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호 Must read]

앤드류 매클라우드 지음/홍병룡 옮김
아바서원 펴냄/12,000원
그리스도인들의 협동조합 입문을 돕는 책이 나왔다.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협동조합 설립 붐이 일고, 이와 관련한 책들도 우후죽순 출판됐다. 이 책도 그 연장에 있지만 기독교와 협동조합을 직접적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유일하다.
제목만 보고 자칫 뻔하다 생각할 수 있다. 예수의 가르침, 사도행전의 나눔 공동체, 바울의 선교 형태를 예로 들면서 협동조합의 당위를 설명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20여 년간 협동조합운동을 벌여온 저자는 우리의 ‘예측’을 가뿐히 넘어 더 근원으로 파고든다. 협동조합의 성패는 성경을 얼마나 바르게 이해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듯 단호하다.
“천국의 비유 중에 하나는 열 처녀의 이야기다(마 25:1-13). 다섯은 지혜로워서 등불을 밝힐 기름이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은 준비를 못 갖춘 어리석은 다섯과 나누기를 거부했다. … 이 단락은 노동의 공유와 자원의 공유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눔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기여하지 않기로 한 이들은 도움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어리석은 처녀들은 가난하지 않았고 장애인들도 아니었다.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았던 자들이었다.”(71쪽)
타인의 관대함을 이용하지 말고 자기의 책임을 다하라는, 협동조합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혜택’이 아닌 ‘의무’를 먼저 생각함은 욕망을 덜어내는 행위와 닿아있다.
“우리는 모두 편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소유물을 손에서 놓는 것이다. 우리의 나눔은 남들에게 감동을 주어 그들도 나누게 할 터이고, 이는 극적으로 경제 상황을 바꿔놓을 수 있다.”(74쪽)
가톨릭 노동 운동을 이끌었던 피터 모린은 “모두 가난해지려고 하면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으며, 아무도 부유해지려고 하지 않으면 모두 부유해질 것”이라고 했다. 협동조합은 모두가 가난해져 아무도 가난해지지 않는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다. 적어도 ‘성경의 눈’으로 보면 그렇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폴 존슨 지음/김주한 옮김/35,000원
방대한 문헌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기독교의 역사》는 인류 문명사의 흐름 안에서 기독교 역사를 그려낸다. ‘기독교의 출현’에서부터 유럽 문명 형성기와 기독교의 역할, “미국의 대중 기독교”를 비롯하여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뿐 아니라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기독교 역사를 아우른다. 더불어 로마제국 변방의 종교가 어떻게 세계의 종교가 되었는지를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활력 있게 전한다.
지은이 폴 존슨은 《유대인의 역사》 《모던 타임스》 등을 쓴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 저술가다.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방해하는 일을 “기독교의 본질, 즉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진리의 계시를 파괴”하는 일이라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기독교의 영광스런 성취와 갈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살피면서” 기독교 역사의 어두운 그늘(십자군·종교재판·마녀사냥·제국주의선교방식·분열·세속화 등)도 주저없이 드러낸다.
예를 들어, 기독교 선교사(宣敎史)와 관련하여 선교사들이 아시아에서 “기독교를 전파하기보다는 유럽식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방식으로 선교 활동을 전개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인도의 정통 교회인 성 도마 교회는 서양 제국주의 선교사들의 공세로 인해 축소되어 다섯 개의 종파로 분열되기에 이르렀다.”
교회사나 신학적 접근이 아닌, 인류 문명사 맥락에서 ‘기독교의 역동성’을 담아낸 이 책은 꽤 묵직한 두께(무려 892쪽!)임에도 의외로 술술 읽힌다. 게다가 기독교의 역사와 서구 유럽의 역사를 서로 꿰어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세 권으로 나뉘어 출간된 책을 한 권으로 합쳐 새로운 편집을 거쳐 다시 출간됐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