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호 새책과헌책]

김익태 지음 | 꿈꾸는터 펴냄 | 6,500원
한미 FTA에 대해 언론이 전하는 단편적인 정보보다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그러나 FTA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도, 책으로까지 보면서 ‘배우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기 저자 우석훈이 최근 내놓은 책 <FTA 한 스푼 그리고 질문 하나>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한때 논란이 되었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의 ‘독소 조항’도 이젠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하다. 5년간 외교부에 통상 분쟁을 자문해 왔던 로펌이 론스타와 손을 잡고 “외환은행 지분 매각 과정에서 부과된 양도세는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이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꼴 저꼴로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이제 익숙해질 것이다. 미국 변호사인 저자가 ISD에 대해 철저하게 파헤쳤다. FTA와 관련된 책 한 권쯤은 읽어볼만 하지 않을까. _ 이범진 편집위원

박래군·김미화 지음|클 출판사 펴냄 |15,000원
“나는 인권이 대통령을 선택하는 가장 옳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 억울하게 죽지 않을 권리를 지켜줄 대통령 즉, 인권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나왔다. 인권운동가 박래군과 방송인 김미화가 12명의 전문가(은수미·홍기빈·홍세화·이창곤·박김영희·김현미·조국·장여경·이종석·이제훈·정대화·서화숙)와 함께 인권의 가치로 경제·복지·소수자·자유권·남북관계 5개 분야를 디자인할 대통령은 누구일지 고민하고, 대선 후보 인물 분석을 시도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던가. 선거철만 되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인권의 문제’이지만 권력의 정점에 설 대통령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_ 이종연 기자

헬렌 한프 지음 | 이민아 옮김 | 궁리 펴냄 |8,000원
모든 책에는 사연이 있기 마련이지만, 헌책방에 나온 책만큼 기구한 사연을 담고 있는 책이 있을까 싶다. <채링크로스 84번지>는 런던의 헌책방 가게 주인장(직원들)과 뉴욕에 사는 가난한 작가 지망생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20년간(1949~1969)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지만, 사연이 된 책들과 그 책들로 또 다른 인연을 맺은 사람들, 그리고 독자를 그 사연으로 다시 초대하는 책 이야기,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효율성과 편리성, 분주함 등의 이유로 어느덧 가까운 책방을 놔두고 광고로 떡칠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는 게 우리네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책은 결국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중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수많은 책의 플랫폼과 같은 곳인 헌책방. 책과 사람, 사연과 인연, 고전과 통속,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그 한복판에서 핀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우리가 자칫 잊고 있던 것을 돌아보는 기회를 줄 소중한 책이다. _ 정지영 편집위원

윤태호 글 · 그림 | 위즈덤하우스 펴냄 | 각 11,000원
종합무역상사 인턴사원이 최종 입사까지 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린 만화 <미생>에는 샐러리맨들의 일상이 담겨 있다. <이끼>로 이름을 알린 만화가 윤태호는 칸막이 친 사무실에서 지루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하루하루 펼쳐지는 전쟁 같은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기획 작업부터 함께한 위즈덤하우스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 코너인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된 내용을 두 권에 담았다. 직장인이라면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순간과 상황들이 그려져 있기에 웹툰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재는 이어지고 있고 평점 순위, 인기 순위 모두 1위다. 직장 생활의 속살을 들여다보고픈 미취업 청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_ 김은석 기자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 지음 | 서창현 옮김 | 갈무리 펴냄 | 20000원
우리 시대는 감정자본주의의 시대이다. 감정은 계량화되어 능력 평가의 대상으로 포섭되며, 많은 노동자들(특히 여성)은 감정 노동에 종사해야 한다. 리더는 따뜻한 멘토로 나서서 힐링과 비전 제시에 집중하며, 장기적인 경기의 침체는 개인의 심리적 우울로 전환된다. 자본주의가 심리학의 패러다임으로 조명되는 동시에 심리학의 영역에조차 자본주의가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노동자의 영혼까지도 노동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새로운 소외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탈리아 자율주의자 비포의 <노동하는 영혼>은 현대인의 영혼이 소외의 골짜기에서 해방(자율)의 산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손에 들어야 할 저작이다. 당신의 두뇌를 혹사시키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보답을 받을 것이다. _ 이원석 편집위원

김승태 지음 |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펴냄 | 22,000원
“조선총독부의 종교정책은 … 무력으로 식민 지배체제를 구축해 가던 1910년대 ‘무단통치기’에는 ‘차별과 통제’에, 3‧1운동 이후 1920년대 ‘문화정치기’에는 ‘회유와 분열’에, 대륙 침략을 재개한 1930년대 이후에는 노골적인 ‘통제와 탄압’에 그 정책의 강조점이 놓여 졌다.” 일제의 식민지 종교정책이 “노골적인 통제와 탄압”을 통해 그 실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는 1930년대부터 해방기까지다. <식민권력과 종교>는 바로 이 시기에 진행된 일제의 식민지 종교정책의 구조와 성격을 규명해 내고, 선교사를 비롯하여 한국 기독교(개신교)계의 대응 태도와 양상을 총체적으로 정리한 연구물이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의 스물한 권째 ‘연구총서’ 시리즈답게 방대한 자료 발굴과 분석, 실증적 연구 결과를 담았다. _ 옥명호 편집장
브레넌 매닝, 존 블레이스 지음 | 양혜원 옮김 | 복 있는 사람 펴냄 | 12,000원
하나님이 아니라면 어쩔 뻔했는가. 여전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절감하는 사실이다. 내 모든 연약함과 한계, 그리고 여전히 똬리 튼 채 고개 치켜들 기회만 노리고 있는 음습한 욕망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그러나 내가 사는 꼴만 보고 하는 말도 아니다. 수많은 곳을 오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깊은 곳에서 나오는 안도의 숨과 함께 고백한다. 하나님이 아니라면 어쩔 뻔했는가.
이 책은 이러한 우리네 실제 삶을, 때로 은밀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만연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지탱해 주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 발언대에 선 사람은 브레넌 매닝. 그리 순탄하지 않았고 자랑할 것들로 그득하지 않은 인생이었기에 내놓기 쉽지 않을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비록 그는 하나님의 용납과 그로 인한 안식과 누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사이자 저자로 이름이 높지만, 자신의 깨어짐 가운데 그러한 일을 감당했고, 바로 그러한 실패와 또다시 이어지는 용납과 은혜의 체험이 그 일의 원동력이었음을 이 책에서 고백한다. 스스로 밝히듯 “사제, 강사 그리고 저자로 알려진 거짓말쟁이, 부랑아, 도둑이 쓴 책이다.” 책에도 인용되어 있는 레너드 코헨의 가사를 빌리자면, 우리 모두의 인생에 있는 금, 그 벌어진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일별하게 해주는 한 상처받은 알콜 중독자 그리스도인의 회고담이다.
얼마 전 몹시 즐기며 읽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는 “아무렴 어떤가, 모든 것이 은총인 것을”이라는 주인공의 고백으로 끝난다. 정황과 맥락은 다르지만, 두 주인공은 모두 이미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의 바닷속에 잠겨 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 간다고 해서, 그저 성숙해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새로운 유혹과 새로운 한계를 계속 만난다. 이 책은 우리가 그러한 유혹과 한계를 어떻게 보듬고, 그 한가운데에서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순종의 삶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묻는다. 아마도 그리고 실제로 은혜가 답이리라. 은혜가, 즉 그분의 사랑이 이기리라. _ 정모세 편집위원

허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14,000원
“우리가 알고 있던 진실이 모두 거짓으로 밝혀지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며 시작하는, <KBS> 개그 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가 생각난다. 우리에겐 우리가 오해하거나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는 할까? 이 책을 읽으면 정신이 든다. 단숨에 읽힌다. 머리 쓰지 않아도 쉽게 공감이 된다. 내용이 잘 구성되어 있는 것이나, 편하게 읽도록 배려한 듯한 짜임새도 한몫한다.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이 책을 대하기 전 나는 가끔 착각을 하고, 내 주변의 어떤 이들은 자주 착각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은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사랑과 결혼,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불편한 어투로 도전한다. 그러나 전혀 불쾌하지 않게. 일상을 살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던 현실들을 뒤집어보게 한다. 가질 것을 선택하기에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버릴 것을 선택할 때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안겨준다.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인 착각이 줄어든다. 내 기억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은 과거에 일어난 일의 기억이 아니라,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고 싶은 바람이 재구성된 것임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조금 겸손해질 수 있을까? 나(와 우리)는 정의의 편, 너(와 너희들)는 악의 축이라 생각하는 데 빠른 우리들은 물어야 한다, 자신들을 정의의 아이콘인양 착각하곤 하는 우리들은 물어야 한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기독교 서적으로 구성된 책이 아니지만, 상식과 교양하고는 담 쌓고 살아가는 것이 세상에 물들지 않은 존재라고 착각하는 나름 믿음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의 신념을 하나님이 주신 믿음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은 깨달음을, 그런 이들로 인해 마음이 불편한 이들은 위로를 얻을 것이다. 착각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이들이 누릴 자유를, 그런 그들이 또 다른 이들과 나누게 될 소통의 자유를 생각하면서, 이 한 권의 책을 권한다. _ 김동문 편집위원

김응교 지음|새물결플러스 펴냄|18,500원
<그늘: 문학과 숨은 신>(이하 <그늘>)은 지은이가 “언제나 현존하며 언제나 부재하는” 숨은 신(Hidden God)을 찾아 문학과 고전의 텍스트를 주유(舟遊)한 여행의 기록이다.
“이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텍스트’(Text)라는 마을이다. 그 오래된 마을에서 우리는 쉽게 잊을 수 없어 사람들 마음에 깊이 남아 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여행은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으로 곰삭여서 ‘읽는’ 마음여행이다. 혹은 마음산책이다. 그 길에는 문장으로 이어진 표지판들이 있다. 우리는 문장을 따라가며 걷는다. 이 나들이를 통해 우리는 뻔한 글을 전혀 새롭게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여행 혹은 산책은 과거의 텍스트로 들어가는 하나의 일탈(逸脫)이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노벨 문학상 강연에서 말했다.
“예술과 문학은 둘 다 기적의 열쇠를 쥐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체험일랑 아무 유익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리고 자신의 체험을 통해서만 배우려고 하는 인간의 파멸적 습관을 극복하는 기적이다.”
C. S. 루이스는 문학 읽기에 대해 이렇게 썼다.
“위대한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나는 여전히 나이면서도 수많은 다른 사람이 된다. 어느 그리스 시에 나오는 밤하늘처럼, 나는 수많은 눈으로 보지만 보는 사람은 여전히 나다. 예배할 때, 사랑할 때, 도덕적 행위를 할 때, 무엇을 알 때 나 자신을 초월하게 되듯,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늘>에는 지은이가 문학 읽기를 통해 누린 바로 그 “기적”과 “초월”의 경험이 올올이 새겨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가 그동안 읽어온 텍스트 속 “빛의 세계도 어둠의 세계도 아닌 그늘”에서 우리도 한동안 머물러 보면 어떨까. _ 옥명호 편집장

강도현 지음|인카운터 펴냄|12,000원
이 책은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자영업밖에 할 것이 없어서 준비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왔다. 지은이는 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손꼽히는 회계법인의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다, 나중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던 ‘억대 연봉자’였다. 그렇게 잘 나가던 그가 조금은 특별한 사연으로 ‘카페 사장님’으로 변신한 뒤, 프리미엄 신용카드 회원에서 졸지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카드빚이 계속 연체되면서 채권추심까지 내몰려 빚독촉에 시달리면서 말 그대로 ‘이코노사이드’(econo-cide, 경제economy와 자살suicide의 합성어로 경제적 곤궁에 몰려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를 떠올리는 상황까지 경험한다.
“최근 들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자영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 원 이하이고, 창업 후 2년 내 50%가 폐업하며,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 결국 이들은 업종을 바꾸게 되고 그때마다 빚을 내고 심지어 사채까지 쓰고 난 후, 개인회생,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국내 자영업 상황은, 2010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 가운데 약 16.9%가 자영업자이거나 그들을 돕는 가족들이다. 전체 취업 인구의 28.8%에 해당하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국내 정규직 일자리가 24.8%에 불과해 안정적인 일자리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자영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더 큰 문제는 ‘청년 창업’이다.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활동인구의 28.8%로 800만 명에 육박한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실직자들이나 미취업 청년들에게 창업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들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져 갔다.”
그가 실제적인 자신의 자영업(카페 운영) 경험에 더해, 구체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하는 ‘창업자들의 분투 이야기’는 무대책 무대안 창업을 지양하고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 자영업을 제안한다. 저자 자신이 경험한 자영업자의 실패담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채무자의 심정은 생생하다. 하여 <골목 사장 분투기>는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로 자영업을 시작하지 말라.” _ 옥명호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