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호 오두막 묵상]

▲ ⓒ정영란
예수께서는 율법의 참뜻을 이루기 위해 그 율법의 일점일획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할 것임을 천명하셨습니다. 그러신 분이 간음한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치 않으니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정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의미는 죄를 죄가 아니라 하거나, 무책임하게 묵인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율법의 진의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정죄하지 않겠다 말씀하셨을 때는 죗값을 당신께서 받겠다는 십자가의 비장한 결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냥 인심 좋은 척하는 싸구려 자비심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용서하고 용납할 때에 그 바탕의 본질은 자기를 끝없이 내어주시는 비움의 가난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겉모습만 흉내낸답시고 경박하고 교만한 허세를 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누구를 용서해야 할 때에 특히 더 그렇습니다. 용서는 선언이 아니라 그 대가를 직접, 그리고 충분히 치르겠다는 결의가 동반되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날마다 져야 할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십자가는 용서와 사랑 안에서 죽은 자의 부활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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