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호 Must Read]

하나님의 Yes
스탠리 존스 지음|배응준 옮김|규장 펴냄|13,000원

책이 말하듯 현대사회에는 냉소주의가 팽배해 있다. 믿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인생은 무상하다는, 삶을 부정하는 말이 통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우리 인생의 의미에 대해, 세상의 ‘노’를 향해 ‘예스’로 답하신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나님의 ‘예스’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그리스도인은 허무함과 공허함이 아닌 만족함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하나님의 Yes》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교사로 불리는 저자가 88세에 중풍으로 쓰러지고 나서 쓴 책이다. 하나님께 자신이 쓰러진 이유를 묻는 대신 자신의 삶이 ‘마지막 설교’가 될 수 있길 바라며 기독교 신앙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들에 자신이 경험한 바를 녹여 나간 것이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답이 우리를 완전히 해갈시킬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나님의 ‘예스’는 결국 저마다 몸소 경험해 봐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복음으로 상황을 천착하면서 말씀을 살아낸 저자의 진실성 묻어나는 제안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권한다. 이 믿음의 노선배의 고백이 언젠가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바라면서. 참고로 스탠리 존스는 인도에서 기독교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소개’하는 선교사로, 인도의 독립을 고무하다가 영국 정부로부터 추방당하기도 했다. 마지막 숨을 거둔 곳도 그가 평생을 바친 인도 땅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순응을 요구한다. 당신이 그 표준에 미치지 못하면 사회는 그것을 이유로 당신을 혼낸다. 그리고 당신이 그 표준을 넘어서면 그것을 이유로 당신을 박해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이 너희들을 칭찬할 때에 조심하라’(눅 6:26 참조)라고 이르셨다.” (184쪽).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


붓다와 희생양
정일권 지음 | SFC출판부 펴냄 | 17,000원

‘르네 지라르와 불교문화의 기원’이라는 부제가 풍기는 분위기처럼, 녹록치 않은 책이다. 사회문화인류학자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으로 불교의 문화적 기원을 추적해나가는 데, 낯선 주제와 어휘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아슬아슬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읽혀지는 데는 우리가 몰랐던 불교의 모습이 ‘폭로’되는 신선함 때문이다.

그동안 불교는 불살생, 무아, 무상, 공(空) 개념 덕분에 ‘평화의 종교’라는 이미지를 얻어왔다. 아무 것도 죽이지 않고, 자기의 욕심을 비우고, 용서의 품을 열어주는 불교가 들어간 곳에는 평화가 깃든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하나의 희생물이 다른 이의 희생을 대신한다는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보면 정반대다. 가령, 불교 역사에서 승려들은 ‘세계 포기’를 강요당한 희생양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그들이 마을을 등지고 숲으로 들어가거나, 자기의 몸에 불을 붙여 공양하는 행위의 이면에는 폭력성이 숨어 있음을 고발한다.

아울러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는 단 한 번의 자기희생으로 희생양 메커니즘을 폭로하고 종식시켯지만, 보살들은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생산된다”는 식의 안타까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완전한 희생양’ 예수와 보살들을 비교하는 것도 유익하나 자칫 불자들의 반발을 사지는 않을지 긴장감이 돈다. 그래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불편이 단순한 불편으로 그치지 않고 토론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한, 강영안 서강대 교수의 추천사는 고맙다. 덧붙여 강 교수는 “지라르의 이론을 불교뿐 아니라 기독교에 철저하게 적용하여 논의해 달라”고 당부한다. 기독교와 불교의 공정한 대화를 위한 그의 당부는 기독교인 독자들에게도 유효하다.

이범진 객원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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