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 지음

이상명 지음/ 홍성사 펴냄/ 각권 17,000원 ⓒ복음과상황
성서신학자인 지은이가 구약 인물 77명과 신약 인물 50명을 각각 두 권의 책에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과거의 시공간에서 불러낸 성서 인물 이야기는 결국 현재를 사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자료가 된다.
수천 년 전의 인물이라 하여 그들의 생애가 오늘 우리의 삶에서 아득히 동떨어진 별세계 이야기는 아니다. 이를 테면, 예수님 대신 무죄방면된 “강도”(혁명가) 바라바를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끈 유대 지도자”로 규정하면서,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와 견주어 설명한다. 또한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스웨덴 소설 《바라바》의 내용을 얘기하며, 바라바의 혁명적이고 투쟁적인 생애를 통해 교회가 세상과 어떤 역학 관계에 놓여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일찍이 성서 ‘인물’ 이야기를 우리 성서 ‘학자’가 이만큼 열의를 갖고 천착하여 대중적 글쓰기로 풀어낸 책이 있었나 모르겠다. 하여 이 책은 읽는 재미뿐 아니라 ‘인물 성경공부’를 함께할 텍스트로도 손색 없어 보인다. 더구나 관련 그림을 편집하여 ‘보는’ 재미까지 더했으니 말이다.
오늘날 정치 용어로 쓰이는 ‘포퓰리즘’을 빌려, 빌라도를 “잘못된 포퓰리즘에 영합해 진리를 못 박은 노회한 정치가”라고 설명하면서 세속적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한국 교계의 ‘빌라도들’을 비판하는 대목은 작금의 현실과 맞물려 다가온다.
“좌우를 헤아리지도 않은 채 자신의 신앙과 다르면 무조건 지옥불에 떨어질 원흉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몰지각한 목회자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도 정치판의 포퓰리스트들이 일삼는 선동의 정치술을 빼다 박았다.”
문학, 철학, 역사, 신학 등 인문학과 대중문화 다방면에 걸친 박람강기(博覽强記)를 바탕으로, 옛 이야기를 오늘의 삶과 자연스레 연결 짓는 건 지은이의 엽렵한 글솜씨 덕이다. 그리하여 옛 이야기는 ‘지금 우리 삶은, 한국교회와 이 사회는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하고 매섭게 묻는 죽비소리로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