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호 Must read]

있잖아… 나, 낙태했어

▲ 한국여성민우회 지음|다른 펴냄|11,000원
“또 임신을 하게 된다면 수술대에 올라가서 전신 마취 주사를 맞고 다리 벌리고 할 상황이 너무 끔찍해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었던 것 같아요.”

‘태아가 생명인가 아닌가’라는 논란이 일고, 프로라이프의사회가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할 때, 한 해 100만여 건의 낙태가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병원을 찾아 낙태를 한 여성들은 그때의 ‘너무 끔직한 기억’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을 묻고 살아간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 25명의 인터뷰를 엮은 이 책은 모든 여성이 낙태를 같은 무게로 받아들인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낙태를 해야만 했던 당시의 상황, 그러니까 남성의 무책임과 무방비, 무배려,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낙인 중 그 무엇도 결코 몸의 기억을 안고 살아갈 여성의 아픔에 공감할 수는 없다. 산부인과에서 당한 모멸감과 불안감은 또 어떤가. 

예수님은 구조의 폭력 앞에 무기력한 이들을 편애하셨다. 죄의식 때문에 고개 숙이고 살아가는 이들을 친구 삼으셨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는 작금의 교회와는, 그래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조차 얻지 못해 무지몽매에 빠진 교회와는 분명 다른 분이셨다. 그래서 예수를 믿는다는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이 책을 읽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낙태 경험이 있는 교회 내 남성과 여성에게도 이 책은 공감과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이종연 기자 limpid@goscon.co.kr

교회 안의 거짓말

▲ 김형국 지음|포이에마 펴냄|12,000원
제목을 보는 순간, 참 역설적이다 싶었다. ‘교회’ 안의 ‘거짓말’이라니. 교회와 거짓말 사이의 거리감과 이질감 탓이었을 것이다. 《교회 안의 거짓말》은 한국교회 안에 오랜 세월 통용되어온 언설들이 사실은 비성경적이며 ‘거짓말’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 거짓말은 “하나님의 진리에 기초하지 않은, 그러나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들”인 탓에 분별하기가 쉽잖을 뿐더러, 문제는 “오늘날 한국 교회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불을 끄는 소방서가 아니라, 세상보다 더 심한 불이 난 소방서”가 되어 여기저기 타들어가는 형국이다. 저자 김형국 나들목교회 대표목사가 이 책을 쓴 연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예수 믿으면 복 받아요” “일단 믿어보세요” “믿고 기도하면 응답받아요” “믿음은 좋은데, 왜 저래?”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지상의 교회는 어차피 완전하지 않아” “사람을 왜 봐? 하나님 보고 다녀야지” 등 오랜 세월 한국교회 안에 널리 유통되어온 거짓 언설 12가지를 뽑아내어 성경에 비추어 무엇이 거짓인지 파헤친다. 그래서 성경의 체로 비진리의 불순물을 분별하고 걸러냄으로써 진리의 알짬을 명료하게 맛보도록 돕는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거짓 통념이 생겨난 걸까? 머리말에 밝힌 저자의 답은 이렇다.

“성경에서 보여주고 있는 하나님과 그분의 뜻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이를 부추길 수밖에 없는 세상과 문화의 영향이 ‘교회 안의 거짓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9쪽)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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