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호 must read]

이춘재·김남일 지음|한겨레출판 펴냄|14,000원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은 ‘사법 개혁’의 구호와 깃발을 휘날린다. 그만큼 사법부의 개혁은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다.
이 책에는 지난 10년간 이루어진 사법 개혁의 시도와 좌절이 법조팀에 오랫동안 몸담은 두 기자의 시선으로 꼼꼼하게 담겼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진행정지신청 재항고 사건, 종교 교육과 관련된 일명 강의석 사건, 삼성 에버랜드가 헐값에 발행한 전환사채 97퍼센트 이상이 오너 자녀들 손에 넘어간 사건 등이 최종 판결받기까지 촘촘한 일화로 실렸다. 참여정부 초기 시작된 사법부 개혁은 이명박 정부에서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과 해석의 기록을 통해 드러나는, 뒷걸음질치는 ‘그들만의 대법원’ 모습을 접하다보니 웅장한 대법원 건물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퇴임한 ‘독수리 5형제’ 대법관처럼, 힘겹지만 소수 의견을 내며 꿈틀대는 법관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는 것은 무리일까.
지난 3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유신헌법 제53조와 긴급조치 제1·2·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책이 출간된 지 10일 후이자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3년여 만이었다.
책이 출간된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지금도 국민들은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시대의 헌법재판소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유신 시대의 사법부로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부끄러운 과거’와 단절할 것인가.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301쪽)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에마뉘엘 카통골레‧크리스 라이스 지음|안종희 옮김|IVP 펴냄|10,000원
이 책은 말한다. “화해가 하나님의 선교의 핵심이다.”
맞다. 분열과 불안이 응축된 현대 사회에 ‘화해’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은 ‘무엇’과 화해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이 땅을 새롭게 해 달라’는 기도는 끝없이 쏟아내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새로움’이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화해’를 알아가는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겠다. 일단 작고 얇아, 책과 불화하는 이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또 하나, 미국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 화해 센터를 설립한 두 저자의 배경이 책에 한 걸음 다가가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으로 내전을 겪은 에마뉘엘, 미국 흑인 지역 빈민 사역 단체에서 일하며 관계의 위기에 처했던 크리스는 ‘화해’를 향한 여정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처럼 가르치려고만 들지 않는 태도는 무턱으로 불쑥 ‘화해’를 꺼내지 않는 책의 메시지에 가 닿는다. 기억 없는 화해, 회개 없는 용서가 아닌 깨어지는 연습, 고통하는 탄식이 있을 때, 우리와 함께 화해의 여정을 걸어가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사에서 단절과 분열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도 했던 기독교가 진정한 하나님의 비전을 발견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책이 더 널리 읽히면 좋겠다. 여름에 크리스 라이스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이종연 기자 limpid@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