뒀다. 촛불 시위는 명예로운 항거이지, 보수 언론사에서 말하듯 폭동은 아니었다. 폭도는 애초부터 아니었다.

 

시민운동을 제대로 하려고 들면 꼭 보수단체와 언론사가 ‘빨갱이’ 드립을 하더라.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느냐는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대학 때 운동권(NL)이었기에 더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침묵할 필요도 없고, 침묵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북사회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 반경은 남한이다. ‘도가니’ 사건처럼 바로 달려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도 한계다. 참, 남한에서도 얼마나 많은 세습이 이뤄지나? 한국의 재벌이나 수구 대형교회, 조중동은 북한의 세습을 비난할 자격이 안 된다.
물론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도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지금 정치화되어 있지 않나. 그래서 조심스러워야 한다. 북한의 체제를 공격하는 데 악용이 되는 등 필요 이상으로 정치화되어 있다. 어떻게 시민사회의 문제로 가져와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오히려 남한의 인권 문제는 입도 벙긋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인도적 식량 지원까지 막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역설이다. 식량 지원을 막으면 교류도 끊어지고, 이산가족도 못 만나고, 북한은 꽁꽁 숨어들어 간다. 그러면 북한 인권은 더 파탄 나는 상황이 온다.

 

좀 웃긴 질문이다. 오래전에도 팀장이었는데 아직도 팀장이다. 언제 ‘과장님’ 되시나?
NGO들은 과장 개념이 없고 팀장급으로 일한다. 팀장이 있고 다음은 사무처장이다. 실무자라고 보면 된다.

ⓒ장영환
ⓒ장영환

하고 싶었던 질문이 있어서 알면서도 물어봤다. 오래전 같이 일하던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다 자기 살길 찾아갔다. 잘나간다. 컨설팅 회사 이사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서울시 보좌관 하는 사람도 있다. 동종업계(?)에는 사무처장도 있다. 그런 과거의 동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어차피 그런 것들이 다 세상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상황과 조건에 맞게 살아가는 거다. 내가 여기에 계속 있다고 나만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했던 그 마음씨다. 그 마음만 유지가 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소소한 재미로 소소하고 담담하게 살고 있다.

 

가정이 생겨서도 소소하게 살 수 있나? 고무줄 커플링 받고, 비밀리에 검소하게 절에서 결혼했던 윤미래, 타이거JK 부부도 아들이 태어나니까 양육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송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팀장님도 일곱 살 아이가 있다. 소소하고 담담한가?
아이는 죄가 없으니까 잘 키워 줘야 한다. 경제적 압박이 있다. 소시지를 하나 사더라도 아이 것은 유기농으로, 내 것은 제일 싸구려로 산다. 아이에게 유기농을 먹이기 위해서 나는 소브산 칼륨같이 없어야 하는 첨가물이 덕지덕지 붙은 소시지를 먹는다. 그래서 둘째를 못 낳는다. 너무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는 걸 알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애를 셋을 낳으면 도와주겠다고 한다. 둘도 못 낳고 있는데…. 열 받는 거다. 국공립 어린이집 무료로 하고, 맞벌이 부부 위해서 육아 도우미 일자리 창출할 수 있다. 그런 것은 안 하고 애만 낳으라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아내 되시는 분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아름다운가게 간사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가게가 안국동에 있을 때, 느티나무 카페로 유명한 데서 행사하면서 만났다. 2004년에 결혼했다. 소박하게 사는 게 좋았다.

ⓒ장영환
ⓒ장영환

갑자기 눈매가 풀어지셨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신 건가, 곤란하신 건가?
곤란하다. 같이 살면 좋은 마음이 없어질 때도 있다. (웃음) “이런! 결혼 전이랑 다르잖아!” 이럴 수 있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신가?
전남 화순에서 살았다. 가난한 시골에서 아버지는 광부로 일했고, 어머니는 식당도 하고, 슈퍼도 하셨다. 자식들 먹이려고 몹시 가난하게 사셨다. 너무 죄송하다. 눈물겨운 고전적 신파 바로 그거다.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으면서 3남 1녀를 다 대학 보내셨다.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반대한다. 아직도 반대한다. 애써서 키워 놨더니 막내가 왜 그러고 있느냐고.

 

그래도 신문이나 TV에 자주 나오시는데 좋아하시지 않나?
TV에 나오면 재미있어 하신다. 사투리 쓰지 말라고 조언도 해 주신다.

 

요즘 청소년 ‘왕따’ 문제가 이슈다. 청소년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가난해서 우울한 학생이었나? 그때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나?
말괄량이 장난꾸러기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하고 술도 먹으러 다녔다.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 괴롭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다. 힘센 애들이 약한 애들 괴롭히면 그러지 말라고 했다. 힘센 애들하고도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에이 에이~ 풀어 풀어~, 다 친구잖아” 이러면서 술 마시러 갔다. 중재 역할을 많이 했다.
그때는 공부 잘하고 잘난 척하는 애들이 왕따였다. 아니, 그런 애들도 왕따는 아니었다. 부잣집에 공부 잘하고, 도시락 반찬 안 나눠 먹는 애들이랑 “에잇 안 놀아” 하는 정도였다. 요즘 청소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친구를 괴롭히는 것으로 푸는 듯하다. 부모가 아이들의 진학 도우미로 전락하면서, 아빠는 돈 벌어다 주고, 엄마는 진학 프로젝트 수행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핀란드는 공부 시간이 우리의 반밖에 안되는데 우리보다 공부도 잘하고 행복해 한다. 요즘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왕따를 당한다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나.

 

민생 문제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거 보면 ‘진짜 시민’처럼 말하더라. 내가 마음이 꼬여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연봉 1억 가까이 받는 교수나 목사가 가난과 사회정의를 말할 때 가장 어이가 없다. 팀장님은 적당히 이미지 관리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말들을 하더라. 실제 민생의 고통을 절감하기 때문인가? 생활은 좀 어떤가?
참여연대는 그래도 형편이 좋아져서 오래되었으니까 조금 많이 준다. 그렇게 받고 저녁에는 국민대나 성공회대에서 강의도 한다. 강의비 받으니까 살아진다. 조금 받고 조금 쓰면 살아지더라.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쓰니까 그 사람들도 힘들 거다. 교육 복지가 취약하니까 알부자 아니면 다 힘들다. 집집마다 빚도 많다. 이런 삶의 문제는 사회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살다 보니까 문제들이 다 엮여 있다. 한국 사회가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하고 가장 많은 산업재해로 죽는다. 우울증과 자살이 급증하고 교통사고 발생률이 1위인 배경이 개인의 삶에 다 있다. 사람들의 삶이 굉장히 팍팍하다. 교육, 주거, 통신비 부담이 심각하다. 물가대란, 전세대란, 가계대란, 일자리대란이 일상화되었다. 사람들이 애를 안 낳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먹고살기 힘드니까 일을 많이 해야 한다.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일을 엄청 한다. 일 많이 하니까 피곤해 가지고, 산재로 죽는다. 산재 예방 시설 같은 것을 안 해 놓았으니 그냥 죽는 거다.
음은 일 때문에 피폐해지고 피곤하니까 빨리 쉬고 싶어서 운전을 거칠게 한다. 그래서 교통사고로 많이 죽는다. 편하게 일하면서 돈 많이 벌려면 좋은 대학 가야 하니까 부모가 애들을 닦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하고 공부하는데 청소년들은 가장 불행하다. 청소년 자살률도 1위다.
한국 사회가 아주 불안하고 아주 비인간적인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조금 더 해결되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정신은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모든 통계에서 드러난다. 아주 고통스럽게 쓸쓸하게 살아간다. 아이 안 낳고, 자살하는 선택을 한다.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런 현실에 갇힌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 사회가 모두 책임질 수 없지만, 최소한 사회경제의 구원은 책임질 수 있다고 본다. 교육, 주거비, 반값등록금, 고등학교 의무교육 강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추구할 수 있다. 가령 장기전세 중소형 건물(1~2인실)을 많이 지으면 요즘은 40~50%가 1~2인 가구이니 집을 안 사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 그러면 출산율을 높이고 자살률을 줄이고 양극화도 해소할 수 있다. 일정 부분 사회경제적 구원이 가능해진다.

‘인간의 구원’이라 표현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상식의 회복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상식이 파괴된 세상에서 산다. 진보 논객으로 초대된 대담에서 끝까지 ‘진보 입장’이 아니라 ‘상식을 대변’하는 거라 고집하시더라.
우리 사회가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경제 상황을 비판했다고 미네르바를 구속했다. 이건 부자연스러운 사회다. 우리 사회는 노동 시간이 제일 길고 휴일이 제일 짧다. 그 부담이 너무 크다. 그게 다 부자연이다.
거리에서 “사이다를 무상으로 달라” 이것은 부자연이다. 사이다 안 먹으면 된다. 만약 그런 무리한 요구가 제시될 때, NGO나 일반 시민들이 이를 공론화시켜 걸러 내면 된다. 그런 정도의 자정 능력과 이성이 한국 사회에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반값 튀김운동 안 한다. 튀김 안 먹으면 되는 거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비용이 너무 과도하니까 반값등록금운동을 하는 거다.

 

거기 종교가 짊어져야 할 영역이 있나?
NGO나 종교는 구도의 길이라는 데서 유사하다. ‘구원’과 NGO가 추구하는 ‘사랑’, ‘소통’, ‘교감’은 굉장히 유사하다. 그래서 종교와 시민사회가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더 교감하고 더 교류하고, 공동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조금 더 구원의 길로 함께할 것이냐 논의해야 한다. NGO는 내세를 다루지 않지만 종교는 내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보면 더 많은 안식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종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실의 고통은 참혹하다. ‘천국 가면 된다’는 식의 그런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고통도 같이 치유해야 한다. 개개인의 영혼이 최대한 밝게 발현될 수 있도록 종교가 도와주고, NGO가 사회민주권을 도와주고, 거기서 더 깨달은 사람들은 종교적 구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생각한다. 종교적 구원이 최대의 목적이지만, 거기까지 깨달음이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살다가지 않도록 자비, 박애, 사랑, 이런 것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다 보면 종교적 구원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한다.

ⓒ장영환
ⓒ장영환

조금 쉽게 말해 달라.
생활이 너무 팍팍하면 교회 안 다닌다. 교회 안 나가는 사람들 상당수가 그런 사람들이다. 헌금 내는 것도 부담되고, 일요일도 일해야 하는 사회다. 우리 어머니가 그랬다. “엄마 우리는 왜 무교야?” 물어보면 “막내야, 교회도 여유가 있어야 다니는 거야. 돈이 있어야 다니는 거야” 하셨다. 꼬마였을 때지만 가슴 아팠다. 진짜 힘든 사람들은 교회도 못 가는구나,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살만한 사람들이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2008년 촛불집회 때 구속, 50일 동안 갇혀 지내면서 4복음서를 읽었다. 시위를 하다가, 불의에 저항하다가 사방이 막힌 곳에서 읽는 성경은 또 달랐을 것 같다.
4복음서를 어렸을 때 읽었지만 다시 읽었다. 정말 좋았다. 예수처럼 훌륭한 사람이 없었다. 가장 헐벗은 사람, 장애인, 가난뱅이, 창녀, 모욕당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예수를 민중 폭력혁명가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이런 식이다. 수천 명씩 데리고 다니면서 광야에서 머문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그러니까 이건 뭐 상징(신화)일 것이다. 어디 가서 부자들한테 뜯어 왔는지, 인민들한테 나눠 주고 먹고 그런 거다. 그걸 보고 유대교 지도자들이 위협을 느껴 본디오 빌라도와 짜고 죽인 거 아닌가?

 

그 예수를 따른다는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사회는 그래도 진보하는 것 같다. 의식이나 제도가 개혁되는 게 보인다. 퇴행하는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 훈수한다면?
아니, 이렇게 훌륭한 4복음서와 예수의 삶이 있는데 어떻게 정반대로 살까? 우리나라 크리스천은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성경이 지침이지 않나. 성경대로만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성경대로’라고 해서 성경 극단주의처럼 하자는 건 아니다. 자위도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사람을 곤경에 빠지게 하는 거다. 죽겠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는가? 이런 것들은 시대 상황에 맞게 새로 해석해야 한다. 다만 그런 것 빼고 예수의 삶에서 보면, 특히 4복음서에 나온 이야기는 정말 가장 훌륭한 민중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그들을 구원하기 위한 그 정신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으리으리한 대형교회나 목회자 세습이나 탈세나 비리 이런 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목사님들이나 뜻이 있는 평신도들이 다 나서서 이런 문제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수치이고 종교적으로 이단적인 상황이다. 쉽게 말해서 이단이 무슨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가장 큰 이단이다. 부자는 천국 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하는데 왜 부자가 되시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기독교가 몰매 맞고 있는 것 아닌가?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다. ‘개독교’란 말 서슴없이 한다. 10대, 20대 쿨한 세대, 그러니까 참여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은 이 세대에게 교회는 아주 낡고 구린 것이다.

 

결국에는 목사님들의 욕망이다. 성적 욕망처럼 참을 수 없는 거다. 거기에 동참하는 기득권층이나 평신도들의 욕망도 섞여 있다. 시민사회가 납득 가능한 우리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사람이 좀 맛있는 거 먹고 싶고, 예쁜 배우자를 만나고 싶고, 멋있는 말도 타 보고 싶고, 비행기도 타 보고 싶고, 우주도 가 보고 싶고, 그것을 그릇된 욕망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는 아주 더러운 면이 있고, 냉정한 면이 있지만 각자가 돈을 마음대로 벌게 해 줘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부자는 아니어도 제일 싸구려 소시지만 먹고 사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열망이다. 나도 경비행기도 타 보고 싶다.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하지. 할리데이비슨(오토바이) 타고 기자회견 가고 싶다.목사들이 가난할 필요는 없지만, 신도의 평균임금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부자들이 많이 다니면 플러스 알파를 받고…. 독일의 어떤 언론사의 기자 강령이 동시대 평균임금만 받는 거다. 그래야 같은 시대를 사는 보통 사람들의 고통이나 고뇌를 기자가 이해하고 쓸 수 있다는 이유다. 대형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조중동 기자들은 차가 막히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기사로 버스전용차로가 많다고 공격을 한다. 기름 값에 민감하고. 그런데 전철이나 버스 타고 다니는 다른 기자들은 버스전용차로가 끊어지는 것에 대한 기사를 쓴다. 그래서 시민운동도 종교도 보통의 사람이 되어, 보통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료 다케다
ⓒ료 다케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다. 종교와 시민운동이 만났을 때 시위에서 발현될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NGO는 종교와 비슷하다.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섬기고, 나누는 것이다. NGO의 4대 과제가 빈곤, 질병, 폭력, 그리고 영혼의 불안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불안한 영혼을 따뜻하게 일깨워야 한다. 감동을 줘야 한다. 종교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구원이 있는 운동에 함께하자.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이범진 본지 편집위원, <유코리아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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