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호 동교동삼거리]

“예수와 다윈의 동행.” 보도자료용 신간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었습니다. 읽어갈수록 신앙인으로서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 참 무지했단 생각이 커가더군요. 제 안에 진화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나아가 ‘진화론 공포증’(진화론=신 존재 부정=무신론)이 상당하다는 각성이 들 정도였습니다. 새삼 한국교회에 유달리 자연과학이나 과학적 세계관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가 편만해 있단 생각도 스치더군요. 그간 우리가 과학 ‘공부’보다는 세계관 ‘전쟁’에만 급급했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요. 제 자신부터 ‘진화론 공포증’ 벗어나 과학이론으로서 진화론이 기독교 신앙과 배치되지 않으며,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돕는 도구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겼습니다. 세상과의 소통 및 신앙의 지평을 넓히고 더 풍성하게 할 생각에서 ‘바이오로고스 혹은 진화론적 유신론’에 대해 알아보려 한 것이지요._옥명호

“편들고 싶은 사람” 취재 차 북아현동으로 향했습니다. 모임 시간 전이지만 몇 분이 조촐한 예배를 준비하고 있었지요. ‘페트병 바람막이’를 두른 하얀 양초가 소박한 탁자 위를 은은히 밝히는 가운데, 싱어송라이터가 부르는 고요한 노랫가락이 흘렀습니다. 곧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조곤조곤 공동기도문을 읽고 말씀을 나누었지요. ‘은혜’가 강요되지 않는 분위기에서 더 큰 은혜를 누렸습니다. 이곳의 작지만 끈질긴 ‘기도 혁명’이 싸늘하고 거대한 회색의 강제 철거 울타리 너머, 조합사무실과 건설사와 관공서의 벽을 넘어, 그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가닿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여기 찾아와 같이 변화를 경험하는 이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곧 문을 열 이선형?박선희 부부의 포장마차에서 다같이 곱창 먹을 날도 오겠죠?_오지은

자폐아동들의 성장 만화 《도토리의 집》을 보면, 밥 먹을 때마다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해 혼나는 아이가 나옵니다. 먹던 것을 뱉어내 손으로 동글동글 경단을 만들어 옆 사람에게 주는 버릇입니다. 이 ‘더러운’ 버릇을 고치지 못해 아이는 매번 매를 맞다가 결국 가족들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나중에 이 버릇의 이유가 밝혀지는데, 아이 입장에서 ‘맛있다’ 느끼면 그것을 옆에 있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먹기 좋게 만들어주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지난 9월호에 ‘두 교회 이야기’ 연재 첫 회가 나간 뒤 호응과 격려도 있었지만, 더러 상처받았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첫 회 이야기가 ‘더럽다’에서 끝난 느낌을 받았기 때문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더 깊이 있는 취재와 고민을 담겠습니다._이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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