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호 오두막 묵상]

예수께서 정죄하지 않겠다 말씀하셨을 때는 죗값을 당신께서 받겠다는 십자가의 비장한 결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냥 인심 좋은 척하는 싸구려 자비심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용서하고 용납할 때에 그 바탕의 본질은 자기를 끝없이 내어주시는 비움의 가난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겉모습만 흉내낸답시고 경박하고 교만한 허세를 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누구를 용서해야 할 때에 특히 더 그렇습니다. 용서는 선언이 아니라 그 대가를 직접, 그리고 충분히 치르겠다는 결의가 동반되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날마다 져야 할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십자가는 용서와 사랑 안에서 죽은 자의 부활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